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형 모기지? 로또 사보는 심정이죠"
[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 23일 우리은행 본점. 한 은행원이 은행을 찾은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
ⓒ 김동환 |
"결혼 예정이라 집은 필요한데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어서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 다음달 1일 출시되는 공유형 모기지 대출 사전상담을 받고 돌아가던 신유식(가명, 31)씨는 대출 사유를 묻자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로또 한 번 사보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대출 주관 금융사인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우리은행 전국 지점에서 대출 사전 상담을 시작했다. 정부의 8.28 전세대책 발표와 함께 연금리 1%대의 파격적인 대출 조건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것에 비해 은행 점포를 찾는 상담객 숫자는 많지 않았다.
"일단 집 구하는 게 우선...대출금 많은 수익공유형 신청"
공유형 모기지는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전세대란의 대책으로 주택매매 활성화를 제시하면서 내놓은 금융상품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일단 낮은 금리로 주택구입 자금을 빌려주고 차후 주택 시세에 따른 손익이 생기면 주택기금과 공유토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상품 종류는 부동산 시세차익을 나누는 수익공유형과 집값이 떨어졌을 때 손해를 공동 부담하는 손익공유형 두 가지다. 수익공유형은 2억 원 한도 내에서 한국감정원이 정한 집값의 최대 70%까지 연이율 1.5%로 빌릴 수 있다. 손익공유형은 2억 원 한도 내에서 집값의 최대 40%까지, 연 1% 금리(5년 이후에는 연 2%)로 대출받는 조건이다.
이날 은행 상담창구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한 30대 남성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대부분 겉옷 없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방문한 인근 지역의 30대 남성 회사원들이었다.
충분한 목돈이 없는 회사원들은 대체로 수익공유형 상품을 선호했다. 주택 구입 후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살 곳을 구하는 게 급하다는 반응이었다. 신유식씨는 "1%대 낮은 금리에 끌려서 왔다"면서 "일단은 집을 구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70%까지 대출이 되는 수익공유형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에 사는 결혼 2년차 유 아무개(32)씨 역시 수익공유형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집값 대비 대출금액이 더 많다는 게 이유다. 유씨는 "전세로 살던 동네가 재개발 예정지가 되는 바람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사이 전세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고민하다가 공유형 모기지 대출을 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을 받고 나오며 "인터넷 접수가 관건이라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우리은행 인터넷뱅킹으로 선착순 5000명의 대출 접수를 받고 1, 2차 심사를 거쳐 그중 3000명에게만 대출을 실행할 예정이다.
"집값 내려갈 것 알지만...그나마 손해 적은 손익공유형으로"
당장 필요한 자금 규모가 비교적 적은 회사원들은 손익공유형 상품을 지목했다. 박진우(가명)씨는 "전세 계약기간 따라서 2년마다 이사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였는데 금리가 저렴한 상품이 나온 김에 대출 좀 해서 내 집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왔다"면서 "집을 사긴 사지만 그래도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으니 그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손익공유형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전세 보증금에 집값 대비 40% 정도의 대출을 받으면 충분히 주택구입이 가능하니 수익공유형보다 안전한 손익공유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이날 상담 중에 자신이 공유형 모기지 상품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내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을 넘기 때문. 그는 "1%대 대출이 안 된다면 집 사는 것 자체를 아내와 다시 상의해봐야겠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날 은행 상담창구는 예상 외로 한산했다. 오후 2시까지 우리은행 본점을 찾은 공유형 모기지 상담객은 6명 내외. 인근 지점 역시 오전 내 상담객이 4명 정도에 그쳤다. 예상보다 적은 상담객 숫자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전상담 시작하기 전에도 9월 내내 일반 상담을 통해 이 상품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 고객들의 경우 대부분 수익공유형을 선호한다"면서 "공유형 모기지 1차 선정인원인 5000명에 들지 못하면 바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은 다른 조건은 비슷하지만 대출 금리가 연 3.3%로 공유형 모기지 상품의 2~3배다.
직접 대화를 나눠 본 상담객 중에 일단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집을 사겠다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 그는 "'어떻게든 돈은 나오는 게 맞죠?'라고 묻는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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