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 원작 뛰어넘은 고현정의 연기

2013. 8. 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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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동균 기자]

▲ 고현정

< 여왕의 교실 > 에서 마여진 역할을 맡은 고현정

ⓒ 우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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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의 교실 > 은 결코 일본 드라마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채 시작했다. 한국적인 설정과 16부작이라는 길이의 차이로 여러 에피소드를 추가하기는 했지만, 결국 시작부터 결말까지 < 여왕의 교실 > 은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 여왕의 교실 > 은 호평을 이끌어 냈다. 초반에는 잔인한 여교사 마여진(고현정 분) 캐릭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혹평이 대세였지만, 어느 순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에게 동화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며 감동을 자아냈다. 끝내는 어린이가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호평도 받았다. 10% 미만으로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만큼은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일본에서 조차 < 여왕의 교실 > 의 여교사 캐릭터는 초반에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다. 아동학대라는 말과 함께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회가 진행될수록 < 여왕의 교실 > 의 감동은 시청자들을 울렸고 결국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중심에는 여교사 아쿠츠 마야 역을 맡은 아마미 유키의 호연이 있었다. 아마미 유키는 강압적인 여교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로봇 같은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아마미 유키의 연기력은 다른 주인공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드라마 속의 아이들과 시청자들을 압도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지게 만든 그의 연기력은 단연 < 여왕의 교실 > 의 백미다.

고현정은 그 아마미 유키를 뛰어넘어야 했다. 똑같은 역할을 맡아 하나하나의 연기가 비교될 터였다. 그러나 고현정은 똑같은 연기를 택하지 않았다. 일단 스타일링부터 달랐다. 원작의 아마미 유키는 앞머리를 전부 뒤로 넘겨 쪽을 진 날카로운 스타일에 검은 정장을 택했다. 고현정 역시 어두운 계열 옷을 택했지만 회색 등, 아마미 유키보다는 명도가 높은 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은 단발머리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극대화 하는 선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초반 통통한 고현정의 볼살은 역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시청자로부터 성토의 원인이 되기까지 했다.

말투나 눈빛도 달랐다. 아마미 유키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에 가깝다면 고현정은 얼굴 근육을 최대한 이용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가끔씩은 알 듯 말 듯한 오묘한 미소까지 얼굴에 띄웠다. 아마미 유키는 감정을 거의 싣지 않은 강한 말투를 사용했지만 고현정은 비웃음과 조롱까지 섞인 다양한 말투를 구사했다. 아마미 유키가 훨씬 더 강렬하고 무서워 보였지만 고현정은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줬다. 같은 역이지만 고현정 나름대로의 해석을 곁들여 원작과는 차별화 된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고현정의 연기는 결국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고현정은 강력한 존재감으로 드라마 전반을 장악했고 미묘한 표정연기는 고현정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마여진 선생님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 여론이 좋지 않았던 고현정은 결국 연기로 모든 것을 해명했다. < 고쇼 > 에서 푼수 같은 웃음을 짓던 고현정도 없었고, 독한 발언으로 비난 받던 고현정도 없었다. 결국 고현정은 명불허전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 여왕의 교실 > 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고현정이 던지는 메시지에 있었다. 고현정은 시시때때로 아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방법은 다소 거칠지만 아이들을 확실히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했기에 결국 그들은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고현정의 철저히 계산된 세밀한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한 말을 쏟아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그 상처가 이유 있는 것이라는 설득력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배우가 소화했다면 끝까지 그의 캐릭터는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드라마 전반을 이해하고 얼굴 전체를 사용하는 고현정의 연기는 제대로 된 연기자가 제대로 된 역할을 맡았을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더 극대화 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고현정은 결국 자신에게 씌워졌던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이미지마저 연기로 날려 보냈다. 시청률은 비록 아쉬웠지만 고현정이라는 연기자의 연기를 다시금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 여왕의 교실 > 의 가치는 증명되었다. 고현정에게 있어서 연기력이란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고현정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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