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했는데.. 장인이 아파트를 내놓으랍니다

2012. 10. 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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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용국 기자]

[사연]

'이도남'씨, 안녕하세요. 저는 최남신(가명)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저와 두 아이(15살 아들, 10살 딸)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상처(喪妻)를 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살을 맞대고 살아온 아내가 지금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아픔을 채 가누기도 전에 또다시 저를 슬프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처가에서 저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시가 7억 원)를 넘겨달라는군요. 이 아파트는 아내 앞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재산입니다. 솔직히 제가 처가에 아주 잘했다거나 처가 식구들과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고 황당한 요구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아파트는 딸 이름으로 되어 있고 우리 식구들의 돈도 일부 들어갔으니 돌려주는 게 도리"라면서 "대신 아이들의 교육비를 일부 부담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참고로 처가 쪽 식구로는 아내의 부모님(장인, 장모)과 오빠, 여동생이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아파트를 이전해드리고 끝내고 싶지만, 저도 변변찮은 수입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입장인지라 고민이 됩니다. 당장 집을 구해서 나가기도 어렵고요. '이도남'씨, 법으로는 누가 상속을 받는 게 맞습니까. 또 법을 떠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도와주세요.

법정상속, 1순위부터 4순위까지

'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이도남)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부부와 상속 두 번째 사연이네요.

우문이지만, 아내를 잃은 남편의 슬픔이 클까요. 딸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클까요. 요절한 반려자를 떠나보내는 일은 상상하기도 싫겠습니다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마음도 헤아려보아야겠습니다. 깊은 상심을 하고 있을 최남신씨께 감히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재산이 많을수록 분쟁의 골도 깊더라.'

제가 법원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가족 사이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가족들이 거액의 재산 앞에서 더 치열하게 다투는 일을 자주 보았습니다. 최남신씨와 처가 식구들도 법원까지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단 상속에 대해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아야겠지요. 지난 기사에서 말씀드린대로 피상속인(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게 하는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인(상속을 받는 사람)들은 재산과 빚을 모두 물려받게 됩니다. 그런데 상속재산보다 빚이 확실히 많다면 상속포기를, 상속재산 한도 안에서 빚을 갚겠다면 한정승인을 법원에 청구해야 합니다. 이 결정은 반드시 사망 후 3개월 내에 해야만 합니다.

상속재산 분배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제일 중요한 건 피상속인의 의사입니다. 즉 유언이 있다면 유언을 따르는 게 우선입니다. 유언이 없다면 법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릅니다.

그렇다면 법에서 말하는 '상속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또 누가 얼마를 상속받게 되는 걸까요. (자세한 내용을 제가 정리한 표를 보시기 바랍니다.)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까지 상속인에 포함

법에는 상속순위라는 게 있습니다. 4순위까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

②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③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④ 피상속인의 4촌이내의 방계혈족(삼촌, 이모, 4촌형제 등)

ⓒ 김용국

1순위 직계비속과 2순위 직계존속에서 '직계'는 부모-자식관계나 손자녀와 할아버지처럼 수직으로 연결되는 혈족을 말합니다(혈족이란 혈연관계로 연결되는 '피붙이'라고 보면 되는데 예외적으로 양자-양부모관계도 포함됩니다). 비속은 항렬이 아래로, 존속은 위로 올라가는 걸 뜻하지요. 직계비속은 아들, 딸, 직계존속은 부모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직계비속 중에서 양자나 혼외 출생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식으로 되어 있다면 다른 자식들과 동등하게 상속을 받게 됩니다.

3순위인 형제자매는 남녀, 결혼여부, 분가여부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상속을 받게 됩니다. 이복형제들도 상속인에 해당합니다.

