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한남자>가 남긴 다섯 가지 의미들

2012. 11.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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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민관 기자]

< 착한남자 > 20회 방송분에서

ⓒ KBS

< 착한남자 > …. 이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과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다른 드라마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미학적 성과도 거뒀다. < 착한남자 > 가 남긴 다섯 가지 의미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드라마의 서술적 측면으로 드라마 중간마다 덧씌워진 송중기의 내레이션을 통한 서술 구조다. 두 번째는 드라마 초반과 중간에 삽입되는 '회중시계 신'이라 할 수 있는 오프닝 타이틀이다. 세 번째는 강마루, 서은기 두 주인공의 기억과 망각의 순환론적 사랑이 갖는 사랑의 불가능성과 또 영원함의 특징이다. 네 번째는 논란이 됐던 < 차칸남자 > 라는 제목이 갖는 의미이고, 마지막으로는 < 착한남자 > 가 갖는 결말에 대한 것이다.

첫 번째, 내레이션 통한 의식의 종합

< 착한남자 > 20회 방송분에서

ⓒ KBS

"'다음 세상에서 은기와 꼭 다시 만나 …(중략) 평범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그렇게 신에게 기도했던 것 같다."

마지막 회에서 강마루(송중기)는 기억을 잃는다. 과거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어떻게 그 다짐은 기억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이는 강마루의 내레이션을 통해 서은기(문채원)를 사랑했던 강마루의 의식이 '무의식의 약속'처럼 영원한 사랑을 기약하는 것에 가깝다.

강마루의 내레이션은 사랑의 향방을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 내레이션은 현실 장면에 중첩되며 드러나곤 한다. 이렇게 드러난'착한남자'의 의식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주변에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만 강마루의 내레이션에서 '행복'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기억을 잃었지만, 예전 기억의 일부가 돌아왔음에도 자신을 속이고 있는 서은기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내레이션을 통해 꿋꿋하게 그녀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데서 '착한남자'의 특징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억을 잃었지만 '착한남자'의 의식 구조가 그의 세계를 연장해 내고 있다는 점이 마지막 회가 갖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착한 남자의 의식은 그의 내레이션이라는 서술 구조를 통해 드라마 곳곳에서 가끔 출현해 드라마의 중심을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송중기의 신뢰감을 주는 저음 베이스의 독특한 목소리의 힘이 있었다.

두 번째,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달라진 오프닝 타이틀, < 착한남자 > 20회 방송분에서

ⓒ KBS

< 착한남자 > 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초반 진행 중 삽입되는 배치 형식과 또 그 자체가 갖는 미학적 완성도 역시 특별했다..오프닝 타이틀에서 거꾸로 흘러가는 시계는 강마루의 인생의 향방을 바꾼 과거의 결정적인 순간으로, 그 탓에 망가진 '착한남자'의 비극적 운명의 그 지점을 향한다.

이 과거는 한재희(박시연) 누나에 대한 사랑의 순간들과 그로 인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쓴 사건을 가리킨다. 사랑하기 때문에 어리석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선택과 행복했던 순간 사이에서 아이러니를 느끼고 받아들인다.

이는 마지막 회에서 시계가 정상적으로 흘러가며 강마루는 웃는 것으로 바뀐다. 이는 강마루와 서은기의 사랑이 이뤄짐과 주변 인물간 화해의 결말을 반영한다. 마지막 회에 가서야 강마루는 자신의 아픈 과거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의 비극성을 거꾸로 도는 시계와 울음으로 상징하고, 해피엔딩의 결말을 제대로 도는 시계와 웃음으로 상징한다. 이 드라마 전체의 상징성을 띠고 있던 타이틀 시퀀스는 그 자체의 내러티브적 완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세 번째, 불가능성의 사랑

