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을 거치면 신기한 기계 하나가 '뚝딱'

2013. 6. 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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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신광태 기자]

농민 맥가이버 전대우씨를 지난 5월 17일 만났다. 그 날도 그는 경운기를 이용해 뭔가를 발명 중이었다.

ⓒ 신광태

김매기할 때 일손을 덜고 지온(땅의 온도)을 높여 다수확을 하려고 밭에 까만 비닐을 깐다.그런데 비닐을 땅에 덮을 때 상당히 많은 일손이 요구된다. 전대우씨가 착안한 것이 비닐을 덮는 기계인 두둑 형성기. 이 기계를 이용해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하면 1/10 정도의 시간이 절약된다. 특허를 받은 지도 오래다.

강원도 화천군 광덕4리에 사는 전대우(58)씨. 그의 별명은 농민 맥가이버다.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는 모두 스스로 만들어 쓴다. 15년 전 건축업을 하다 농업으로 전향했다. 그를 지난 5월 17일 초파일 법요식에 다녀오는 길에 찾았다. 소문으로 들어온 '농민 맥가이버'가 누군지 궁금해서였다.

"10여 가지 농기구를 발명했는데, 특허를 낸 건 '두둑 성형기' 한 개뿐입니다. 특허유지비 부담 때문에 등록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가 발명한 두둑성형기는 농민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그 만큼 일손을 덜기 때문이다.

ⓒ 전대우

전씨가 발명한 농기계는 참 다양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고추와 토마토 전용 약제 살포기는 그 무거운 약물통을 지고 다니는 게 힘들어서 만들었단다. 원리는 간단하다. 유모차에 약물통을 달고 손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유기농 전용 생물농약을 쉽게 뿌릴 수 있다. 작물의 키 높이에 따라 조정도 가능하다.

유류비용 절감을 위해 나무 난로도 만들었다. 문제는 난로에 집어넣을 장작을 패는 일이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나무를 패는 기계인 장작 도끼. 이 기계를 이용하면 5톤 트럭 분량의 나무도 하루면 말끔히 끝난다고 전씨는 말한다.

아담하고 예쁜 집도 그가 직접 지었다.

ⓒ 신광태

"또 있다"고 소개한 기계. 쥐덫도 아닌 것이 참 요상하게 생겼다.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물었더니, 두더지를 잡는 기계란다. "두더지는 땅속으로 다니는 동물인데 어떻게 잡느냐?"고 물었더니 단번에 시범을 보인다. 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감탄만 연신 했다.

두더지는 농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동물 중 하나다. 모든 농작물의 뿌리를 땅속에서 잘라 먹어 일시에 식물을 전멸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퇴치하기 위해 두더지가 이동하는 통로에 밤송이를 집어넣기도 하고 알콜 냄새를 두더지가 싫어한다는 소문만 믿고 소주를 넣어 봐도 소용없었다.

어떤 초보농부는 두더지가 석유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만 듣고 두더지 구멍에 석유를 부었다가 농작물을 몽땅 죽인 일도 있었단다. 그 정도로 두더지는 농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전씨가 만든 두더지 덫을 이용하면 그 골치 아픈 두더지를 생포할 수 있다. 잡힌 두더지는 농가에서 멀리 떨어진 개울 건너 산에 놓아주면 된다.

곰취와 어울린 포도나무, 이 농법으로 인해 여름까지 곰취를 생산해 낼수 있다.

ⓒ 신광태

여름에도 곰취를 재배할 수 있는 이유

그가 안내해준 창고에 들어섰다. 웬만한 정비공장보다 많은 부품들, 그리고 잡다한 물건들을 비롯해 쇠를 깎는 선반기계도 여럿 눈에 띈다.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이것으로 새로운 농기계를 만든다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버려진 자동차 엔진, 함석, 철판을 비롯해 망가진 우산, 자전거 바퀴도 내겐 소중한 물건들입니다."

그의 발명창고. 이 부품들이 멋진 농기계로 탄생한다.

ⓒ 신광태

남들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버린 물건들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로운 기계로 탄생한다. 그렇게 만든 농기구는 인근 마을에서 요청을 하면 무료 대여도 한다.

"일부러 대여를 많이 해요. 써보신 분들에게 불편한 것이 뭔지 물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으려고요."

그는 처음 발명한 기계를 농민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써 본 사람들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는 이유에서다.

"봄나물인 곰취를 여름까지 재배하는 법을 터득한 것은 꽤 여러 해 전입니다."

곰취가 음지식물이란 것에 착안해 비닐하우스에 포도나무를 심고 나무 아래에는 곰취를 심었다. 포도나무 그늘 때문에 이른 봄에서부터 7월까지 곰취를 재배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포도나무가 차광막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란다. 또 8월부터 늦가을까지 포도를 생산하니 나름 이모작인 셈이다. 곰취가 지면을 서늘하게 해서일까 포도의 당도와 신선도가 높다고 전씨는 덧붙인다.

포도가 달린 모습. 지난해 9월에 촬영한 사진이란다.

ⓒ 전대우

이런 그의 농기계 발명을 높게 평가한 농촌진흥청장과 강원도지사는 그에게 수차례 표창장도 수여했다.

"발명에 열중할 때 사모님께서 잔소리는 안 하세요?"

"왜 아니겠어요. 그럴 때마다 큰 통나무 하나 구해 와서 식탁도 만들어 바치고, 찻잔 받침대도 만들어 드리면 조용해져요."

그런데 부인 정경란씨의 말은 다르다. 남편이 낮에는 농사일을 마친 후 (피곤할 텐데) 밤늦도록 창고 안에서 발명에 매달리는 것을 보고 행여 건강이라도 해칠까봐 잔소리를 했단다. 그랬더니 (부인의 그 깊은 뜻도 모르는) 남편은 잔소리라고 생각했는지 식탁을 만들어 주더란다. '괜한 잔소리 때문에 남편을 더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남들 다하는 잔소리도 못하고 산단다.

부인 정경란씨가 개발한 곰취 짱아찌.

ⓒ 신광태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정경란씨는 각종 식물효소 제조 전문가다. 더덕, 약복숭아, 포도, 매실, 도라지 등 숱한 건강효소를 만들었는데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 또 부인 정씨가 만든 곰취와 고들빼기 장아찌는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 대박이 날 정도로 금방 팔렸다고.

천생연분이다. 농민 맥가이버 전대우씨 부부가 또 어떤 신상품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전대우, 정경란씨 부부

ⓒ 전대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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