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경제관련 법안 향방에 재계 촉각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새해 예산안과 국가정보원 개혁법안,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세법 개정안을 모두 연계해 일괄 타결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재계가 2013년 마지막날인 31일 경제관련 법안의 엇갈린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신규순환출자금지'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데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안이 합의된데 이어 내년 2월에는 노조법 개정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등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법안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투자촉진법, 유흥시설 없는 호텔을 학교 인근에 건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4·1 부동산거래 정상화 및 8·28 전·월세 해결책 중 하나인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법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야당의 반대 앞에 미궁속에 빠져있다.
재계가 가장 반발하고 있는 것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안이다. 과표 1000억원을 초과한 대기업이 각종 감면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인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7%로 올리는 게 골자다. 국회는 지난해 말에도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쟁점 법안들과 연계 처리 가능성으로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 있지만 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가 이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재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당장 기업들이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 측 관계자는 "기업들이 해마다 3000억원씩을 더 내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며 "이미 한 차례 인상하고 1년 만에 또 올리는 것은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최저한세율을 적용받는 대기업들은 시설과 연구개발에 투자를 그만큼 많이 했던 모범 기업들인데 새 법안은 이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면서 "결국 투자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소위에 걸려 있는 대기업 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 혜택 축소 방안을 두고도 재계에서는 탄식에 가까운 반응이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면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혜택이 줄어들면 의욕이 생기겠느냐"면서 "연구개발 인력 채용에도 소극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사위가 자산합계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출자총액제한대상)에 대해 계열사끼리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서는 기업의 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현실화하면 대기업은 인수합병 매물이 있어도 인수하지 못하며, 기업간 지분 거래를 제한하기 때문에 분사나 지주회사제 변경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마저 제대로 못할 수 있다"고 부작용을 경계했다.
반면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정부가 경제살리기 입법으로 추진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의 적극적인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회사와 합작투자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지분율 규제를 10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권은 연내 처리를 주장하나 야권 내에선 반대 의견이 비등한 이 법안이 만약 부결된다면 정치 논리 때문에 투자와 고용 모두를 외면한 격이 될 거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외국회사와의 합작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다면 외자유치는 물론 국내 일자리 창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다른 법안은 몰라도 이 법안만큼은 반드시 관철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대표적 경제활성화 법안이다.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의 경우 학교 인근에 설치할 수 있도록 입지제한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이지만 학습권 등 교육 문제를 이유로 법안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관련 법안 대부분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위한 주택법 및 소득세법 개정안의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야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우선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