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무법자 뉴트리아] 천적없는 최상위 포식자.. 남한강까지 출몰

2013. 11. 23.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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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뉴트리아는 1985년 식용 및 모피 사용 목적으로 국내에 수입돼 농가에 보급됐다. 하지만 생김새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모피 값이 떨어지자 농가에서 사육에 대한 매력을 잃고 심지어 자연에 풀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후 늪지나 하천변을 중심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부산, 경남 지역 등 낙동강 수계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생태계 교란과 농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최근엔 바다 건너 제주도와 충북 충주 등 남한강 수계까지 서식이 확인돼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19곳에 분포…7년새 3배 확산=22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뉴트리아의 분포가 확인된 곳은 전국 19개 행정구역이다. 2006년 6개 행정구역에서 3배 이상 늘었다. 부산 대구 충주 제주 양산 밀양 창원 김해 진주 함안 창녕 의령 합천 경산 성주 등 15곳에선 서식 개체를 과학원 측이 직접 확인했고 안동 상주 문경 예천 등 4곳은 지역민들의 목격 신고가 들어왔다.

뉴트리아는 추위에 약해 주로 영남지역(낙동강과 황강, 남강 수계)에 집중 분포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산발적으로 출몰하고 있다. 대부분 과거 사육 농가에서 탈출하거나 방사돼 같은 수계의 물길을 따라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아는 2001년 10월 오소리와 함께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등재됐다가 생태계 교란 등 문제가 발생하자 환경부 요청으로 올해 8월 가축에서 제외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기타 가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뉴트리아 사육 농가는 없다. 2005년 한때 사육 농가가 최고 13가구, 8238마리에 달했지만 계속 줄어 2011년에는 1가구, 1마리에 불과했다. 대부분 폐사하거나 자연에 풀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 마리가 방사됐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환경당국이 전국 서식 개체수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남한강에도 나타났다=충북 충주 가금면의 '입석 낚시터'. 충주호와 탄금호 등으로 연결된 남한강 수계인 이곳에도 '괴물 쥐'가 출몰한다는 얘기가 몇 년 전부터 낚시꾼들 사이에 돌았다. 하지만 환경과학원과 원주지방환경청은 올 초에서야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그간 서식 흔적이나 배설물만 찾았다가 지난달 뉴트리아 2마리를 확인했다.

환경과학원 길지현 박사, 이도훈 연구원과 함께 지난 5일 입석 낚시터를 찾았다. 넓은 저수지 주변에 갈대와 부들 등 뉴트리아가 좋아할 만한 수초가 무성했다. 이 연구원이 갈대가 쓰러져 평평하게 길이 나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기서 어미와 새끼를 봤다. 뉴트리아의 쉼터"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도 여러 개 발견됐다. 길 박사는 "남한강과 낙동강은 수계가 달라 낙동강 쪽에서 올라온 것은 아니다. 과거 주변 사육 농가에서 방사됐거나 번식한 개체들로 추정된다. 농가 등 피해가 보고되지 않은 걸로 봐서 개체수가 많은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얘기는 좀 달랐다. 낚시꾼 조학수(70)씨는 "물고기 담는 망태기를 찢거나 낚시찌를 망가뜨리기도 해 골칫덩어리"라면서 "탄금호 상류(종포수로)에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뉴트리아 10여 마리를 잡았다"고 했다. 입석 낚시터 주인 남동현(52)씨는 "3∼4년 전부터 뉴트리아를 봤다는 사람이 많았고 우리 시금치밭을 망쳐 놓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문제는 뉴트리아 개체수가 늘어나면 영역 다툼이나 먹이 활동을 위해 연결 수로를 따라 북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과학원은 현재 남한강 수계를 따라 서식이 추정되는 지역을 선정해 모니터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 뒤늦은 대응·퇴치프로그램 "글쎄"=뉴트리아의 생태계 교란과 농가 피해 우려는 1999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환경부는 10년이 지난 2009년에야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초기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확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됨에도 그동안 국가 차원의 퇴치프로그램도 마련되지 않았다. 또 현재 포획 업무가 지나치게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자체 간 개별 포획으로 인해 오히려 인접 지역으로 이동이 확산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할 부산 김해 등 10개 지자체는 2011년부터 자체 포획단 운영, 민간인 포획 보상금제 등 여러 방법으로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포획이 줄거나 중단되면 다시 뉴트리아가 증가하는 등 별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관련 지자체는 올해 6월과 10월에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7월부터 낙동강 하구(신덕습지 2곳)와 우포늪 등 3곳에 '인공섬트랩'을 설치했지만 숫자가 적어 지난 3개월간 30여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또 내년 예산 2억원을 확보하고 전문 포획단을 꾸려 지자체 합동 퇴치에 나서기로 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충주=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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