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 집주인들 짬짜미 부추기는 세력 있다
[기고] 한형식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부소장 "부동산 공공성 강화가 유일한 해법"
[미디어오늘 한형식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부소장] 몇 년째 전세가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언론들은 전세가 상승을 선정적으로 기사화하고 있다.("미친 전세값"이라는 표현도 언론이 유포시킨 것이다.) 사실 언론이 전세값 폭등을 과장 보도하면서 전세값을 밀어 올린 부분도 있다. 그런 기사를 본 집주인들이 너도 나도 전세값을 올리는 일종의 광범위한 짬짜미가 있었다. 또 각종 부동산 관련 사이트, 카페들을 가보면 전세제도가 집주인에게만 불리한 불합리한 제도라고 말하거나 집을 살 생각은 않고 전세만 찾는 이들이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심지어 전세보증금에도 재산세를 물려서 상위 전세 세입자를 매매로 강제로 이동시켜야 한다거나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 마당에 최근 정부가 내놓은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 방안에서 주택과 관련된 내용의 핵심은 신규주택공급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지금의 집값 하락의 원인이 공급과잉에 있다고 보고 공급을 줄이면 집값이 유지되리라 기대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전세난을 악화시킬 것이다.
위의 주장들과 정책이 나오는 이유는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이 주장을 하는 이들은 전세가 폭등 문제의 해결은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정말 매매활성화만이 전세 문제의 해결책인가?
대치동 은마아파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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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상승의 원인이 수급불균형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분산되는 방법은 매매로 전환되는 상향식 분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월세 수요로도 전환 될 수 있다. 전세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 증가되어 전세 공급이 축소된 것이다.
인구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10년에는 전체 가구의 24%가 넘는 86만 가구가 월세 임대 가구로, 4가구 중 1가구 꼴로 월세를 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가급적이면 월세보다 전세를 원한다. 이유는 월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즉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는 전환비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은 수도권이 올해 상반기 10.21%로 201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다소 하락했지만 평균적인 대출이자율에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그래서 저소득층은 대출에 의존해서라도 전세 시장에 머무르려 한다. 또 저소득층에게는 일시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전세제도 자체가 큰 부담일 수 있고 이들에게는 싼 월세만이 해결책이다. 전세 시장의 아래에 위치한 영세한 세입자들은 주택을 살 여력이 거의 없다. 이들에게 과도한 빚을 지고서라도 집을 사라고 강요하거나 부추기는 것이 전세대책일 수는 없다.
비싼 월세를 잡으려면 현재 논의 중인 임대료 상한제는 당연히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월세가 비싼 이유는 월세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몇 년 간 1인 가구 증가를 염두에 두고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권장했다. 하지만 이것도 대부분 민간의 공급 물량이다. 현재 임대시장의 월세 가격보다 임대료가 더 낮은 공공 물량이 대규모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면 월세 가격도 떨어질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임대료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이 사회의 최하층만 거주하는 비정상적 주거형태라는 편견도 극복되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정상적인 주거형태로 인정받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공약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반발과 재원 조달 등을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다. 지금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 싸고 질좋은 월세 주택이 공급되면 월세는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할 것이고 전세수요는 하방으로 분산될 것이다. 매매수요로의 전환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이 주도하는 하방으로의 분산이 미친 전세값의 근본적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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