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나들 (3) 첫 기도응답으로 받은 최고의 선물 '마틴 기타'

2013. 10. 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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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좋았던 것은 기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과 일대일로 대화한다는 게 신비하기만 했다. 기도하면 들어주신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하나님은 초신자에게 특별히 배려해주시는 것 같다. 초신자의 기도는 즉각 들어주셨다. 기도 응답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만큼 눈에 보이게 응답하셨다. 내 경우가 그랬다. 나의 첫 기도 응답은 악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기타를 하나님이 주셨다.

1999년 일기예보 5집 앨범 작업이 한창때였다. 당시 나는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다. 지금은 외제차가 흔하지만 90년대만 해도 귀했다. 외제차를 타고 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손가락질도 받았다. 외환위기로 금 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남들은 나라를 살리겠다고 장롱에 숨긴 금을 꺼내놓는데 외제차가 웬 말이냐"라는 눈총이 있었다.

기독교인이 된 뒤에는 이런 점이 마음을 찔렀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외제차를 헐값에 팔고 국산차를 샀다. 그랬더니 차익이 현금 300만원 정도 생겼다.

많이 아꼈던 차였기 때문에 팔고 남은 돈 300만원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싶었다. 마땅한 기타가 없었던 나는 이참에 평생 사용할 만큼 좋은 기타를 사고 싶었다. 그래서 기도했다.

당시는 어쿠스틱 기타라면 '마틴 기타'가 최고였다. 중고제품도 많이 거래됐다. 기타의 나무 몸통이 오래될수록 소리가 좋아 기타리스트들은 중고를 더 선호하기도 했다.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음악을 하면서 정말 갖고 싶었던 기타가 하나 있었습니다. 음악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미국 마틴사에 직접 주문해 받은 기타입니다. 기타 코드를 잡고 처음 줄을 튕겼을 때 들은 깊은 울림을 잊지 못합니다. 저도 그런 기타를 하나 주십시오."

장황하고 구체적으로 기도했다. 며칠 후 음반 작업을 하러 스튜디오에 갔다. 내가 쓰던 기타를 조율하고 녹음실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 마틴 기타가 놓여 있었다. '누구 거지?'

기타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C코드를 잡고 줄을 튕겼다. '디리링∼.' 소리에 깊이가 있었다. 내가 쓰던 기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리였다. 누구 것인지 모르지만 이 기타로 녹음하고 싶었다. 엔지니어에게 허락을 받고 녹음실에 들고 가 연주했다. 녹음은 만족스러웠다. '나도 이런 기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감생심이라 생각하고 녹음실을 나왔다. 사나흘 뒤였다. 엔지니어가 전화를 했다. "그 마틴 기타 있잖아요. 주인이 그걸 팔고 싶다고 하던데요."

나는 즉시 달려갔다. 얼마가 됐건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인은 급전이 필요해 아깝지만 팔게 됐다고 했고,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나는 너무 기뻐 주인이 원하던 가격보다 10만원을 더 줬다.

나는 기타 주인에게 언제 어디서 산 기타인지 물었다. 그는 악기판매점인 낙원상가의 마틴 기타 매장에서 샀다고 했다. 마틴 기타 주인에게 직접 산 것은 아니지만 중고판매상으로부터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들었다고 했다. 이 기타의 첫 주인은 기타리스트 연석원으로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팔고 간 것이라고 했다.

순간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하나님 대단하시네요!"

연석원은 내게 음악을 가르쳐준 그 선생님이었다. 중고로 산 기타는 수년 전 연석원 선생님께 음악을 배우면서 접한 정말 갖고 싶었던 바로 그 기타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정확하게 내가 갖고 싶었던 바로 그 마틴 기타를 주신 것이었다. 그 기타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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