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접착제 세계 1위 '헨켈'의 장수 비결..여성 간부 키우고 인재는 입도선매

'내년을 생각하면 돈을 남기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땅을 남기고, 100년 후를 생각하면 사람을 남겨라'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일본에 장수 기업이 많은 비결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일본과 함께 장수 기업을 많이 보유한 또 다른 나라가 독일. 독일엔 창업 200년 이상 기업이 1500개 넘게 있으며, 100년 이상 된 유명 기업도 BMW, 보쉬, 헨켈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지난 10월 15일(현지 시간) 137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생활용품·화학 전문 기업 헨켈을 직접 방문해 장수 비결을 들어봤다.
독일 중서부 라인강 끝자락에 위치한 뒤셀도르프.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루르지방 중심도시다. 독일 국제비즈니스와 금융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며, 패션과 무역 박람회로 유명하다. 뒤셀도르프 시내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20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지역은 홀트하우젠(Holthausen). 이곳에 약 142만m²(약 43만평) 규모 헨켈 본사가 있다.
공장이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정돈된 헨켈 본사는 한적한 대학 캠퍼스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본사 북쪽엔 생산 공장이 있으며, 남쪽엔 마케팅 등 일반 사무실과 R&D(연구개발) 시설이 위치했다. 응급환자를 대비해 의사 7명이 상주해 있으며, 제법 규모가 큰 도서관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헨켈 임직원 숫자는 약 5200여명. 뒤셀도르프 인구가 약 60만명이니 뒤셀도르프시에 거주하는 100명 중 한 명은 헨켈 직원인 셈이다.
헨켈은 주방용 세제와 살충제, 산업용 접착제를 생산하는 생활산업용품 전문 기업이다. 1876년 프리츠 헨켈(Fritz Henkel)은 독일 도시 아헨에서 헨켈을 설립했으나, 2년 뒤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뒤셀도르프로 본사를 옮겼다. 현재는 세제·홈케어, 뷰티케어, 접착 테크놀로지 등 3개 사업 분야에서 매년 200억유로(약 30조원)가량 매출을 거두고 있다. 사업 비중은 각각 3:2:5 비율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130년 이상 회사가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헨켈 측은 "혁신, 지속가능성장, 사람" 이 3가지로 요약했다.
"혁신 제품은 미래 기업 성공의 초석이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카스퍼 로스테드(Kasper Rorsted) 헨켈 CEO의 말처럼 헨켈은 지금까지 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시장 요구에 맞춘 고성능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헨켈 고유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 현재 헨켈 매출액의 30% 이상은 출시한 지 3년이 안 된 신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1907년 헨켈은 세계 최초로 세탁용 세제인 '퍼실(Persil)'을 선보였다. 퍼실은 지금도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세제. 퍼실 개발 이후 유럽 가정주부의 빨래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할 만큼 당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이후 선보인 수많은 신제품들도 지속적인 혁신의 결과물이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점도 장수 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속가능성장이란 경제성장, 환경보전, 사회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21세기형 경영 방식이다.
헨켈은 관련 투자를 이미 30년 전부터 시작했다. 20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가장 먼저 발간했던 회사 중 하나인 헨켈은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에서 6년 연속 관련 부문 1위에 올랐다. 국내 대기업 L사는 헨켈 지속가능성장을 직접 배우기 위해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우베 버그만(Uwe Bergmann) 헨켈 지속가능성장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다른 회사들이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를 두는 것과 달리 우리는 팀원을 관리하는 매니저급 이상 직원들이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한다"라고 말했다.
헨켈의 지속가능 전략은 가치 창출을 높이는 대신 물, 자원, 에너지 등의 사용량과 오염을 최소화한다는 것. 우베 버그만 총괄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이 경영 전략을 통해 물 44%, 에너지 43%, 산재 86% 등을 줄였다. 2030년까지 현재 대비 3배 이상 효율성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여성 할당제 필요 없다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력 관리의 중요성은 헨켈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헨켈은 다양한 인재를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성별, 국적, 연령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
약 8년간 근무한 도로시 게이셀(Doro thee Geisel) 헨켈 미디어 담당 직원은 "여성을 위한 특별한 할당제도가 굳이 필요 없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여성 근무자들을 위해 육아를 위한 홈 오피스 근무환경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고 말한다.
헨켈은 '재능관리(Talent Manageme nt)'란 회사 자체 툴을 통해 직원들 업무 수행 능력 평가를 한다. 이 툴은 지금까지 그 직원이 어떻게 성장했으며, 향후 어떻게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측정한다.
옌스 플링크(Jens Plinke) 헨켈 글로벌 고용 브랜딩 총괄은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개인 커리어는 중요하다. 헨켈은 '트리플 투'라는 제도를 운영해 개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사 시스템도 비교적 공정하다. 특정 직원을 직속상관 한 명이 아닌 여러 상관이 다면 평가를 통해 측정한다"고 말했다.
'트리플 투'란 직원 커리어를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네럴리스트로 개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2개 국가와 2개 사업 부문, 2개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활동도 잊지 않는다. 헨켈은 약 20~25년 전부터 인턴 제도를 운영해 왔다. 옌스 플링크 총괄은 "인턴 제도는 회사와 학생이 서로 가장 잘 알 수 있는 제도로 인재 유치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틸로 바이스 헨켈 접착 테크놀러지스 신사업 총괄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

틸로 바이스(Tilo Weiss) 헨켈 접착 테크놀러지스 신사업 총괄은 헨켈 접착제 관련, 신규 사업을 모두 총괄하는 임원이다. 과거 산업용 접착제는 합판, 판넬 등을 붙여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최근 이종 소재 간 결합과 접착, 복합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틸로 바이스 총괄은 2000년에 헨켈에 입사했으며, 아시아·태평양(AP) 구매 총괄, AP 전자사업부 총괄 등을 거쳤다. Q.헨켈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A.새로운 기술은 항상 등장했으며, 혁신은 계속 진행됐다. 13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특히 접착제는 우리가 선도 기업으로 신기술을 선보이면 항상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하곤 했다.
Q.
세계 접착제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A.
접착제 시장은 연평균 4% 이상 꾸준히 성장 중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600억유로(약 87조원)로 헨켈은 약 80억유로 이상(약 11조6000억원) 매출을 기록해 시장점유율 1위다.
Q.
접착제 시장에서 혁신의 중요성은.
A.
접착제가 앞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 볼트와 너트 연결, 각종 용접을 접착제가 대체하면 외형이 훨씬 가벼워진다. 접착제는 이미 첨단 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다. 헨켈은 자동차, 금속 등 일반 산업부터 전자 산업, 각종 소비재나 건축용, 라벨, 신사업과 통합 솔루션 등 각종 기기에 적합한 접착제 솔루션을 모두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다. 특히 첨단 접착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조명이 뜨거워져도 접착 기능을 유지하는 접착제, 모바일 기기에서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고 배터리 수명을 증가시키는 특수 접착제 등 접착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Q.
헨켈의 혁신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나.
A.
전 세계 10개의 R&D(연구개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올해 9월에는 서울 가산에 접착제 사업부 R&D 센터를 오픈했다. 한국에 흩어져 있는 기술 지원, 제품 개발 담당 인력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또 모든 직원들과 동료, 고객사, 소비자 등 8개의 다른 소스로부터 아이디어를 받는다. 제품부터 시스템, 도구, 프로세서와 같이 아이디어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모아 선별 작업을 거쳐 실질적 제품 개발에 적용 중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30호(13.10.30~11.0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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