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쉬는 수상가옥에서의 하룻밤

2014. 2. 1. 15: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이네마을의 후나야.

ⓒ 안홍기

이네노후나야(伊根の舟屋), 교토부 단고반도(丹後半島) 동쪽 끝 이네마을의 선실가옥이다. 수상가옥이래서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얕은 물 위에 나무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은 형태를 상상했는데, 실제 보니 집의 절반 가량은 육지에 서 있고 나머지 부분이 물과 접하고 있다. 앞마당은 바다, 뒷마당은 땅인 '양서가옥'이랄까.

이렇게 붙어 있는 후나야 3채가 묶여 한 집을 이룬다. 마치 2층집 차고처럼 1층에 배를 대 놓고 작업하는 곳을 만들어 놨다. 물로 나가고 싶으면 1층에서 배를 타고 집 앞으로, 땅으로 가고 싶으면 뒷문으로 나가면 된다.

단고반도는 대체로 경사가 가파르고 평지가 좁다. 특히 이네만을 둘러싼 지형은 산이 바다를 병풍처럼 싸는 모양이다. 바다와 산 사이에 집을 지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하니 이렇게 바다에 붙은 후나야가 밀집하게 된 것이라 한다. 지금은 실제 거주용도로 쓰는 집이 많지 않다.

이네마을에 늘어선 2층짜리 목조가옥들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네마을 서편.

ⓒ 안홍기

후나야의 1층 내부.

ⓒ 안홍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단고반도의 파도가 거센 날이었는데도 이네마을 앞의 바다는 잔잔하기만 하다. 남쪽으로 만을 형성하고 있어 동해의 영향을 덜 받아 그렇다고 한다. 이런 맑고 잔잔한 만의 가장자리에 선실을 열어놓고 있는 2층짜리 목조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자체로 마음에 평안을 준다.

선실에 배들이 별로 없었다. 이곳 특산물인 방어(부리·ぶり)잡이는 지금이 제철이란다.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샤브샤브로 먹으면 육질의 향이 한층 살아나 감칠맛이 더했다.

가정집이었던 후나야를 숙소로 개조한 민박집과 여관이 많다. 바닷물 위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마을 술도가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이네만카이(伊根?開)를 빚어내는 무카이주조(向井酒造)다. 이네만카이를 처음 빚어낸 이는 두 아이의 엄마인 구니코씨다. 경영은 남동생이 맡아 1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붉은 빛을 띈 이네만카이는 '고대미'라 부르는 흑미로 만들었다. 향기롭고 매우 단 편이다.

30분 거리에 '일본 3경' 아마노하시다테가

무카이주조에서 술제조를 책임지고 있는 쿠니코씨.

ⓒ 안홍기

뷰랜드에서 바라본 아마노하시다테. 날씨가 흐렸다.

ⓒ 안홍기

이네마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일본 3경' 중 하나가 있다.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다. 아마노하시다테와 이네마을 사이엔 노선버스도 있다.

바다 위에 3.6km 짜리 소나무 숲길이 나 있다. 사람이 만든 게 아니다. 강을 흘러온 모래가 해류와 부딪혀 그 자리에 쌓였고 소나무들이 그 곳에 자라 길다란 숲을 이뤘다. 일본 창세 신화의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처음으로 지상으로 타고 내려온 무지개다리라는 전설과 하늘로 올라갈 때 쓰는 사다리였는데 이자나기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넘어져 바다의 다리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북쪽의 카사마츠공원과 남쪽의 뷰랜드에 모두 아마노하시다테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케이블카와 리프트가 있다. 카사마츠공원이나 뷰랜드에서 모두 하늘과 바다를 꺼꾸로 보라고 한다. 가랑이를 벌리고 머리를 숙여서 아마노하시다테를 바라보면 용이 승천하는 모양으로 보인다든지 하는 등의 설명이 따르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아마노하시다테역은 기타킨키탄고철도(北近畿タンゴ?道·KTR) 미야즈선(宮津線)에 있다. JR에서 갈아탄다면 도요오카(豊岡), 후쿠치야마(福知山), 니시마이즈루(西舞鶴)역에서 갈아타고 가면 된다. 교토역에서 바로 가는 특급 하시다테호도 있다.

[이곳을 다시 간다면]

다리 반쪽을 회전시켜 배를 통과시킨다.

ⓒ 안홍기

다시 단고반도를 찾게된다면 꼭 이네마을에서 묵으리라 생각하고 1박2일간의 단고반도 여행계획을 세워봤다. 앞선 기사에서 꼭 다시 가리라 다짐했던 기노사키온천을 출발지로 했다.

버스를 타고 도요오카역으로 간다. 도요오카역에서 KTR 미야즈선을 타고 30~40분 걸려 아미노(網野)역에 도착한다. 역 앞에서 국도 178호를 달리는 노선버스에 올라탄다. 얼마 안 있어 차창 밖으로 해안선이 펼쳐진다. 한참을 달리다가 다카노(竹野)마을에서 내리면 다테이와(立岩) 바위, 뵤우부이와(屛風岩)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단고반도가 리야스식 산인해양지오파크의 일부란 걸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국도 178호를 동쪽으로 7km쯤 걷다가 단고마쓰시마(松島)가 나올 때쯤이면 배가 고파질 것이다. 동시에 우카와(宇川)온천마을이다. 식당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삼거리에서 652번 도로로 들어서면 요시노노사토(よし野の里)라는 온천리조트가 있다. 여기서 밥을 먹고 온천(성인 600엔)까지 하면서 쉰다. 요시노노사토에서 노선버스를 타고 이네마을로 간다. 숙소에 짐을 풀고 무카이주조에 가서 이네만카이를 산다. 저녁은 방어 샤브샤브다.

다음날 오후쯤 아미노하시다테를 향해 출발한다. 역시 노선버스다. 아마노하시다테의 소나무길 3.6km를 걷는다.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단고반도를 바라보며 여행을 정리한 뒤 아마노하시다테역을 이용해 교토 혹은 오사카로 돌아간다.

단고반도 우카와온천의 요시노노사토의 노천탕.

ⓒ 안홍기

덧붙이는 글 |

교토·효고·돗토리 3부현(京都·兵庫·鳥取 三府?) 광역관광 추진실행위원회의 '한국 산인지오파크 유치촉진사업'으로 일본 주고쿠와 간사이지방의 북쪽 산인(山陰)지역을 4박5일간 훑어보는 여행에 참가했습니다. 돗토리현 동부에서 효고현, 교토부까지 이르는 북쪽 해안이 '산인'인데 북향이라 산에 해가 가린다 해서 '산그늘'이라는 뜻의 명칭이고,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입니다.

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