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vs 최저.. 불황 속 반갑지 않은 신기록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의류 소비와 관련한 수치들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바닥을 기는 반면 전셋값은 하늘로 치솟고 있고, 유행을 타는 옷이나 신발 등 준내구재 소비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346만9115가구의 평균 매매가와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는 최저치를, 전세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2008년 9월 4억704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0년 7월 이후 4억원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지난달 말 기준 3억7517만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09년 4월 1억4037만원이던 수도권 평균 전세가격은 이후 꾸준히 올라 10월 현재 1억9070만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박정욱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 기피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경기 침체에다 집값 하락으로 가계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물건이 넘쳐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집계한 10월 수도권 경매 진행 아파트는 2918건으로, 이 회사가 통계를 집계한 2001년 1월 이후 11년 만에 월간으로는 가장 많았다.
또 주택 구입 기피 현상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신규 공급을 중단하면서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내년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8만6942가구에 그쳐 1992년(17만234가구 입주)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뿐 아니라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유행을 좇아 새 옷을 사기보다는 새롭게 고쳐 입는 등 '알뜰형' 소비에 나서면서 의류를 비롯해 가방, 신발 등 몇 년에 한 차례씩 교체하는 준내구재 물품 소비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준내구재 소매 증가율은 지난해 동월 대비 -4.2%로 2008년 12월(-14.2%) 이후 4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월(-0.6%), 4월(-0.7%), 6월(-0.3%)과 함께 벌써 네 번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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