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박사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변신.. 패션쇼로 정식 데뷔한 김무홍씨

2012. 11. 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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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박사가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 영국의 신흥명문 워릭대학에서 올해초 박사학위를 받은 김무홍(31)씨는 노팅엄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직을 제의받은 전도유망한 정치학도. 그러나 그는 안정된 학자의 길을 뿌리치고 지난달 24일 서울컬렉션 셋째 날 패션쇼를 갖고 패션 디자이너로 정식 데뷔했다. 남성복 15벌, 여성복 12벌을 무대에 올렸다.

서울 반포동에 있는 그의 아틀리에에서 지난 11일 그를 만나 진로를 변경한 이유를 물어봤다.

"박사 논문을 쓰는 동안 피폐해졌고, 완성한 다음 공허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은 즐거웠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 처음 옷을 만들었다고 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다 서울에 왔는데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 옷을 사 입으려고 했지만 마땅한 게 없더라는 것. 그는 패션디자이너인 어머니에게 졸라 재봉틀 실 끼는 법부터 디자인 스케치, 패턴 제작까지 속성으로 배웠다. 한 달 남짓 배운 뒤 직접 바지를 만들어 입고 나섰다.

그렇게 옷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지난해 가을 어머니의 컬렉션을 도왔다. 그리고 직접 디자인한 남성복도 몇 벌 선보였다.

"컬렉션 진행을 하다 보니 논문 쓰는 과정과 매우 유사했어요. 그냥 예쁜 옷 모아서 무대에 소개하는 게 아니더군요."

주제를 정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마치 박사 논문 쓰는 과정과 똑같더라는 것. 중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프랑스로 간 그는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도 눈길 끄는 멋쟁이였을 만큼 패션센스가 뛰어났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노트에 입고 싶은 옷을 그렸었다"면서 이제 보니 그게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주변에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소매에 긴 타원형 구멍을 뚫어 셔츠가 드러나는 재킷에 통 7부바지, 양쪽 라펠을 비대칭으로 디자인해 변화를 준 재킷에 정장바지, 앞은 맨투맨 티셔츠지만 뒤쪽은 재킷스타일로 마무리한 상의,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프린트한 독특한 패턴의 정장…. 모두 여느 디자이너 무대에선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작가 정신이 살아 있는 디자인으로 세계 4대 컬렉션 무대에도 서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 옷을 입히고 싶다"는 그는 정치학도 계속 하겠다고 욕심을 냈다. 우선 내년 박사 논문('한국 신용평가의 정치경제')을 영국에서 출판할 계획이란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그의 어머니. 바로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씨다. 김씨는 "어머니는 '공부한 게 아깝다'며 반대했다"며 어머니 얘기는 뺄 수 없겠느냐고 했다. '문영희의 아들'이 아닌 '신인 디자이너 김무홍'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결기가 아름답다.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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