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도운 '시대의 참모'들로 다시 풀어본 한국사

2013. 7.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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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나/이덕일/역사의아침

한국사의 핵심 쟁점을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온 역사학자 이덕일이 '왕'이 아니라 '왕을 만든 사람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조명했다. '참모사'라 할만한 중국사와 달리 한국사는 '군주사'에 가깝지만 그 속에서도 '킹 메이커'는 존재했다. 저자는 14명의 참모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왕을 만들고 세상을 바꿨는지 분석한 뒤 지금 이 시대에 주는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유신은 망국(亡國) 가야계의 후손이었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폐위된 왕족 김춘추와 손을 잡는다. '진골 카르텔'을 깨뜨리고 새로운 신라를 만들기 위해 이들은 '삼국통일'을 새로운 사회 어젠다로 제시했다. 그리고 남성우위사회 여성 국왕이란 핸디캡을 지닌 선덕과 결탁해 국정은 선덕, 청병(請兵) 외교는 김춘추, 군사 분야는 김유신으로 역할을 나눠 대업을 이뤄냈다. 철저히 비주류였던 유신과 춘추는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 세상을 뒤짚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사상가로 '국사급' 참모라 부를 만하다. 9년간의 유배를 통해 시대적 요구를 꿰뚫어본 그는 고려 왕실이 손도 대지 못했던 토지개혁을 추진해 민심을 얻고 새 왕조 조선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조선 인조 때부터 관직에 있으면서 '대동법'에 정치 인생을 걸며 '정책'으로 왕을 보좌한 김육, 조선 초기 뛰어난 토목건축 기술로 '경회루' 등을 만들며 실무형 참모의 전형을 보여준 박자청 등을 통해 참모사를 써내려간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정조를 임금으로 만든 뒤 권력에 취해 자신의 나라를 꿈꾸며 '역린'을 건드렸다 무너진 홍국영 등 실패 사례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평소 자신만의 해석 달기를 자제해왔던 저자가 각각의 사례가 주는 시대적 교훈을 콕 찍어 말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가령 정도전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도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사회 내부에서 순리대로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때처럼) 비등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적는 식이다. 참모를 제대로 쓰지 못했던 한국사의 장들을 언급한 뒤 역사의 전철을 우려하는 저자의 마음이 와 닿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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