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밀레 공동기획 | 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⑥ 칸첸중가(상)

김영주 2012. 12. 7.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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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상 사이에, 단풍과 설산이 포개졌다

네팔 동부, 세계에서 셋째로 높은 봉우리 칸첸중가(8586m)는 히말라야 거봉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방에 알려졌다. 인도 북부 다르질링 평원에서 바라보면 신기루처럼 떠 있어 19세기 영국 탐험가들은 귀신에 홀린 듯 이곳으로 빠져들었다. 접근은 쉽지 않다. 버스로 이틀, 걸어서 열흘가량 가야 베이스캠프에 닿는다. 칸첸중가 북쪽 베이스캠프를 찾는 인원은 한 해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칸첸중가(네팔)=김영주 기자 < humanestjoongang.co.kr > 사진=이창수 사진작가

1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칸첸중가 지역의 군사 마을. 통나무를 쪼개 만든 판자로 지붕을 얹는다. 2 칸첸중가의 명물 '퉁바'를 담그는 아낙들. 옥수수 보리 수수를 한데 삶는다. 3 고산 마을로 짐을 실어 나르는 야크. 4 셰르파족의 부엌. 티베트 양식을 따르고 있다 6 코에 금속 장신구를 달고 있는 림부족 아낙.

5 군사 마을의 단풍. 잎갈 나무가 오렌지색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전나무와 향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세계 3위봉, 그러나 찾는 이가 없다

칸첸중가(Kanchenjunga)란 이름은 티베트어에서 유래됐다. 티베트어로 '캉(kang)'은 눈, '첸(chen)'은 크다, '주(ju)'는 보물, '가(nga)'는 다섯을 의미한다. 즉 '큰 눈 위 다섯 개의 보물'이다. 다섯은 칸첸중가 주봉(8586m), 중앙봉(8482m), 남봉(8476m), 얄룽캉(8505m)으로 불리는 서봉과 캉바첸봉(7902m)이다. 정상부에 오밀조밀 몰려 있는 다섯 봉우리는 마치 한 덩어리 육중한 몸뚱이 같다. 네팔 동부와 티베트 남부, 인도 북부를 가르는 국경선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거봉 중 8000m 봉우리 4개가 연달아 어깨를 맞대고 있는 곳은 칸첸중가뿐이다. 그만큼 거대하다.

 그러나 외로운 산이다. 세계 3위봉이지만 이 산에 도전하는 산악인은 많지 않다. 에베레스트(8848m)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고 K2(8611m)보다 난이도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히말라야 전문 온라인 사이트 '마운트에베레스트'는 칸첸중가 초등정 50주년인 2005년 기획기사를 통해 칸첸중가의 애매한 처지를 이렇게 풍자했다. '당신이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고 하면 영웅 소리를 듣게 되고, K2를 등정하면 등반가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두 달간의 등반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와 칸첸중가에 올랐다고 말하면 시간과 돈을 허비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코를 뚫은 늙은 여자들의 도시, 타플레중

지난 10월 13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250㎞ 떨어진 비라트나가르 (Biratnagar) 공항에 내려 1박2일을 달린 끝에 트레킹이 시작되는 타플레중(Taplejung)에 도착했다.

 운 좋게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다섯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발하는 아열대 밀림 위로 흰 눈을 인 연봉이 마치 구름처럼 떠 있었다. 칸첸중가 다섯 봉우리에 더해 서쪽 쿰바카르나(7710m)까지 산 능선은 길게 펼쳐졌다. 직선거리로 50㎞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설산은 손에 잡힐 듯했다. 티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 덕분이다.

 우기가 끝난 네팔의 10~11월은 시계가 가장 좋을 때다. 녹음이 우거진 삼림지대는 사람이 사는 곳, 그 위에 떠 있는 설산은 사람이 가까이 가서는 안 될 신비로운 영역으로 다가왔다. 칸첸중가 트레킹은 그렇게 금단의 영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길이었다.

 타플레중은 네팔 동부 산악지역의 거점 도시로 약 2만 명이 산다. 인구만 보면 도시지만 실상 산중 마을이다. 절반 이상이 유동인구로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산에서 내려온 이들이다. 종족은 몽골 계통인 림부(Limbu)족으로 나이 든 여자는 코뚜레 같은 장신구를 코에 걸고 다닌다. 림부족의 전통 양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거리에서 보이는 젊은 여자들은 코뚜레보다는 스키니진을 더 선호하는 듯했다. 시가지 양편으로 3층 집들이 늘어서 있는데 1층은 상점, 2~3층은 살림집으로 쓰인다. 가스보다는 장작을 때서 밥을 짓는 집이 대부분이다. 동네를 구경하다 철물점 사장 사리타(39)를 만났다. 그는 어눌한 한국말로 "인천에서 3년 동안 일해 번 돈으로 이만 한 가게를 차렸다. 또 가고 싶지만 아내가 싫어한다"고 했다. 한국은 네팔사람들이 선망하는 나라다.

