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세워달랬더니 웬 행복주택?"

[르포 - 2800가구 들어설 목동지구 가보니..]소셜믹스·공영주차장 대안 마련 시급

[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르포 - 2800가구 들어설 목동지구 가보니…]소셜믹스·공영주차장 대안 마련 시급]

20일 오전 행복주택 사업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목동지구 대상지. 현재 공영주차장과 테니스장, 하수처리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사진=전병윤 기자

　"행복주택이 들어온다고요? 고등학교 세워달라고 했던 곳인데 웬 임대주택인가요?"

　20일 정부의 발표에 따라 수도권 행복주택 건설 예정지 7곳 중 한 곳에 포함된 서울 목동지구 주민들과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표정은 놀라움과 우려가 뒤섞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곳은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과 주상복합 '현대하이페리온' 바로 앞에 있는 하천을 덮어 조성된 복개유수지다.

　총 10만5000㎡ 부지로 강서구와 양천구에서 모인 빗물을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안양천으로 보내는 홍수방재시설물이 들어서 있고 총 1350대 규모의 공영주차장, 테니스장, 쓰레기선별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에 주상복합·백화점·오피스빌딩이 즐비해 있어 목동의 핵심 입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철도 부지나 수도권 외곽 유휴부지에 조성될 것으로 생각했던 행복주택이 목동의 한복판에 조성된다는 발표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깜짝 소식이었다.

　행복주택 목동지구는 총 2800가구가 조성될 예정으로 올해 시범사업지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목동에 사는 정모(50)씨는 "근처에 고등학교가 없어 자녀들이 통학하는 데 멀리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예전부터 학교를 세워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었다"며 "그런데 고등학교 대신 행복주택이 들어선다니 허탈하다"고 전했다.

　목동은 서울의 강서에 위치해 있지만 학구열과 소득수준은 강남 못지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행복주택 주민들이 주변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1995년 10월 신정차량기지에 준공된 행복주택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양천아파트(2998가구)의 경우 목동과 신정동 주민들 사이 자녀 교육 문제로 갈등을 빚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인근의 T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공급량의 만성적 부족에 따른 전·월세난을 해소하는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양천아파트와 목동주공아파트 자녀들이 서로 학교에서 융화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H공인중개소 대표는 "인근에 있는 목운초등학교와 목운중학교는 줄을 서서 입학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행복주택 주민들과 자녀 입학을 놓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행복주택 거주자들이 주변과 융화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행복주택 목동지구 대상지. 주말이면 주변 현대백화점과 예식장을 찾는 차량들로 붐빈다. 행복주택 건설 이후 대안 주차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진=전병윤 기자

　공영주차장과 테니스장 부지가 사라지는데 따른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정기권 주차 차량은 800~1000대이며 평일 400~500대, 주말 1000~1500대 차량들이 이용하고 있다.

　평일에는 인근 오피스 근무자들이 이용하고 있고 주말에는 현대백화점과 행복한세상백화점과 예식장 등을 찾는 차량이 몰려 주차장은 늘 포화상태다.

　양천구 시설공단 관계자는 "지금도 주말이면 인근 주차장까지 꽉 찰 정도로 차량 이용이 몰리고 있는데 이 부지를 없애면 주변에는 심각한 주차난이 불가피해진다"며 "100대의 화물차 전용주차장과 월 평균 1만명이 이용하는 18면 규모의 테니스장 폐쇄 이후의 대안 마련도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다 양천·신월·목동체육센터의 만성적자를 메워줬던 목동 공영주차장이 사라질 경우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의 존립 여부도 불투명해진다"고 푸념했다.

목동지구 예시도 /사진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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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병윤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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