< 착한남자 > 20회 방송분에서

ⓒ KBS

강마루, 서은기, 이 둘의 사랑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랑이었다. 이는 보통의 드라마에서 크나큰 신분 차이가 나는 두 남녀의 사랑이 갖는 현실적 장애물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강마루로서는 사랑을 믿지 않던 여자에게 사랑의 따뜻함을 전하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결실맺는 과정이었다. 또한, 서은기에게는 사랑의 욕망보다는 '착한 남자'여야만 했던 남자에게 그 사랑을 증명해 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용기 있는 여자의 사랑이 그 완성을 보는 과정이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 모두 기억을 잃는다. 이 둘에게서 사랑은 단지 한 사람이 기억을 잃을 때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하지 않는 것에 동요 없이 그 사람을 온전하게 사랑해 내는 것으로 드러난다. 기억을 잃은 상대방과의 사랑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다시 사랑을 이해시키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 착한남자 > 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사랑을 이루는 대다수 멜로드라마의 '사랑의 성공 또는 완결'이라는 신화적 원형과는 다른 차원의 비극성과 출발 지점을 안고 있다. 사랑은 영영 두 사람의 것이 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선 강마루의 무의식의 서술이 이 사랑의 영원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네 번째 < 차칸남자 > 와 < 착한남자 >

< 착한남자 > 20회 방송분에서

ⓒ KBS

< 착한남자 > 는 맞춤법 논란을 겪으며 본래의 < 차칸남자 > 가 < 착한남자 > 로 바뀌는 사태를 맞았는데, 드라마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 차칸남자 > 와 < 착한남자 > 는 큰 차이를 보인다.

< 착한남자 > 는 단순 강마루를 지칭하는 것이지만 < 차칸남자 > 는 강마루를 바라본 서은기의 시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곧 후자에서 < 착한남자 > 는 서은기와 강마루의 관계를 현상해 낸다. 또한, 강마루로 인해 촉발되는 서은기 삶의 공명이 드러나는 것이다.

드라마 마지막이 강마루의 무의식의 서술 구조가 연장되며 끝났듯 이 '차칸남자'는 어쩌면 그와 대칭되는 '착한여자' 서은기가 기억을 잃은 가운데서도, 강마루를 자신의 무의식의 영원 속에서 그 사랑을 잃지 않고 있음을 가리킨다.

일견 드라마는 '착한남자' 강마루의 세계로 환원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서은기가 감싸는 세계에는 '차칸남자'의 삶과 함께 가며 그녀 삶 전체를 바꾸는 삶의 실천으로 드러나고 있다. 강마루의 주변에 있으며, 아이들을 치료하는 강마루 주변 환자들에 신경 쓰며 그들에게 애정을 주는 삶을 살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녀가 욕망하던 회장 자리는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한재희나 안민영(김태훈)처럼 악의 자리를 고수해야 했던 사람들의 세계는 흐릿해지고, 드디어 착한 사람들의 세계만이 남았다. 그래서 아마도 이 마지막 회의 평온한 전원의 풍경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들이 진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은, 아니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듯하다.

다섯 번째, 결말은 해피엔딩인가?

< 착한남자 > 는 그간 비극적 사랑을 전작들에서 주로 펼쳐 온 이경희 작가의 필모그래피에 비해 꽤나 해피엔딩에 가깝다.

서은기에 이어 강마루가 다시 기억을 잃어버린 가운데, 두 사람의 순수함이 접점을 찾으며 현실의 장애물 없는 가운데, 두 사람의 사랑의 영원함을 뭉게뭉게 피어 올리는 것 같은 낭만 속에 드라마는 끝을 맺었다.

그럼에도 기억과 망각이 맞물리는 아득한 순환과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의 출발점은 다시 반복적으로 적용된다.

오프닝 타이틀을 기점으로 꽤 속도감 있는 전개 양상을 보여 온 < 착한남자 > 는 그렇게 순수한 사랑을 하는 그들만의 낭만적 세계로 가없는 비상을 했다. 치열했던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당분간 강마루의 망각과 함께 깨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기억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가장 슬프고도 강력한 것은 바로 그 기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때 정상 궤도를 찾은 회중시계는 언제 거꾸로 다시 돌지 알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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