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문화 저변엔 공동善 추구하는 '조치알 정신'

2013. 10. 6. 18: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브라보! 브라보!"

지난 9월 12일 밤, 독일 수도 베를린 티어가르텐 지역에 위치한 베를린필하모니. 헝가리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의 '목각인형 왕자' 등 베를린필의 명성을 실감케 하는 연주였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나고 객원 지휘자 앨런 길버트(Alan Gilbert·뉴욕필 음악감독)가 객석을 향해 인사하자 관중은 열광했다. 기립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D석 맨 뒷자리에 있던 수수한 옷차림의 슈테파니 뮌스터(32)는 누구보다 환호했다. "변호사일을 했으나 지금은 실직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정부 지원 덕분에 이렇게 단돈 3유로(4400원)로 호사를 누린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제일 비싼 로열석 티켓 가격은 72유로. 우리 돈으로 10만원 넘게 드는 고급 예술을 백수가 5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건 '조치알힐페(Sozialhilfe·사회적 구제)'라는 저소득층 및 실직자 지원제도 덕분이다. 베를린주정부는 조치알힐페에 등록한 사람들이 베를리너패스를 신청하면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고급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3유로 문화티켓'을 준다.

조치알(sozial). 9월 중순 독일 문화를 취재하러 1주일여 머문 동안 가장 귀에 박힌 말은 이 단어였다. 무엇보다 독일은 헌법에서 데모크라티셰 '조치알' 분데스슈타트(민주 '사회복지' 연방국가)를 표방한다. 문화복지 정책과 예술인 지원 정책을 설명하는 고위 공무원, 기부문화를 실천하는 평범한 시민, 과거청산 작업을 상징하는 유대인희생자기념재단 책임자 등 이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튀어나오는 형용사는 조치알이었다. 독일인의 일상과 문화·예술, 그리고 전통가치의 지층 아래 조치알 정신이 도도히 흐르는 것 같았다.

조치알은 공유의 정신,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종의 나눔의 정신으로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한다.

지난달 16일 베를린에서 쾰른으로 가는 고속열차 ICE 안에서 옆에 앉은 승객에게 당신에게 조치알은 어떤 의미로 느껴지느냐고 물었다. 54세로 여행사를 운영한다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minimum for life)이지요. 먹고 입고 집을 렌트하고 학교를 가는 데 필요한 돈입니다. 콘서트에 가기 위한 돈도 물론 포함되지요."

조치알은 독일인들에게 이렇듯 일상과 문화를 영위하는 기본적인 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Key Word-조치알 정신

조치알(sozial)은 영어의 소셜(social)에 해당하는 단어지만 상당히 다르게 쓰인다. 독일 두덴사전은 '사회의, 사회적인'이라는 뜻 외에 '공동이익(또는 선)을 위한, (경제적으로) 약한 자들을 보호하는' 등으로 정의한다. 종교개혁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개인의 자유와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독일 특유의 정신이다.

베를린·쾰른=손영옥 문화생활부장 yosohn@kmib.co.kr

▶[독일을 넘어 미래 한국으로] 관련기사 보기

인기기사

  • 나사 중대발표라더니… 세계 네티즌 속인 남자 "너 가만 안 둬"
  • "차라리 괴담이길" 일본산 고등어 국내산으로… 경찰 수사
  • 추신수의 신시내티, 베이커 감독 경질 "얼떨떨하네"
  • "아! 류현진, 결국 이렇게 됐네"… 부담스러운 3차전
  • '롯데 여신' 박기량, 성형 의혹에 "치아교정일 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