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브라이트' 저예산 공포영화라 무시 마라

2013. 12. 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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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서은영 기자]

영화 < 버닝 브라이트 > 포스터

ⓒ 라인트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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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숲 속의 주택 창문이 온통 판자로 막혀 있다. 곧이어 좀비들이라도 몰려오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건 아니지만 이 주택은 누군가의 악랄한 계획을 실현시킬 죽음의 장치이자 살육의 무대가 될 예정이다.

얼마 전 주말 영화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도 했었던 공포영화 < 버닝 브리이트 > 는 12일 개봉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예매를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이 영화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안방극장용 영화였단 말인가.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오히려 집에서 관람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바로 상황 설정의 독특함 때문이다.

밀폐된 집안에 호랑이와 함께 갇힌 남매가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인데, 누가 맹수를 집에 들였을지 정도는 쉽게 추측이 된다. 복잡하거나 정교한 플롯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설정이 가져다주는 공포감은 뛰어난 편이다. 여기에 내용의 75% 정도는 오로지 집 안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어두컴컴한 거실에서 영화를 본다면 오히려 극장 관람보다 더한 몰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 확실해서 뭐라고 평가를 내리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다. 도심에서 떨어진 장소, 적은 수의 등장인물들과 제한된 동선 등은 저예산 영화의 기준에 들어맞는다. 그럼에도 소품들은 잘 준비된 편이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도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다(허리케인이 단순한 태풍처럼 느껴지는 부분은 어쩌면 의도된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자동차가 날아와 집 한 부분을 부순다면 남매는 호랑이로부터 매우 쉽게 벗어나고 영화도 끝날 것이므로).

호랑이가 등장하는 부분도 CG를 썼다고 인식되는 장면이 크게 두 군데 정도 보이지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역대 공포영화들 가운데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설정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공포영화에 주연급으로 등장했던 동물들 대부분은 까마귀나 박쥐, 고양이, 개, 상어, 악어, 열대어(피라냐), 뱀, 늑대 같은 것들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호랑이의 등장은 어쩌면 공포영화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싶어 하는 이 영화의 야심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영화는 액션영화의 걸작인 존 맥티어넌 감독의 < 다이하드 > 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사투와 환풍구 속을 돌아다니는 주인공, 외부와의 교신이 악당(호랑이)에게 들킨다는 점, 탈출할 수 있는 순간에 가족을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또한 가족의 해체와 화해라는 테마도 다이하드와 유사한 부분이다. 땀에 젖은 속옷을 입고 사투하는 여주인공이 단지 섹시해보이고 싶은 의도로 그랬던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리라.

반면 이 영화의 문제는 전형적인 공포영화 클리셰들이 안일하게 남발했다는 점에 있다. 이를테면 대학생 주인공이 잠에서 깨어나니 위기가 다가온다는 설정이나, 2층 주택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멍청해서 죽는 등장인물 등이 그러하다. 다만 주택을 악령 들린 공간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여러가지 눈에 보이는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IMDB 평점도 5.8점이다. 공포영화 장르의 영화들이 대부분 박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 버닝 브라이트 > 는 지루한 주말에 한 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호랑이가 그르렁거리는 부분은 < 엑소시스트 > 에서 신부들을 공격하던 악마의 울음소리만큼이나 사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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