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강마루의 회중시계는 슬픈 운명 알았을까?

2012. 11. 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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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민관 기자]

< 착한남자 > 의 오프닝 타이틀

ⓒ KBS

회중시계가 째깍거리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진공 상태에서 강마루(송중기 분)는 강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카메라는 이내 환영적인 공간으로 넘어간다. 사진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의 타이틀은 1초가량으로, 이미지 한 컷과 제목, 관람가 등의 정보를 담은 식으로 구성되는 톱 타이틀(Top Title) 이후 오프닝과 엔딩에서 회차와 제작자·감독·출연진·스태프 등을 가리키는 크레디트 자막만을 넣어 구성한다. 별도로 구성된 오프닝 시퀀스를 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KBS 2TV 수목드라마 < 착한남자 > 의 시작은 기존 드라마와 달리 매우 독특하다. 지난 줄거리를 빠르게 편집해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지난 회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줄거리 요약 정도였다.

그러나 < 착한남자 > 의 오프닝 타이틀은 대체로 지난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을 이어 가며 거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5분가량의 시퀀스(기자 주-영화에서 말하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초점이 모이는 몇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독자적 단위로서의 장)로 구성된다. 갑작스러운 오프닝 타이틀의 등장은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의 출발을 조금 더 박진감 넘치게 한다.

회중시계 놓는 강마루, 파국으로 치닫는 운명 알았을까

< 착한남자 > 의 '회중시계' 오프닝 타이틀

ⓒ KBS

한 손으로 회중시계를 쥐고 있던 강마루는 이내 시계를 놓아버리고, 크레디트 자막이 등장한다. 강마루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 옆에 회중시계가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흐릿하게 중첩되며 사라진다. 시계는 열기 전까지 소리가 없다. 여는 순간 회중시계의 추억을 상기하게 하는 시계의 사운드는 곧 힘을 상실하고 시침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시계는 강마루의 운명과 추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 가쁜 삶의 속도는 강마루가 놓아 버릴 수밖에 없는 파국적 결말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것을 여는 강마루의 손에는 어떤 망설임 같은 것이 묻어난다. 시계는 굉장히 빨리 흘러가고, 이는 잡을 수 없는 불가항력의 시간의 속성을 드러낸다. 강마루는 늘 "운이 없다"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그 자신의 불행한 삶에 대한 체념적 수용의 자세가 묻어난다. 이 시계를 놓아 버리는 행위는 아마 포기를 선택하는 역설의 의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 부분, 한쪽 눈에서 흐르는 그의 눈물은 슬픔이 온전히 현상될 수 없음을 가리킨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했고, 그것만이 그를 지탱하게 했다. 그의 슬픔은 곧 그의 예정된 파국 이후에도 완전히 드러나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시계는 불행한 운명을 점지하고, 담고 있는 이중적 기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이 시계를 열어야 하는 이유는 운명이 스스로 펼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강마루가 병을 치료하지 않고 무작정 미루는 것처럼 자신의 죽음을 도외시하는 행위는 운이 나쁘다기보다 슬픈 운명을 타고났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속도감 있는 전개…오프닝 시퀀스로 긴장감도 '업'

< 착한남자 > 의 11회 도입부. 10회의 마지막 부분이 겹쳐서 나오다가 새로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 KBS

< 착한남자 > 의 속도감 있는 진행은 드라마를 지배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주축이 되는 음악의 힘을 입는다. 이는 하이라이트에 이어지는 장면이 나오면서 회중시계의 오프닝 시퀀스로 이어지고 이후 또 다른 국면의 전환을 잇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는 완전한 결말이 마지막 회 이전까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클라이맥스 부분이나 다른 사건을 예고한 뒤 끝난다. 따라서 드라마의 새로운 시작은 사실상 지난 회의 끝 부분에서 시작된다. < 착한남자 > 의 오프닝 타이틀 삽입은 시작과 끝이 반복되며 계속해서 종합되는 드라마라는 매체 형식에 따라 이전 편의 끝을 본 편의 시작 전에 덧붙인 형태로 변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착한남자 > 의 이러한 구성 양식은 속도감 있는 편집 양상이라는 드라마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데, 16회에는 지난 방송의 결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2분이 넘지 않는 새로운 장면으로 진행하고, 오프닝 타이틀을 넣는 방식으로 변화를 뒀다. 중요한 부분은 오프닝 타이틀 이전의 시퀀스에 들어가는 내용 이전에 밀도 있는 이야기의 진행과 편집으로 오프닝 타이틀 이전에 관객을 긴장하게 한다는 것이다. < 착한남자 > 는 이후 오프닝 타이틀로 일부 쉼표를 찍고 다시 시작한다.

나아가 오프닝 타이틀 이전의 시퀀스 역시 드라마의 압축적인 전개 양상을 독자적으로 빚어내며 오프닝 타이틀과 이어진다는 점에서 오프닝 타이틀의 일부(더 정확히는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로 보는 게 맞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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