막걸리와 비슷한 전통 술 퉁바에 취하다

청명한 가을날은 두 발은 물론 머리까지 가뿐하게 했다. 최저기온은 섭씨 10도 안팎, 한낮 기온은 25도로 걷기에 딱 좋다. 칸첸중가 트레일 중 해발 1000m에서 3000m까지는 '얼런시'의 숲이다. 얼런시는 카더몬(Cardamon)의 네팔말인데 인도에서는 최고급 향신료로 친다.

 이곳에서 나는 얼런시도 대부분 수출된다. 억새풀보다 큰 잎이 사방으로 퍼져 있으며, 열매는 줄기와 뿌리 사이에 달려 있다. 인도에서는 향을 내는 요리에,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는 향수와 소화제로 쓰였다고 한다. 말린 얼런시는 1㎏에 2000루피(약 2만5000원), 우리 일행의 짐꾼 일당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치루와(1180m)에서 만난 농부 카르카(40)는 "아들과 딸을 학교에 보내고 네 식구가 먹고살기에는 빠듯하다"고 했다. 그는 약 1000㎡의 밭을 일궈 한 해 8만 루피(약 100만원)를 번다고 한다.

 해발 3000m 이상 고산에서는 수백 년 전 티베트에서 이주한 보테(Bohte)족과 셰르파(Sherpa)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롯지에 가면 우리의 한복과 비슷한 티베트 전통 복장에 '팡게'라는 앞치마를 두른 아낙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칸첸중가의 명물, '퉁바'를 담그고 있다. 옥수수·보리·수수를 함께 솥에 넣고 한나절 정도 삶은 뒤 하루 이틀 그늘에 말려 고들고들한 누룩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용기에 넣어 발효시키면 우리의 막걸리 비슷한 술이 된다. 보통 사나흘 후면 마실 수 있고, 한 달을 두면 가장 맛있는 퉁바가 된다고 한다.

 먹는 방법이 특이하다. 작은 오크통과 같은 나무 용기에 술과 누룩을 함께 넣고,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 대나무 빨대로 빨아먹는다. 보통 다섯 번은 우려 마시는데, 이쯤 되면 취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히말라야에서 술은 고소증세를 불러오는 독약과 같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 달콤함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해발 3000m가 넘지 않은 마을까지 연일 퉁바의 향연을 누렸다.

 트레킹 6일째. 약 65㎞를 걸어 해발 3410m에 있는 작은 마을 군사(Gunsa)에 닿았다. 이보다 더 위태해 보이는 마을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마을 북쪽은 군사사르(5802m)에서 내려온 빙하가 절벽을 이뤘는데, 짐승의 혓바닥처럼 흘러내린 빙하가 금방이라도 마을을 덮칠 것만 같다. 북서쪽은 칸첸중가 빙하에서 흘러나온 폭류가 마을을 휘감고 돌아나간다. 전쟁이 일어나 이곳에 진을 친다면 상대편 장수는 당연히 수공을 생각할 자리다.

 위태하지만 아름답다. 10월 말, 마을을 둘러싼 잎갈나무 단풍은 환상적이다. 가을 시즌 여러 차례 히말라야의 산을 다녔지만 이처럼 멋진 단풍을 본 적이 없다. 네팔의 수목은 대부분 아열대림이지만 이곳 칸첸중가 3000m 이상에는 잎갈나무와 전나무, 향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가는 잎갈나무 그리고 푸른 전나무와 향나무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단풍 숲을 이뤘다.

 군사는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 정도 쉬어 가는 마을이다. 아직 칸첸중가의 다섯 보물은 보이지 않는다. 사흘을 더 가야 한다.

●칸첸중가 여행정보

=칸첸중가 정상을 등정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는 북면과 남면 두 곳에 꾸려진다. 북면 베이스캠프는 1999년 한국원정대 이후 찾는 산악인이 없어 명맥이 끊겼다. 남면 루트에 비해 눈사태 등이 잦아 위험하기 때문이다. 북면은 타플레중에서 6일거리에 있는 군사 마을이 거점이다. 남면은 해발 2000m에 있는 암푸딘(Amphudin) 마을을 거점으로 삼는다. 두 곳 모두 티베트에서 이주한 셰르파 집성촌이다. 이 마을 이후로는 민가가 없어 텐트를 치고 야영해야 한다. 북면 베이스캠프는 약 2주, 남면 베이스캠프는 왕복 열흘 정도 걸린다. 군사와 얌푸딘은 6000m 이상 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약 5000m 높이에 길이 있어 왕래가 가능하다. 북면으로 올라가 남면으로 내려오는 트레커들이 종종 있다. 일정이 사나흘 정도 더 걸린다.

 칸첸중가 베이스캠프는 트레킹 허가증인 트레킹정보관리(TIMS) 카드 외에 칸첸중가보존지역 허가증과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세 가지를 합치면 10만원 정도 든다. 길이 멀고 험해 혼자서 백패킹으로 가기에는 무리다. 국내의 'M투어(02-773-5950)' 등 히말라야 전문 여행사에서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3주 일정에 비용은 600만원 선이다.

후원=

김영주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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