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많다고 추가분담금 900억 내라니..

2012. 11. 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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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민수 기자]

지난달 31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의 한국화장품 연수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천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대의원회에서 비대위측 조합원들과 용역 10여 명이 입구에서 충돌을 벌이고 있다.

ⓒ 강민수

"우황청심환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 더 이상 가만히 당할 수는 없죠."

지난 10월 31일 오후 6시, 쌀쌀한 날씨에 세찬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도 부천의 한국화장품 연수원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연수원 입구 세 곳마다 경찰과 용역, 조합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한 조합원은 "경찰 아저씨는 2억 벌려면 얼마나 일을 해야 해", "못 막으면 나 여기서 죽어 버릴 거야"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들은 부천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만든 200여 명의 조합원이었다. 이날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 대의원회에서는 미분양 사태로 인한 수익 감소분 900여억 원과 조합 사업비, 상가보상비 등 총 1368억 원의 재원을 조합이 추가 분담하자는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었다. 예정돼 있던 460억 외에 '미분양사태로 인한 수익감소분' 900여억 원을 조합원들이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안건이 대의원회를 거쳐 조합 총회에서 통과되면 총 1037명의 조합원에게 평균 1억3000만 원이 추가 분담된다.

미분양의 원인은 부동산 시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약대주공아파트의 일반 분양분인 425세대 대부분이 미분양 상태다. 시공사와의 최초 계약 당시에는 조합원 분담금이 807억 원이었는데, 추가 분담금 1368억 원을 합하면 2100억 원이 넘는다. 미분양에 따른 수익 악화가 조합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약대주공아파트는 지난 2007년 재개발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2010년 3월 착공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내년 3월, 1634세대의 '약대 아이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비대위측 조합원들이 변경된 대의원회를 저지하기 위해 건설 현장을 찾았으나 용역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 강민수

"조합과 시공사의 꼼수"... "내년 3월 입주 안되면 피해 더 커져"

비대위 측은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유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대의원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이후 열릴 총회에서도 조합이 꼼수를 부려 통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대위 측은 시공사 계약방식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분제는 시공사가 건설과 분양까지 책임지는 데 비해, 도급제는 재건축 조합이 건설과 분양을 맡는 방식이다. 지분제는 추가적인 손해 또는 이익을 시공사가 부담하되 조합원은 미리 지분을 확정해 놓는 반면, 도급제는 조합이 위험 요소를 떠안고 시공사는 공사로 인한 도급비만 챙기게 된다. 결국 경제적 부담 대부분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이전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지분제로 하기에는 사업비 부담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에 요청한 것"이라며 "현재는 분양시장 악화로 수익이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이 발생한 것이지 우리가 1300억 원을 조합에 뜯어내려 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도급제로 계약 변경을 요구하며 추가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이는 조합 집행부와 현대산업개발의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집행부 측은 추가 분담금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시공사와의 협상을 통해 줄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이학규 조합장은 1일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통화에서 "비대위가 요구하는 게 있다면 회의에 나와서 토론해야 하지만 막무가내"라며 "이는 밥상 차리는 일은 안하고 밥상만 가지고 맛 있니, 맛 없니 이런 소리만 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합장은 대의원회 강행에 대해 "비대위는 200명도 안 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은 내년 3월 입주를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 3월 입주가 안 되면 더 많은 조합원들에게 비용이 추가되는 등 피해가 간다, (대의원회 강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조합장은 "1368억의 추가 분담금도 애초 2000억이 넘던 시공사의 제시안에서 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비대위측 조합원들이 대의원회 저지를 위해 건설 현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용역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

ⓒ 강민수

갑작스러운 회의 장소·시간 변경 문자... 대의원이지만 회의 참관도 안돼

이날 대의원회 개최를 위해 조합 측은 용역 26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조합원과 용역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자 중재에 나섰다. 조합원과 용역 사이에 경찰이 방지벽을 세운 것이다. 오후 7시가 다가왔지만 대의원회 개최는 어려워 보였다. 조합 대의원 93명 중 10분의 1인 10명이 현장 회의에 참석하면 성원이 되지만 대의원회 참석 의사를 가진 대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대위 조합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의원이 현장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의사표시를 해도 대의원회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대의원들이) 경찰로 위장하고 들어가 대의원회를 성사 시킬지 모른다"며 "누구도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23분경, 비대위 측 대의원인 조광훈(50)씨에게 문자가 왔다. 대의원회가 7시에서 7시40분으로, 장소는 약대주공 재건축 현장 사무실로 변경됐다는 공지였다. 회의 시작 20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조씨는 현장 사무실로 급히 자리를 옮겼다.

건설 현장 안에는 30여 명의 용역이 진을 치고 있었다. 조씨는 신분을 확인하고 회의장에 들어갔지만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참관'만 하겠다고 밝혔다. 정족수를 채워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용역은 조씨에게 회의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밖으로 나온 조씨는 대의원이지만 회의가 열리는지, 어떤 논의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 항의하려 했지만 대의원회 변경 문자를 보냈던 이학규 조합장과는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조합장은 1일 < 오마이뉴스 > 와의 전화통화에서 "31일 대의원회가 서면결의를 포함, 47명이 참석해 과반수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됐다"며 "조합은 이후에도 추가 분담금을 줄이기에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의 시작 20분 전에 갑자기 회의 장소를 변경하고 공개되지도 않는 대의원회는 무효"라며 "앞으로 열리게 될 총회 역시 저지할 것이고,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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