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70% 시대]미친 전셋값.. 아예 집 사버릴까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 전셋값이 7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매매거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에도 매매시장은 보합세, 전세시장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에 서울 아파트 평균 보증금도 3억원에 도달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2억9314만원으로 1년새 2645만원 올라 10% 가까이 상승했다. 이제는 3억원 정도는 있어야 서울에서 괜찮은 전세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세가율도 최고치로 치닫고 있다.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6.4%로 2002년 10월(66.2%) 이후 최고점에 도달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도 62.1%로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반 수준을 웃도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점점 줄어드는 전세매물로 인해 올 한해도 전셋값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수기에도 튀는 전세= 눈에 띄는 점은 한 겨울에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학군수요와 대학가 전세만 움직였던 평년과 비교하면 전세시장 수요 강약이 크게 바뀐 셈이다.
특히 서울 지역 전셋값은 새해 첫 주에도 0.10% 오르며 전반적으로 보합세에 그친 수도권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세 자체가 귀해진 탓에 높은 값에 나온 물건도 거래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전세수요는 꾸준한 반면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시내 매매를 포함한 전체 거래량(19만8876건) 가운데서도 월세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17%로 3%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전세는 11만5789건에서 10만4321건으로 62%에서 52%로 급감했다. 이 기간 매매거래는 4만1818건에서 6만76건으로 1만8000여건 가까이 치솟았다. 전셋값 폭등과 월세에 대한 부담으로 잠정적 예비 수요자들이 내집마련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없이 감당 못해= 문제는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오름폭은 2645만원. 이는 일반 직장인의 연봉 상한선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기존 전세를 2년 재계약하려면 수 천만원의 대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가계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 연말 통계청이 전국 2만가구를 조사한 결과 가구당 평균 부채는 5800여만원에 달했다. 이중 50%는 거주 주택을 포함해 부동산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냈다. 52%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줄어든 반면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사람들은 5.8%에서 올해 6.2%로 늘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전셋값이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돼 전월세 보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일반 이사수요까지 움직이는 봄철이 다가오면 상승폭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 곳 없는 전세난민= 올해 역시 전셋값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올해 아파트 전셋값은 3.2%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공기관 직원, 부동산 전문가, 공인중개사 등 96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응답자의 70%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값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떠나는 전세난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이 지난해말 발표한 시도별 인구 이동 결과에 따르면 전출자를 빼고 순수하게 유입된 인구의 숫자는 경기도가 3461명, 인천 2383명 순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서울에서는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많아 한달새 1만 1357명이 빠져나갔다.
서울시내 전셋값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용인, 고양, 김포, 평택 등이 대표적으로 이곳들은 지난해 미분양이 크게 줄어드는 동시에 수도권 전세가율을 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전세를 살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전세가율 60%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전셋값이 치솟아도 선뜻 집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전세가율이 지속적으로 뛰고 있다"고 언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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