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성소수자는 누구였을까

2013. 12. 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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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임윤수 기자]

여주(女主)가 위에서 정권을 잡고

아래에서는 간신들이 권세를 농간하고 있으니

나라가 장차 망할 것을

서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 확 풀리는 역사교과서 이야기 조선왕조사 > 255쪽)

얼마 전 내걸렸다는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에 실린 민심이 동조의 광풍을 일으키며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듯합니다. 대자보가 요즘에서야 생긴 것은 아닌가 봅니다. 위에 인용한 글은 조선시대 명종 임금 때, '양재역 벽서사건'으로 회자됐던 벽서의 내용입니다.

조선 왕조사 간추린 한 권의 책

< 확 풀리는 역사 교과서 이야기 조선왕조사 > ┃지은이 윤병욱┃펴낸곳 화담 출판사┃2013.11.25┃2만 3000원

ⓒ 화담 출판사

< 확 풀리는 역사 교과서 이야기 조선왕조사 > (지은이 윤병욱, 펴낸곳 화담출판사)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부터 27대 임금 순종까지, 스물일곱 분 왕의 역사를 기록한 < 조선왕조실록 > 을 간추려 정리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책은 조선시대의 흐름과 왕별 정치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스물일곱 분 왕의 실록을 왕별로 분류해 역사 순으로 구성·정리해놨습니다.

왕별로 구분돼 있는 내용은 제일 먼저 왕별 가계도를 흐름도(flowchart)로 작성해 놓은 것으로 어떤 임금이 어떤 가계를 이루고 있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왕별 실록 개요는 물론 그 왕을 대표할 수 있는 업적이나 특기할 만한 사건들도 시스템을 구비해 놓은 듯 왕별로 정리했습니다. 실록별 규모, 제작 시기, 제작 책임자, 특기사항까지도 세세히 알 수 있어 마치 < 조선왕조실록 > 이 잘 정리된 서고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 < 인종실록 > 은 인종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재위기간이 8개월에 불과해 실록도 2권 2책 밖에 없다. 즉위년(1543년 11월 16일-12월 말일)까지는 < 중종실록 > 제105권에 합편되어 있다.

1546년(명종1년)에 < 중종실록 > 과 함께 편찬을 시작해 1550년 9월에 완성했다. 편찬관이나 체제는 < 중종실록 > 과 비슷하다. 편찬책임자는 심연원·윤개·상진·신광한 등이다.(본문 246쪽)

책에서는 정사로 드러난 역사뿐만이 아니라 야사까지도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엮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며느리이자 문종의 두 번째 빈이었던 순빈 봉씨와 소쌍이의 낯 뜨거운 연애는 '조선 최초의 성소수자 사건'으로 소개됐습니다.

허응당 보우 스님은 문정왕후의 기둥서방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조선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은 성장해서도 음경이 오이처럼 드리워져 발기되는 때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록을 근간으로 한 조선 역사, 스물일곱 분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는 실록에서 발취한 내용을 통째로 살펴보면 왕별 치적이나, 사건별 특징과 개요, 시대적 배경 등을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 읽는 기분, 뉘 섞인 쌀밥 먹는 기분

글을 쓰고 책을 만들다 보면 오탈자를 낼 수도 있고, 오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가를 붙여 책으로 낸다는 것은 상품을 내는 것이니 거기에는 통상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정도를 넘었습니다.

찧지 않아서 겉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채, 쌀 속에 섞여 있는 벼 알갱이를 '뉘'라고 합니다. 뉘가 섞여 있는 쌀로 지은 밥은 제대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이 마치 뉘가 섞인 쌀로 지은 밥을 먹는 느낌입니다.

이 책 끝 페이지(524쪽). 차례와 내용에서는 순종을 27대로 설명하면서 이 책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이렇게 '24대'로 되어 있다. 뿐만이 아니다. 오탈자가 수두룩 하다는 걸 입증하려는 듯 끝 페이지에 조차 다른 오자들이 들어 있다.

ⓒ 화담 출판사

한 쪽에 서너 개 정도의 오탈자가 있는 것은 물론 중간제목까지도 엉뚱하게 들어간 것이 아닐까가 의심되는 곳도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나 구성은 좋을지 몰라도 정말 성의 없이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됩니다. 오자와 탈자는 물론 오류가 있는 부분이 족히 수백 곳(개)은 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필자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오류가 가장 많은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들어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개떡 같은 오자를 찰떡같이 새기며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또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뉘를 골라내며 밥을 먹듯 오자와 탈자를 수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정정해 가며 읽다보면 조선왕조사, 역사 교과서 이야기는 확 풀릴지 모르지만 수도 없이 많은 오탈자와 오류에서 받는 느낌은 꽉 막히는 답답함이며 '이 책 참 성의 없이 만들어 졌다'는 느낌입니다.

덧붙이는 글 |

< 확 풀리는 역사 교과서 이야기 조선왕조사 > (윤병욱 씀 | 화담출판사 | 2013.11.25. |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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