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맛본 김치.. 감동에 또 감동

2013. 2.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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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진숙 기자]

▲ 컬러

시장거리를 지나가다 색감이 너무 고와서 찍었다. 인도인들의 장식에 필요한 색료인듯하다. 무늬를 넣은 도장으로 가루르 찍어 얼굴 미간에 찍어서 장식? 하기도 한다.

ⓒ 송진숙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오전 7시 15분 버스였고 버스스탠드에 6시 30분께 도착했다. 버스요금이 200루피쯤 되기에 우다이뿌르에서 조드뿌르 올때와 똑같이 디럭스 버스일줄 알았다. 우리의 우등고속버스처럼 생긴 것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버스는 없고 낡은 버스만이 있었다. '분명 출발시간 전에 와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찾았다. 혹시나 다른 정류소인가 싶어 현지인들한테 표를 보여주며 물었는데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타는 게 맞다고 했다.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푸쉬카르 근처에 있는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는 있는데 푸쉬카르 가는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우왕좌왕 하는 사이 7시 15분이 됐다.

'버스놓치면 안되는데...'

발을 동동구르며 버스를 찾았다. 영어도 안 통한다. 사람들에게 표를 보여주고 물으면 이리 가라 저리 가라고만 한다. 등에 진 배낭은 무겁고... 짜증이 났다. 그래도 짜증 내면 안되지. 애써서 참고, 일단 해결부터 하고 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매표소 직원에게 갔더니 5번 창구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5번 창구 직원이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라고 가르쳐준 차를 탔다. 장거리인데도 좌석이 많고, 시트도 불편한, 사람 많이 태우는 마치 한국의 시내버스같은 차였다. 배낭을 짐칸에 싣겠다고 했더니 차내로 가지고 가란다. 버스도 낡아서 구질구질했고 외국인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다. 모두 현지인인 듯했다.

"엄마가 그러니까 애들이... 거절 좀 하세요!"

▲ 물 파는 소년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가 터미널에 들러 쉬는 사이 버스에 올라와 물을 사라고 한다. 물이 있다고 했더니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 송진숙

차장에게 푸쉬카르로 가는 게 맞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푸쉬카르로 간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불한 버스비에 비해서 버스상태가 너무 나빠서 버스표 예매대행사에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버스표에 적혀있는 자리에는 이미 누가 앉아있었고, 차장이 자리를 배정해 주지도 않아서 버스의 중간쯤 자리에 앉았다. 짐도 선반에 올렸다. 차가 출발하자 찬바람이 들어온다. 창문이 덜 닫혀있어서 닫으려 했는데 꿈쩍도 안한다. 딸과 나, 앞자리에 앉은 사람, 뒷자리에 앉은 사람까지 닫아보지만 닫히질 않는다. 창문이 닫혀 있는 뒷자리로 가자고 했더니 딸은 멀미난다고 싫다고 한다. 그렇다고 따로 앉을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목도리를 두르고 최대한 보온을 하고 가는데 체격 좋은 차장이 와서 닫아준다.

도로는 평지인데도 노면상태가 안좋아선지 엄청 덜컹거린다. 잠깐잠깐 졸다가 급정거할 때는 좌석에서 굴러떨어질 뻔 했다. 아마도 느닷없이 도로에 동물이 나타났을 때 급정거를 하는 듯했다.

견디기 어려울 때쯤 차가 정차한다. 차장은 친절하게 10분을 쉴 거라고 말해준다. 쉬는 동안 물건파는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온다. 샤모사라는 튀김음식을 가져와 판다. 샤모사는 한국의 고로케같은 소를 넣은 튀김음식이다. 간도 세고 향도 강하지만 향신료에 적응이 된 듯해 2개에 10루피를 주고 사서 먹었다. 한국의 뻥튀기와 유사한 먹을거리를 파는 상인도 우리에게 온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샀다. 그런데 너무 짜다.

아이들도 올라와 물건을 판다. 생수를 가지고 와서 판다. 물이 있다고 하는데도 사라고 조른다. 안산다고 했더니 악수를 하잔다. '조그만게 어디서 작업질이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악수를 해줬다. 손톱이 새까맣다. 이번에 사진을 찍어달랜다. 사진도 찍어주었다. 옆에 앉은 딸은 성화다.

"엄마가 잘 대해주니까 쟤들이 안내려가고 자꾸 치근덕대는 거예요. 엄마 제발 좀 거절하세요."

"알았어."

다시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달려 낮 1시쯤 푸쉬카르에 도착했다. 이곳은 도시 자체가 아주작기도 하고 브라마 사원이 있는 성스러운 곳이라서 오토릭샤가 없단다. 그래서인지 공기가 맑고 깨끗했다. 날씨마저도 화창했다. 그리고 도시가 아주 조용했다. 인구 1만5000여 명 정도의 아주 작은 도시라서 충분히 걸어다닐만 했다.

마을을 걷다가 가트 주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로 했다. 300루피라는데 270루피에 계약했다. 깨끗하고 넓다. 무선 인터넷도 무료고 순간 온수기도 있어 따뜻한 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야호! 너무 좋다!

소박한 브라마 사원

▲ 브라마사원

현재 뿌자를 드리는 브라마 사원으로는 푸쉬카르의 사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 송진숙

짐을 풀고 브라마 사원을 가기로 했다. 브라마는 창조의 신으로 과거의 신이다. 인도에서는 과거의 신인 브라마를 모시는 사원은 거의 없고 파괴의 신이며 미래의 신인 쉬바신을 모시는 사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미 창조된 과거의 신에게 정성을 바치기보다는 미래의 신에게 정성을 다해 자신의 다음 생을 기대하는 인도인들의 내세관을 보는 것 같다.

