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늘고 청약 호조..실수요자 주목하는 가을 주택시장
서울 아파트값 14주 만에 반등…8월 거래량도 30%↑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주요 법안 국회 통과가 변수"
이달 들어 아파트 거래가 늘고 신규 분양 단지들이 순위 내 청약을 마치는 등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입자의 주택 매수를 유도하는 '8·28 전·월세 대책' 기대감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14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두 축인 거래시장과 분양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등 규제 완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움츠린 투자심리가 개선돼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
30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신고일 기준)는 2491건으로 취득세 감면 종료 여파로 거래가 급감한 7월(1908건)보다 30%가량 늘었다. 이는 작년 8월(2236건), 9월(2125건)과 비교해도 200~300건가량 많은 수준이다.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풍향계로 꼽히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거래 건수도 311건으로 7월(202건)보다 100건 넘게 증가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가 한 달 새 56건에서 120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재건축을 위한 건축심의 신청이 이어지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이 움직이고 전셋값 상승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 수요가 살아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잠실동 에이스공인 관계자는 "투자수요가 많은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 단지는 물론이고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입주 5~10년차 아파트도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몰린 분양시장
지난 주말 일제히 모델하우스를 열고 이번 주 청약을 받은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청약자가 몰렸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용인과 부천 등 수도권 분양 단지들도 모처럼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물산이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는 81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690명이 몰려 평균 3.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 14개 주택형 가운데 전용 98㎡C형 12가구를 제외한 13개 타입이 모두 1·2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래미안 부천 중동'도 3순위까지 평균 1.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현대산업개발·대림산업 등이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에 공급한 '텐즈힐'도 평균 1.0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84㎡ 크기의 7개 주택형은 410가구 모집에 619명이 신청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울산 번영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10 대 1을 넘는 등 지방 분양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반더펠트의 호한철 대표는 "지방은 물론 상대적으로 분양시장 침체가 심했던 수도권에서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9월 정기국회가 분수령
정부의 전·월세 대책도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집계 결과 이번 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각각 0.03%와 0.01% 올랐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서울 -0.05%·수도권 -0.03%)과 국민은행 부동산(서울 -0.02%·수도권 -0.03%) 등의 집계에서는 아직 하락세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반등 여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취득세율 영구 인하(지방세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소득세법) △분양가 상한제 신축운영(주택법)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주택법) 등 주요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들이 통과돼야 주택시장 회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움직일 수 있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1주택자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인 내용이 많았던 '4·1 부동산 대책'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효과가 반감됐다"면서 "부동산시장은 심리적인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주요 대책들의 입법화가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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