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서 만난 프랑스 색깔 도시..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

2013. 11. 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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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는 공존의 도시다. 열대의 야자나무, 맹그로브 나무와 침엽수인 소나무가 이웃하고 자라는 것처럼 도시 문화 역시 프랑스의 우아함과 멜라네시안의 순박함이 소통하면서 자기만의 색채를 빚어냈다. 바게트처럼 길쭉한 뉴칼레도니아 본섬(그랑드 떼르)의 남쪽에 위치한, 이 나라 여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남태평양에서 만난 프랑스, 누메아

누메아라는 항구 도시는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설레게 하는 곳이다. 모젤항에 줄지어 정박해 있는 요트들과 대형 크루즈선은 연인과 함께 하는 낭만적인 바다 여행을 상상케 했다. 앙스바타 해변, 시트롱 해변, 쿠엔두 해변 등에서는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노을이 질 때까지 한가로이 바다를 즐겼다. 햇볕은 적당히 따사로웠고, 습하지 않은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히려는 땀을 식혔다. 한국에서는 첫 눈 소식이 들렸지만, 지구 반대편의 뉴칼레도니아는 이제 막 초여름이 시작되는 때다.

F.O.L 전망대에 오르자 생 조셉 성당의 종탑 너머로 누메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유럽풍의 빨갛고 하얀 지붕의 집들이 가지런히 도열해 있다. 인구 10만명의 누메아는 프랑스가 세운 계획도시다. 영국인인 쿡 선장이 1774년 발견했지만, 1853년 섬을 점령한 것은 나폴레옹 3세의 프랑스 군대였다. 이후 죄수들과 매춘부, 강제 추방자 등이 섬에 보내져 항구와 도시를 건설했다. 서글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그 후손들은 세계에서 손꼽히게 풍부한 니켈 덕분에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현지인들은 '미스터 니켈' '킹 니켈' 등으로 불렸다.

도심에서 10㎞ 정도 떨어진 티나 반도 끄트머리에 세워진 치바우 문화센터를 찾았다. 카낙 민족의 지도자 장 마리 치바우를 기념하는 곳인데,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렌조 피나오가 설계를 맡았다. 세계 5대 건축물로 꼽히기도 한다. 남태평양 문화의 조각, 회화, 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고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리는 곳이지만,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훌륭했다. 소나무와 원주민의 전통 가옥 '까즈'를 형상화했다는 10개 동의 건축물이 바다를 향해 호방하게 팔을 벌리고 섰다.

해질 무렵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새우와 바다가재, 참치 등 해산물 요리, 달팽이 요리, 현지산 쇠고기 스테이크, 과일 샐러드 등을 골라 먹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현지인들이 더 사랑하는 휴양지, 사라메아

다음 목적지는 누메아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인구 900명의 산속 마을 사라메아. 19세기 개척 시대 초기 커피 재배지로 유명했던 지역으로, 여전히 뉴칼레도니아의 대표적 커피 재배지로 꼽히는 곳이다. 잘 정비된 2차선 도로를 한창 달리다가 산양과 노루가 서식하는, 라 포아라는 지역에서 낡은 철재 다리를 발견했다. 파리의 에펠탑을 건축한 구스타프 에펠이 디자인한, 마그리트 다리라고 했다.

산비탈 아래쪽으로 자리 잡은 녹색 평원에 소와 말이 같이 풀을 뜯고 있었다. 2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숙소의 이름은 도피·탈출이란 뜻의 'Evasion'. 맑은 계곡물로 유명한 사라메아 계곡 입구 쪽에 자리 잡은 정갈한 리조트였다.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듯 했다.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이 각별히 좋아하는 장소라고 직원이 설명했다.

일행은 쿼드라 불리는 산악용 오토바이를 탔다. 좁고 가파른 경사의 산길을 지나, 소와 말이 쉬고 있는 평원을 가로질러 굉음을 내며 달렸다. 말 한 마리가, 제가 더 빠르다는 듯 쿼드를 쫓아와 나란히 달리다가 돌아갔다. 허브 일종인 니아울리 나무가 바람으로 전하는 청량한 향기가 상쾌함을 더했다.

◇태고의 바람이 분다, 블루리버파크

블루리버파크를 찾은 일정 마지막 날은 비가 오락가락했다.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 프랑수아는 "오늘 우리는 원시의 자연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메아 동쪽의 야떼 호수를 중심으로 9000㏊에 이르는 공원은 가히 생태의 시간이 멈춘 곳이다. 입구부터 키 높은 아로카리아 나무가 열병식을 기다리는 군인들처럼 줄맞춰 서 있었다. 2억5000만년 전 중생대 초반에 나타났으니 공룡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나무들이다. 현재 전 세계에 19종의 아로카리아 나무가 남아있는데 그 중 13종을 블루리버파크에서 볼 수 있다. 아로카리아가 추운 날씨에 적응한 것이 소나무이고, 열대 지방에서는 잎 모양이 넙적해 진 카오리 나무가 됐다. 일행은 1000년을 살았다는 카오리 나무와 마주쳤다. 35m나 되는 가지를 펴고 서 있는 장군 같은 기상에 아무 말 없이 카메라 셔터만 눌렀다. 나무들 사이로 태고의 바람이 불어왔다. 이 공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둘기종인 노투, 뉴칼레도니아 까마귀, 식충식물 네펜더스, 칫솔나무 등 7000여 가지의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사람 키보다도 큰 고사리도 여럿 보여 만져봤더니 잎이 플라스틱처럼 딱딱했다.

블루리버파크에는 지구상에서 오직 뉴칼레도니아에만 볼 수 있는 카구 새 15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국조이지만, 천적이 없어 결국 나는 기능마저 잃었다는 기구한 새다. 여행객들은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허리를 굽히고 수풀 틈새로 카구를 찾았다. 프랑수아가 마치 개 짖는 듯 한 카구 울음소리를 녹음한 CD를 틀고서야 카구 세 마리를 일행 앞으로 꾀어낼 수 있었다. 키가 50㎝ 정도 돼 보이는 것이 닭과 덩치가 비슷해 보였는데, 종종 걸음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 내리는 야떼 호수는 설원을 보는 듯 은빛으로 반짝였다. 호수 한 가운데에 물을 뚫고 고사목들이 서 있는 장면은 연출된 영화 장면처럼 신비로웠다. '물에 잠긴 숲'이란 별칭도 붙어 있다.

그날 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진한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시 보고 싶다. 뉴칼레도니아!

누메아(뉴칼레도니아)=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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