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대책을 전월세대책이라고 우기는 박근혜 정부

2013. 8. 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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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돌직구]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민생살리기'는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다

[미디어오늘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민생'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민생'을 전유하면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과 정당을 민생은 도외시한 채 정쟁만 일삼는 무리들로 낙인찍곤 했다.

박근혜 정부는 28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였다. 대책의 주된 방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인하, 장기 주택 모기지 공급 확대 등을 통한 매매수요 전환 촉진, 월세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한 전월세 부담 완화,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다.

언뜻보면 그럴 듯해 보이는 8.28대책은 그러나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이라기 보다는 건설업체와 다주택자들을 위한 매매대책에 가깝다. 지금의 전월세난은 주택시장의 근본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컨센서스의 형성, 매매시장에서 불로소득을 추구하기 어렵게 된 투기자금의 임대차 시장으로의 진입,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데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자 빠르게 줄고있는 전세물량, 이명박 정부에서 돌관적으로 추진된 동시다발적 도심재생사업으로 인한 기존주택의 대규모 멸실, 급격히 줄어든 공공임대물량 등이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들이다.

주택시장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데다 지금과 같은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며, 주택구입자금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금리를 낮춘다 하더라도 주택구입수요가 지속되기 어렵다. 반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의 폭증, 취득세 등의 감면으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악화, 하우스 푸어 양산 등의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재앙적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민생'을 근심하면서 전월세대책을 내놓는 것이라면, 먼저 전월세난의 해소가 지난한 과제임을 시민들에게 솔직히 시인하고 당분간 고통을 감내해 달라고 호소해야 옳았다. 그 다음 단기적인 전월세 대책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고, 재정의 우선순위를 변경해서라도 다양한 유형과 형태의 공공임대와 준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 시장에 공급해야 했다.

또한 장기적인 전월세대책으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 8 이상으로 여전히 지나치게 과도한 수도권의 집값을 적정 주택가격 수준(3~5)으로 하향안정화시켜 정상적인 주택구매수요를 유도해야 했다. 주택가격하향 안정화를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딱히 없다. 효과도 없을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을 살리는 전월세 대책이 아니라 거꾸로 민생을 죽이는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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