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요즘 왜 리메이크가 야단법석이야

2013. 3. 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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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한영애의 콘서트를 일정하게 채운 것은 리메이크 곡들이었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다시 부르는 것은 새로운 창작임을 확인하게 한다. 좀처럼 남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한영애가 대중과 가깝게 호흡하고 눈높이을 맞추기 위해 리메이크 노래를 부른 것에는 '나는 가수다'의 인연이 일정하게 작용했다.

비난도 있었지만 '나는 가수다'의 긍정성은 시대적 가교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한때 리메이크 곡은 빤한 상술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크게 히트한 곡에 영합하고 새로운 창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리메이크만 한다는 그럴 수 있겠지만 대부분 뮤지션은 그렇지 않다.

설령 리메이크를 한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찰스 디킨즈, 빅토리 위고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리메이크 되지만 그것을 창작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음악도 리메이트의 영역이 엄존하는 것이 사실이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리메이크곡들이 호응을 받으면서 리메이크는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를 굳혔다. 리메이커(Remaker)는 문화의 가교 메신저이다.

요즘 리메이크 드라마가 많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스핀 오프나 연작 시리즈까지 리메이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어떻게 볼 수가 있는 것일까? 요즘 확실히 많은 드라마가 리메이크 되고 있는데, 최근 드라마 리메이크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자신의 작품을 다른 형식의 드라마로 리메이크 하는 경우다.

1999년 최고 시청률 64%의 '허준'은 '구암 허준'으로 리메이크되어 방영을 시작했다. 허준을 집필했던 최완규 작가가 일일 드라마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주2회 드라마에서 일일드마마로 바뀌기 때문에 더 세밀한 얼개와 묘사가 가능할 수 있다. 2008년 '종합병원 2'에서는 '종합병원'의 최완규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다른 작가가 쓴 극본을 매니지먼트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원소스 멀티유스 혹은 미디어 믹스를 하는 경우다.

즉 다른 미디어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태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장옥정'은 4월에 방영 예정인데 최정미의 소설 '장희빈 사랑에 살다'가 원작이다. '7급 공무원'은 2009년 제작된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리메이크했다. 소설의 경우에는 잘만하면 문자 텍스트의 제한성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너무 유명한 작품일 경우에는 반감된다. 오히려 원작의 잠재력일 믿는 것이 낫다.

영화를 드라마로 옮기는 경우, 시각적 볼거리보다는 스토리라인의 탄탄함에 더 치중해야 한다. 박인권 화백의 '야왕'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막장드라마 논란에도 '마의'와 1-2위를 다투며 시청률면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 만화는 독자의 몰입과 호흡이 비교적 다른 매체에 비해 빠르기 때문에 드라마도 사건과 내러티브의 전개가 신속할수록 유리하다.

또한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강세 현상이다. 2012년 MBC '닥터 진'은 2011년 방영되었던 일본드라마 '진'을 리메이크했다. 물론 그 원작은 일본 인기만화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2012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TV조선 '프러포즈 대작전'도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2002년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했다.

김혜수와 오지호가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 출연 확정했다. 그 원작이 2007년 방영된 '파견의 품격'이다. 고현정이 출연을 검토했다는 '여왕의 교실'도 있다. '하얀 거탑', '꽃보다 남자' 정도가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로 성공했다. 아마 한동안 주춤했다가 '꽃보다 남자'의 사례에서 힘을 받은 듯하다. 또한 한국 드라마의 한류 현상을 기대했던 탓에 그동안 일드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을 일본에 수출하려는 전략도 어느 정도 있겠다.

글로벌 포맷시장과 콘텐츠 시대에 민족이나 국가의 경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그 리메이크 작품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가가 중요할 것이다. 모범적인 사례는 20%대의 시청률을 기록, 이혼 남녀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탁월했다는 평판을 얻은 '연애시대'다.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SBS 드라마 의 원작 소설은 노자와 히사시의 신작 청춘 소설 '라스트 송;이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 수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극으로도 제작되었다. 드라마가 아니라 소설 장르를 드라마로 만들어 일본에 수출을 했으니 쉽지 않은 사례였다. 일본의 드라마를 들여오거나 일본인들이 좋아할만한 코드를 모사한 것과는 달랐다.

일본 드라마를 여전히 들여오고 있는 것은 역시 일본 드라마의 저력이 한류 속에서도 여전함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리메이크작들이 일본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다만, 어떤 장르, 음악, 영화, 공연, 소설이든 리메이크는 문화 메신저 매개자이어야 한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든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를 메워주는 무엇인가를 찾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적 감수성임에 틀림이 없다. 리메이크는 오래된 미래를 여는 창조이다. 리메이커(Remaker)는 과거를 현대를 통해 미래의 가치와 연결시키는 커넥터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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