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는 취득세 인하로 복지후퇴와 서민증세 폭탄

2013. 11.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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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칼럼]

[미디어오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정부여당이 주택 취득세를 8.28대책 시점부터 소급해 인하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4.1 대책의 약발이 두 달을 넘기지 못 하자 토건업자들과 기득권 언론들은 취득세 감면 효과가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탓이라면서 취득세를 영구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한 결과다. 이에 앞서 정부는 8.28대책에서 취득세를 주택 가격별로 조금 다르지만 대략 취득세율을 1%포인트 가량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8.28대책 이후 호가 위주로 잠시 반등하는 것 같던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자 어제 부랴부랴 취득세 감면 확정 방침을 내놓았다. 자신들이 선동했던 '집값 바닥론'이 먹히지 않자 다시 정부와 정치권에서 법안을 확정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압박을 가한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 5년간 언론의 부동산 관련 보도행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패턴을 되풀이한다고 설명한 그대로를 다시 따라가고 있다 : 부동산 대책→집값 꿈틀→집값 바닥론→집값 재하락→"정부정치권이 필요한 조치 안 해서 부동산 무너진다"→"새 대책 내놔라"

어쨌거나 언론들은 또 다시 "얼어붙은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등의 보도를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있어 봐야 취득세 감면 효과 정도의 반짝 효과도 잘 안 나올 것이다. 왜 그럴까? 취득세 때문에 거래가 안 된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다음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집값이 비싼 것은 거래 과정의 취득세가 주요한 원인이다.-거래 수요가 있는데 취득세 때문에 비싸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된다. 거래 절벽이 걱정될 정도로 집값이 비싸다면 그것은 여전히 집값이 너무 비싼 때문이다. 물론 최소 몇 억원 짜리 주택을 거래할 때 1%의 취득세 부담을 깎아주는 것도 금액으로는 작지 않다. 하지만 집값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매입 및 거래 비용에 비춰보면 결국 1% 가량 할인해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원래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물건 값을 1% 할인해준다고 해서 살 사람이 얼마나 되나. 그것도 최소 수억 원 이상 하는 주택을 말이다. 이것이 백화점 바겐세일과 취득세 감면의 근본적인 차이다.

보통 백화점 바겐세일은 30~40% 할인이 기본이다. 이 경우 바겐세일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원래 눈독을 들이던 물건을 사려던 사람들이 세일 기간에 맞춰 사는 효과다. 2) 원래는 살 마음이 없던 사람들이 물건 값을 대폭 깎아주니 물건을 사게 되는 효과다. 그런데 취득세 감면에 따른 효과는 두 가지 가운데 1)번의 효과밖에 없다. 즉, 집을 원래 사려던 사람들의 취득세 감면 기간에 맞춰 집을 사는 효과는 생기지만 원래 집을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까지 집을 사게 하는 효과는 사실상 없다.

이는 그동안의 실제 거래 추이를 보면 단 번에 확인할 수 있다. < 그림1 > 의 위쪽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현상과 감면기간이 종료되는 마지막 달에 거래가 몰리는 막달현상, 그리고 이후 거래가 끊어지는 '절벽현상'이 분명히 발생한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종료 전후까지 포함한 4개월간의 평균거래량을 내보자. 그러면 < 그림 1 > 의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취득세 감면 기간 전후의 거래량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 효과가 전혀 없이 거래의 진폭만 키우고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8.28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면 백화점 바겐세일에서 나타는 1)번의 효과조차 사라질 것이다. 이제는 취득세가 인하된 상태가 일반적인 취득세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 그림 1 > 취득세 감면과 주택 거래량 추이

물론 어차피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취득세 인하가 법제화되면 사려고 기다렸던 대기수요가 일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어질 것이다.

대신 취득세 영구 인하에 따르는 한 가지 효과는 분명해진다. 광역 지자체 세수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 세수를 축내는 정책을 정부는 추진하고 있다. 정부 추산으로도 취득세 인하로 전체 광역 지자체 세수 가운데 2조 4천억원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이 정도 세수면 중앙정부가 지원에 난색을 나타내는 무상보육 예산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친다는 이유로 부동산 세금을 깎아준 결과 대다수 가계들을 위한 복지 혜택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블랙코미디인가. 효과라도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효과도 없는 취득세 감면으로 2조 4천억 지방세수 날리면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같은 취득세 코미디를 벌이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한 언론사들이 늘 '돈이 없어 복지를 못한다'고 주장해온 언론사들이다.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동산 세금은 얼마든지 깎을 수 있지만 복지에 쓸 돈은 결코 없다는 식이다. 이런 엉터리 보도들로 인해 거래 활성화 효과도 없는데,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 재정난을 부추기고 빈약한 복지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으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일반 시민들이 분노할 지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취득세 인하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메우겠다고 정부여당은 밝혔다. 기존 부가가치세에서 지방에 나눠주는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그만큼 중앙정부 세수가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직접세인 법인세와 소득세를 대폭 깎아주고 부가가치세수를 늘려온 추세로 볼 때 또 다시 중앙정부의 부족해진 세수는 부가세 대상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은 효과가 전혀 없는데도) 서민 증세를 하는 꼴이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조세제도를 통한 불평등 완화효과가 압도적인 꼴찌인데 이것을 시정하지는 못할 망정 소득 역진적인 간접세 부담을 늘리고 있으니 이게 무슨 짓인가. 떠받치지도 못하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겠다며 가뜩이나 빈약한 복지를 확충할 지자체 재정은 축내고 서민 증세를 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이 땅의 성실한 납세자라면 모두가 분노해야 할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게 과연 정부가 할 짓인가?

선대인경제연구소 www.sdi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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