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감면 약효 다했다 ..'거래절벽' 조짐
모처럼 살아나는 듯하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 달 말로 대폭 축소되는 취득세 감면 혜택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파트값은 떨어지고, 주택 경매만 북적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3월부터 거의 석 달간 오름세를 이어가던 추세가 뚝 멈춰버린 것이다. 취득세가 문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집값 9억원 이하는 75%, 9억~12억원은 50%, 12억원 초과는 25%의 취득세를 깎아주던 것이 7월부터는 9억원 이하만 50% 깎아주는 것으로 축소된다. 그런데 지금 집을 보고 계약을 해도 6월 안에 잔금을 치르기가 쉽지 않다. 잔금을 6월 안에 못 내면 취득세 감면이 사라진다. 결국 "이젠 취득세 혜택을 못 받는다"는 생각에 거래가 끊겨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실로암공인중개사무소 양원규 대표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고 집을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고 봐야 한다"며 " 사겠다는 문의가 줄고 호가를 높이던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면 당장 잔금을 치를 수 있는 주택 경매 시장은 아직 뜨겁다. 올 1월 5.51대1이던 전국 평균 주택 경매 입찰 경쟁률은 이달 들어 6.61대1까지 올랐다. 그 바람에 낙찰가율 또한 1월 76.3%에서 이달 81.2%로 상승했다. 낙찰가율이란 낙찰가가 경매 감정가의 몇 %인지를 뜻한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취득세 감면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아직 정부 의도만큼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으니, 산소호흡기를 지금 떼면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연장할 생각이 없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취득세 감면 같은 특단의 대책을 연장하게 되면 그 특단이 일상화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단의 대책으로 한시적으로 했던 부분을 다시 연장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입장으로는 4·1 부동산 대책에 포함돼 있는 내용을 착실하게 집행해 시장에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면 추가 대책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황한 설명조였지만 "취득세 감면기간 연장은 곤란하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서 장관의 말은 "주택시장을 살리는 것보다 더 급한 게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정부는 지금 세수 부족 고민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지키려면 적게 잡아도 5년간 130조원이 넘게 든다. 정부가 아무리 낭비를 줄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부족하다.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취득세를 깎아주면 연간 3조원의 세금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3조원이면 굉장히 큰 돈"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또 다른 영향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일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올 초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며 "7월부터 거래절벽이 다시 나타난다면 애써 지펴놓은 부동산 회복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취득세 감면을 축소해서 얻는 세수보다 더 큰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의 침체를 소극적으로 방치했다가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일본의 잘못을 우리가 따라가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완·최현주 기자 <jwjoojoongang.co.kr>
주정완.최현주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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