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구가의 서'를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3. 6. 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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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곽진성 기자]

지난 25일 막을 내린 MBC < 구가의 서 > 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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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MBC < 구가의 서 > 의 마지막 회에서는 그동안 '깜짝 반전'이라는 표현이 쑥스러울 정도로 뜬금없는 전개가 이어졌다. 억지스런 끝맺음은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자연히 작품성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 구가의 서 > 는 왜 용두사미로 끝났을까.

뜬금없는 < 구가의 서 > 결말, 아쉽다

지난 4월 8일, 첫 방영을 시작한 < 구가의 서 > 는 구미호 구월령(최진혁 분)과 인간 윤서화(이연희, 윤세화 분)의 애절한 사랑이 화제가 되며 월화드라마의 강자로 우뚝 섰다. 이후, 극은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 분)와 그를 사랑하는 담여울(수지 분)의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시청률 10%를 넘는 인기 드라마로 안착했다.

꾸준히 인기 상승세를 보이던 < 구가의 서 > 는 22회에 잠시 시청률 하락(16.3%)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4회 마지막 회에 19.5%(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 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순수하게 작품성을 놓고 보면 < 구가의 서 > 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첫 회 이후, 시청자의 높아진 기대를 살리지 못한, '용두사미' 격 결말 때문이다. < 구가의 서 > 는 극 초반부에 독특한 세계관('구가의 서'를 찾으면 인간이 된다는 설정, 남자 구미호, 반인반수, 환술)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을 흡인력 있게 끌어들였다. 하지만 극 말미 허점투성이 전개로 세계관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를 뒀다.

제목이자, 극의 가장 중요한 소재였던 '구가의 서'는 드라마 방영 내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반인반수 최강치의 능력은 회에 따라 제각각으로 돌변해 몰입을 떨어뜨렸다. 초반 볼거리 가득했던 악인들의 환술은 언제부터가 종적을 감췄고, 악인들은 그저 그런 엑스트라로 전락했다.

잘나가다 헛발질 MBC < 구가의 서 > , '결말 테러'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 구가의 서 > 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구가의 서'의 존재가 실종된 것은 시청자들에게 황당함을 전해줬다. '구가의 서'는 극 중에서,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만든 언약서'라고 명시되었지만, 드라마의 끝까지 그 물건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이는 단군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일 뿐. 진짜로 '구가의 서'를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구미호 일족 중 어느 누구도 그 백일기도를 이룬 이가 없기 때문이다." < 구가의 서 > 중에서

제작진은 이를 의식한 듯, < 구가의 서 > 마지막 회에서 '구가의 서를 본 이가 아무도 없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넣었지만, 오랫동안 '구가의 서'의 존재를 궁금해 한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말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극의 가장 중요한 줄거리(소재) 였던 '구가의 서' 를 이리 홀대하는데, 다른 줄거리가 제대로 이어질 리 없었다. < 구가의 서 > 에 깜작 등장해 화제를 모은 이순신(유동근 분) 역할도 별다른 활약 없이 지지부진하게 끝났다. 이순신의 등장으로 < 구가의 서 > 에서 임진왜란이나, 그에 버금가는 전투신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바람은 끝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마지막 회의 클라이막스 격이었던 강치와 여울의 재회 장면 역시 씁쓸함을 더했다. 줄거리가 개연성 있게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살아남은 주인공 강치와 후 서울에서 환생한 여울, 두 사람이 2013년 서울에서 만나는 장면은 < 구가의 서 > 속 세계관과는 어울리지 않은 뜬금없는 장면이었다.

그동안 < 구가의 서 > 에서는 환생에 관한 어떤 암시도, 복선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2013년에 뜬금없이 환생해 재회한 강치, 여울에게서 감흥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 구가의 서 > 의 마지막 회는,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잘 쌓아올린 전통 돌담을 헐어내고 새로운 시멘트 벽을 만든 것 같았다.

조선시대, 구미호, 반인반수로 요약하는 < 구가의 서 > 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갑작스레 현대에서 환생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낯설고 황당했다. 그렇기에 그저 극이 행복하게 마무리됐다고, 이것을 좋은 결말, 좋은 반전이라는 칭찬할 수는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SBS < 파리의 연인 > (2004)이후,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결말 테러의 최고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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