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희망지기-김철수] 저 여린 가슴에도 이제 희망이 뜁니다 가장 좋은 약은 역시 사랑·기도입니다

2013. 9. 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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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명성기독병원 김철수 원장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과 인접한 와레다 지역 9만㎡(2만7000평) 녹지에 교회를 비롯, 8개 동의 건물이 아름답게 솟아 있다.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가 의료선교를 목적으로 2004년 건립, 10년째 지원하고 있는 명성기독병원(Myungsung Christian Medical Center·MCM) 타운이다. 그동안 MCM에 들어간 후원액은 2600만 달러, 300억원이 넘는 큰 액수다. 청명한 한국의 가을 날씨 같았던 지난 1일, 의료선교사로 파송받아 사역 4년째에 접어든 김철수(59) MCM 원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에티오피아는 참 아름다운 나라예요.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착하고 친절합니다. 아프리카 유일의 한국전쟁 참전 우방국으로,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의 나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인구 10만명당 의사비율 0.2명, 5세 이하 유아사망률이 10%가 넘는 의료사각지대입니다. 1인당 연소득 991달러로 세계 169개국 중 157위의 최빈국입니다."

김 원장의 첫마디에서 에티오피아를 향한 그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났다. 하기야 이런 애정과 소명이 있기에 연소득 2억원의 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직을 마다하고 먼 이곳 아프리카까지 날아온 게 아닐까.

장로이자 의사인 부친(김국보) 덕에 김 원장의 삶은 지극히 평탄했다. 조부로부터 신앙의 맥을 이어받고 의사란 직업이 주는 경제적 윤택함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기에 충분했다.

"개인병원을 하며 서울 고덕동으로 1990년 이사를 했어요. 집과 가까운 명성교회를 출석하게 됐지요. 그런데 김삼환 목사님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영적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할까요.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의미에 대한 해답을 얻었습니다. 선데이 크리스천에서 진정한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장로 임직도 받았고요."

93년 김 목사는 에티오피아 부흥집회 강사로 초청을 받았다. 이곳 사람들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삶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김 목사는 당시 민주총선으로 첫 당선된 멜레스 제나위 총리와의 면담과정에서 병원을 설립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멜레스 총리가 94년 정부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또 병원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청와대에서 멜레스 총리를 다시 만난 목사님이 저를 부르셔서 에티오피아 병원 설립 마스터플랜을 짜보라고 하셨지요. 사실 처음엔 좀 황당했어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이내 난관에 부딪쳤다. 교회가 먼 아프리카 땅에 엄청난 액수를 들여 병원을 짓는 것도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누가 운영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숙제였다. 한국도 동남아도 어려운 곳이 많은데 왜 그곳까지 가야 하느냐는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즈음 맞물린 IMF도 병원설립 추진력을 떨어뜨렸다.

"여러 차례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만든 계획서를 전달해 드렸는데 김 목사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그리고 말씀하시길 '우리 각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이 있듯 교회도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 병원설립은 명성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고 특별한 몫이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추진해 나가자'고요. 비장하게 말씀하시는 그 음성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우여곡절을 거쳐 2001년 시작된 병원공사는 3년 만에 준공돼 2004년 11월, 개원식을 갖는다. 160병상으로 에티오피아 최고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췄다. 초대 원장은 네팔선교사로 유명한 강원희 장로가 맡았다. 강 원장이 은퇴한 뒤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오랫동안 사역한 노르웨이 선교사의 아들 아이나 에릭슨 박사가 1년간 원장직을 수행했다.

"사실 제가 MCM 추진과 준공까지 수십 차례 이곳을 왕복했기에 언젠간 제게 이곳에 가라고 말씀하시지 않을까 내심 염려했어요. 다만 이때가 늦게 오기를 항상 기도했지요. 그러나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2010년 5월, 당시 일산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임하던 그에게 "김 장로님이 에티오피아에 가 주셔야 하겠다"는 김 목사의 말에 그는 두말 않고 "예"라고 순종한다. 다만 아내와 자녀(1남2녀)들을 설득하는 게 문제였다.

"제가 노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에 이 부분도 참 죄송했어요. 그러나 부모님은 쾌히 수긍을 해주셨고 아내도 금방 뜻을 같이 해줘 감사했지요. 오히려 자녀들이 우리의 현지 삶이 염려됐는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독립할 나이가 된 자녀들이었기에 마음의 부담은 없었습니다. 이미 변호사로, 의사로 제 몫을 하고 있기도 했고요."

