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력한 돈풀기할때 韓 통화정책은 다른길

2013. 3. 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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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노믹스 100일, 한국의 선택 / ③ 한국 경제에는 위기 ◆일본 정부가 윤전기로 돈을 찍어서라도 엔저를 유도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정부의 재정정책이 아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이다. 아베 총리는 "돈을 풀지 않는다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시라카와 전 중앙은행 총재를 몰아세웠고, 결국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 총재가 총대를 멨다.

우리나라 산업부문 경쟁력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본이 유례없이 강력한 돈풀기 정책을 펴는 동안 대한민국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일본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 7월과 10월 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린 후 5개월간 금리를 동결하면서 글로벌 양적완화 기조에 동조하지 않았다.

전 세계 주요국이 돈을 푸는 와중에도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버틴 것은 한마디로 '경기 낙관론' 때문이다. 금리를 변경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3~4분기 후에 나타나는데 올해 초부터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 상승하는 글로벌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를 붙잡아두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외국인은 한은의 결정과 반대편으로 베팅했다. 최근 들어 원화가치가 한창때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1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와 선진국의 본격적 돈풀기 정책으로 다시 원화값이 오른다고 판단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를 걸 텐데 한은이 금리를 낮추면서 추경을 주장하는 경제부총리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깔려 있다.

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올해 초 중요한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고 비판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개인들이 돈을 쓰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장기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볼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중앙은행이 파격적인 금리인하 등으로 경제성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올 1월 금리인하 타이밍을 실기한 게 안타깝다"며 "한은이 적극적인 자세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선 현재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최근 금리동결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다수 위원은 "경제성장을 갈구하는 정부는 항상 조급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앙은행은 그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경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아직 우리 경제가 금리인하 정책을 쓸 만큼 나쁘지 않고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현오석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에 앉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한은이 정책공조를 위해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금까지 금리를 동결한 것은 새 정부와 코드맞추기를 위한 눈치보기였다는 얘기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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