'신안 염전노예' 뒷북 비난..경찰·신의면사무소 항의전화 빗발

2014. 2. 7. 15: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낯선 이를 따라나섰다가 외딴 섬에 팔려가 강제노역을 해온 장애인들이 극적으로 구출됐다.

6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온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더 나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2008년 전라남도 목포의 직업소개소 직원 고모(70)씨를 따라 나섰다가 신안군의 한 외딴 섬 염전에 팔려가게 됐다.

염전 운영자 홍모(48)씨는 채씨를 하루 5시간도 채 재우지 않으면서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잡일 등을 시켰지만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시각장애 5급인 김모(40)씨도 2012년 7월부터 같은 염전에서 채씨와 함께 일을 했다.

2000년 과도한 카드빚에 집을 나와 공사장을 10여 년 전전하며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꼬임에 넘어갔다. 2012년 7월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직업소개자 이모(63)씨가 좋은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이씨를 따라갔다가 채씨와 같은 처지가 됐다.

김씨는 2012년 8월을 시작으로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심지어 홍씨는 "한 번 더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며 김씨를 협박하기도 했다.

김씨는 홍씨의 감시를 피해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달라'는 편지를 어머니에게 보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탐문에 나서고서야 이들은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은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 섬을 탐문 수사한 끝에 지난달 28일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무사히 구출했다. 김씨는 1년 6개월, 채씨는 5년 2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김씨는 어머니와 상봉해 귀가했으며, 채씨는 가족과 지낼 형편이 못돼 영등포 소재 쉼터에 자리를 잡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6일 이들을 유인한 직업소개소 직원인 고씨와 염전 주인 홍씨를 영리약취'유인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과 지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현재 전남 신안군 신의면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노예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목포경찰서는 오는 10일부터 신안 일대 모든 염전을 대상으로 인권유린 행위 점검에 나선다. 형사팀, 고용노동청, 지자체와 합동으로 한 달간 종업원 면담 등 조사를 할 예정이다.

관내에서 벌어진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지 경찰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목포경찰서는 뒤늦게 합동 점검반을 꾸려 '뒷북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잊을만 하면 염전, 어선 종사자들의 인권 유린 사건이 터져 신안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다"면서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염전 등을 정기적으로 돌며 자세하게 들여다 봤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사진=KBS방송화면)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