2010년 7월, 김 원장은 명성교회 의료선교사로 정식 파송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주변을 정리하고 8월에 MCM 원장으로 부임했다. 선교사로서의 기본적 예우는 받지만 그가 현지 병원장으로서 받는 급여는 '0원'이다.

"의료선교사로 헌신할 정도의 믿음이 제게 있다고 여겨지진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이 이끄시는 과정을 인정하고 순종할 뿐이지요. 하나님이 부르셨으니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사역들에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하루하루를 지냅니다."

명성기독병원이란 공식 이름이 있음에도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곳을 '코리안 호스피털'이라고 부른다. 한국인이 하는, 한국정부가 하는 병원이라는 뜻이다. 이 나라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갖춰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도 자주 찾아 병원은 더 유명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아프리카 순방 중 이곳을 방문했다.

MCM은 이제 경상비가 자체적으로 마련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아졌다. 전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새 건물 건축이나 의료장비 도입 등 굵직한 씀씀이는 여전히 명성교회에 손을 내민다. 현재 MCM 모든 수익은 빈곤층 무료진료와 오지 이동진료, 극빈자 및 한국군 참전용사 무료진료에 사용된다. 병원 내에 사목실을 두고 환자들을 위해 수시로 기도해줌으로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이어지고 있다.

"MCM이 이 나라에서 차지하는 민간외교 열매는 엄청납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모두 고마워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지요. MCM은 에티오피아가 한국을 위해 6000여명의 군인을 보내준 사랑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인구 9000만명이 넘는 에티오피아는 폐렴 콜레라 결핵 등 감염성 질병이나 수인성 전염병이 돌면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기도 한다. 철저한 예방과 주사 한 대로 살릴 수 있는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

진료만으로 한계를 느낀 MCM은 부족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지난해 명성의과대학(MMC)을 병원 내에 설립했다. 올해까지 한 학년 30명씩 현재 1, 2학년 60명이 수업 중이다. 6년 과정의 MMC 학생들은 50%가 장학생이다. 이들은 머지않아 이곳에서 배운 선진의술을 갖고 에티오피아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의사가 되어 잘 살겠다는 생각이 아닌, 의사가 되어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사명감 있는 학생들을 뽑았습니다. 신앙으로 잘 무장시켜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명의(名醫)로 키워낼 것입니다."

김 원장은 요즘 에티오피아내 외국인 및 상류층 연 2만명이 타국에 나가 진료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수용할 특급병원 설립을 구상 중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빈민층을 위한 무료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을 줄이려면 모자보건병원이 꼭 필요합니다. 2016년쯤 이를 설립하고 이듬해 전문간호사 훈련생을 2년 정도 교육시킨 뒤 2019년부터 에티오피아 전역에 보낸다는 계획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아동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종합병원에서 일한 경험들이 이곳에서 병원장직을 수행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김 원장은 "미국에서 은퇴한 한인 의사 여러 분이 자비량 교수 및 의사로 와주셔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MCM 및 MMC 직원은 현재 425명이다. 이중 의사 11명을 포함해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 한국인이 43명, 제3국 의사 및 의료진이 22명, 에티오피아 의사 및 직원이 360명이다. 이곳에서 오지에 우물을 파주는 프로젝트(MCW)도 병행하고 있고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거나 추방당한 선교사들이 머무는 선교 전진기지로서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아내에게 참 미안해요. 저야 진료하고 강의도 하며 업무처리에 바쁘게 보내지만 아내는 문화적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도 병원 곳곳을 누비며 전도를 해 결신을 받아내는 것이 참 신기해요."

부인 이명하(55) 집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4년째인 이곳 생활이 크게 힘들지 않고 오히려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며 "에티오피아 영혼들을 사랑하고 또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한국인들이 서로 잘 협력하도록 나름 열심히 사역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많은 선진국들이 에티오피아에서 병원과 교육기관을 세우려 노력했지만 MCM처럼 10년 가까이 운영하며 성공한 사례가 없다. 그 이유는 시혜자가 원하는 것만 수혜자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지금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 또 단순한 도움보다 스스로 일어서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반드시 깔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30년 전 무지했던 조선 땅을 깨워 변화시킨 것은 한국 땅에 온 파란눈의 서양 선교사들이었다. 이들이 전한 의술과 교육, 신앙은 한국인의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변화시켜 나라발전의 동력이 됐다. 그런 면에서 모든 것이 척박하게만 느껴지는 에티오피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철수 원장과 수십명의 한국인들. 이들이야말로 제2의 알렌이고 언더우드요, 스크랜턴이 아닐까.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글·사진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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