카주라호의 브라마 사원은 뿌자를 드리지 않는 박제된 사원이지만 이곳 푸쉬카르의 브라마사원은 현재도 뿌자를 드리는 살아있는 사원이다. 최고의 신을 모시는 사원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작았다. 사원 지붕은 특이하게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외엔 별다른 장식이나 조각같은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소박했다.

▲ 푸쉬카르의 바자르 거리

다른 어느 지역보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물건값이나 질도 괜찮아보여 여기서 주로 쇼핑을 했다.

ⓒ 송진숙

쉴 겸 구경할 겸 시장 구경에 나섰다. 우선 유명하다는 강가 레스토랑에 가서 롤을 먹었다. 롤은 난에 잘게 다진 채소나 과일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말아놓은 음식이었다. 양이 많아서 한끼 식사로 훌륭했다. 기다리는 동안 짜이 한 잔이 나왔다. 공짜 짜이로 유명한 곳이라더니 인심이 좋다. 가지가 들어간 롤과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둘러봤다. 현지인보다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선지 진열상태도 깨끗했고 물건의 질도 나아 보였다.

값도 델리나 바라나시 조드뿌르 등에 비해서 많이 부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물건값이 싼 것보다도 인도 물가에 익숙해져서 바가지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건지도 모르겠다. 맘에 드는 디자인들이 많이 보였다. 당장 바지와 치마 하나를 흥정해서 샀다. 아주 흡족했다. 숄도 사고 팔찌도 샀다. 한국에 가서도 할 수 있을 듯했다. 팔찌는 지난번 우다이뿌르에서처럼 줄이 금방 끊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 시장 거리

시장 거리에 소가 누워 있고 자동차가 와도 비껴나지 않자 사람이 소를 밀어내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사탕수수즙을 자는 모습, 아래 왼쪽은 강가 레스토랑의 모습이다.

ⓒ 송진숙

사탕수수즙을 파는 곳이 보였다. 단 것이라 파리가 시커멓게 몰려드는 것을 연신 ?아내면서 수수즙을 압착기로 눌러서 즙을 짜냈다. 파리도 계속 달려들고 유리컵도 깨끗해보이진 않았지만 한국에선 먹어볼 수 없는 거니까 딸과 함께 마셨다.

너무 달아서 속이 느글거렸다. 내가 어려서 먹어봤던 맛은 이렇게 달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압착기로 짜서 먹은게 아니고 사탕수숫대 껍데기를 벗겨 속만 껌처럼 질겅질겅 씹다가 단물만 삼키고 버려서 단맛을 제대로 못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만 자란 딸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 신기해했다.

▲ 푸쉬카르 주변 사원

푸쉬카르 호수는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호수인데도 주변에 51개의 크고 작은 가트가 있다고 한다. 가트에서는 신발을 벗고 다녀야 한다.

ⓒ 송진숙

쇼핑을 대략 마치고는 호수를 한바퀴 돌았다. 호수가 워낙 작아서 한바퀴 도는데 1시간도 채 안 걸린 듯했다. 걷는 동안 석양이 진다. 호수에 마을이 유리알처럼 비친다. 가트에는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 서양 사람인듯한 한 여인이 빙빙 돌며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유명한 숙소 뷔페... 명불허전이었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푸쉬카르호수의 전경, 나무 주변에 세원놓은 신상, 자이뿌르 가트 앞에서 춤추는 여인, 자이뿌르 가트옆에 놓여진 다리

ⓒ 송진숙

저녁은 묵고 있는 숙소에서 운영하는 뷔페가 유명하다고 해서 큰 고민없이 결정했다. 수제비·호박죽·김치 등 한국 음식이 있어서 놀랐다. 식사를 하는 사람도 대부분 한국사람들이었고 한국음식이 있다는 것에 놀라는 듯했다 사람들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수제비를 좋아했는데 나는 그보다 맛있는 김치를 제한없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 푸쉬카르의 풍경

인도에서 본 대부분의 소들이 풀어져 있었던데 비해 묶여있는 소, 소들이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저러다 비닐 등을 삼키면 어떻게 하지? 나무 이름은 모르겠는데 나뭇가지에서 뿌리같은게 줄줄이 내려온 특이한 모습의 나무, 소를 돌보고 있는 여인

ⓒ 송진숙

김치를 먹는 게 얼마만인지. 인도에서 김치라고 먹어본 것 중 가장 김치다웠다. 석박지 같았는데 무우를 얇게 썰고 무우청과 섞어서 담은 것이었다. 감동! 그동안 김치가 나와도 아주 작은 종지로 한 종지 주는 정도였고 리필도 없었다. 맛도 그저 그랬고. 그런데 여기서는 김치그릇을 비우면 다시 채워져 있었다. 김치를 세 번쯤 가져다 먹은 것 같다.

▲ 자이뿌르 가트

푸쉬카르에서 대표적인 가트가 자이뿌르 가트이다. 가트에 나와 쉬고 있는 관광객들

ⓒ 송진숙

▲ 푸쉬카르의 석양

숙소 뷔페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라본 석양

ⓒ 송진숙

밥 한 공기도 많다고 늘 남기던 내가 밥을 더 가져다 먹다니... 맛있는걸 먹고 나니 기분도 좋아졌다. 이렇게 맛있게 배불리 먹고도 1인당 100루피였다. 브라마 사원이 있는 성지이기에 육식과 음주가 금지였다. 육식의 범위에는 계란마저도 포함됐다. 순수한 채식이었지만 음식 종류는 다양했고 맛있고 음식값도 저렴했다. 음식도 쇼핑도 사원도 여러가지로 마음에 드는 푸쉬카르였다. 조금 더 묵고 싶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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