상속순위는 4순위에서 끝이 납니다. 마지막 4순위는 4촌이내 방계혈족입니다. 방계혈족이란 공동시조에서 갈라져 나간 혈족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부모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자매, 조카(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삼촌, 이모, 고모(직계존속의 형제자매), 사촌형제자매(직계존속의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등을 일컫습니다. 이 방계혈족 중 형제자매(2촌)는 3순위이고 3촌과 4촌이 4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한 사람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배우자입니다. 배우자는 상속에서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1순위가 있으면 1순위와 함께, 1순위가 없고 2순위가 있으면 2순위와 동순위로 상속을 받습니다. 1, 2순위 없이 3순위나 4순위가 있다면 배우자만 단독으로 상속인이 됩니다. 게다가 배우자에겐 다른 사람보다 50%를 가산해 줍니다. 법에서도 배우자를 고인의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보는 셈입니다.

상속, 몇가지 규칙만 알면 이해하기 쉽다

▲ 법정과 법전

소송 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가족간의 분쟁은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사진은 어느 법정의 법대에 놓인 법전.

ⓒ 김용국

그러면 이 모든 사람이 모두 상속을 받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속에도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이 규칙만 알면 이해가 쉽습니다. 민법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선순위가 있으면 후순위는 상속을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아들과 딸(1순위)이 있다면 부모(2순위)나 형제자매(3순위)까지 상속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와 아들과 딸만 상속인이 되겠지요.

둘째, 같은 순위에서는 촌수가 가까운 사람만 상속을 받습니다. 예컨대, 아들(1촌)과 손자(2촌)가 함께 있다면 아들만 상속인이 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중에서는 아버지가 우선순위입니다.

셋째,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와 함께 상속을 받고, 3순위나 4순위보다는 상속순위에서 앞섭니다. 또 나머지 상속인은 똑같이 나누지만 배우자는 다른 사람보다 50%를 더 받습니다.

넷째, 한 사람이 상속을 포기하면 나머지 동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받고, 동순위가 없다면 다음 순위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빚이 많아서 상속을 포기하려면 결국엔 4순위인 4촌까지 포기를 해야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참고로 선순위가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후순위까지 상속채무가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한정승인과 상속포기가 다릅니다).

다시 상속인을 정리해봅니다. 상속인은 고인을 기준으로 ① 아들, 딸(직계비속) ② 부모(직계존속) ③ 형제자매 ④ 4촌이내 방계혈족이 상속순위입니다.

1, 2순위와 동순위에 50% 가산...배우자는 특별대우

최남신씨의 사례로 돌아갑니다. 아내가 남긴 유산 아파트에 대한 상속은 어떻게 될까요. 1순위 직계비속인 아들과 딸, 그리고 배우자인 최씨가 함께 상속을 받게 됩니다. 배우자에게는 다른 상속인보다 50% 가산이 되므로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금액(시가 7억 원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최씨가 3억원, 아들과 딸이 각각 2억 원의 지분을 갖게 됩니다.

아파트에 따로 상속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3개월이 지나면 법에서는 상속을 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내에 상속세를 신고, 납부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법무사 사무실이나 관공서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순위 상속인인 장인, 장모(2순위 직계존속), 아내의 오빠와 여동생(3순위 형제자매)은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일 아내의 백부, 사촌형제와 같은 4촌내의 친척이 있더라도 4순위여서 상속분이 없습니다. 따라서 장인의 요구는 적어도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상속과 관련된 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이제 결정은 최남신씨가 하셔야겠지요. 법대로 할 건지, 아니면 처가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 말입니다.

법이 사람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처가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쪽으로 해결을 보겠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떠나는 아내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꼭 그 방법이 아니라도 소송 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가족간의 분쟁은, 때로는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도남은 이혼 이야기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연재와 관련해 알려드립니다

1.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 여러분의 의견과 사연을 받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점, 그 밖에 부부문제, 자녀양육의 법적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연락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연애중이거나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소송중이거나 개인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사양하며 전화나 면담상담은 하지 않습니다. 보내주신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연재기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보내실 곳 : jundorapa@yahoo.co.kr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상식책 < 생활법률상식사전 > (2010), < 생활법률해법사전 > (2011)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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