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줄줄이 제동..주민-서울시 또 '충돌'
서울 강남구의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1단지 정비계획안이 시 도시계획위 소위원회에서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재건축조합 측이 재건축 후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비율을 종전 22.4%에서 25.6%로 상향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 가이드라인인 30%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종상향을 추진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 역시 고층 재건축 땐 인근 주민들 조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안건상정이 보류됐다. 이에 따라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31일 서울시를 항의방문할 예정이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강남 재건축단지 주민과 서울시 간 충돌이 재현될 조짐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개포주공1단지 정비계획을 심의한 결과, 소형주택 비율 상향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다음 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논의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아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는 언제 상정될지 모른다.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이달 중순 소형주택 비율을 25.6%까지 상향한 재건축안을 강남구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종전안 22.4%에 대해 소위가 "부족하다"며 이미 한 차례 퇴짜를 놓자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또 조합은 서울시 권고를 수용해 36㎡ 단일형이었던 임대주택도 36ㆍ46ㆍ59㎡로 다양화하고, 같은 동에 임대와 분양 주택을 혼합배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절충안도 이날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강남재건축의 소형주택 확보비율을 신축가구 수 대비 30% 수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같은 날 소위에 오른 강동구 둔촌주공 정비사업계획안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현재 2종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도계위가 심의를 보류하자, 6월 소위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하라"라는 주문을 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공원 면적을 줄이는 대신 복합문화 사회복지시설, 여성문화회관, 청소년수련센터 등을 설치하는 안을 내놨다. 공공시설 증가로 아파트 가구 수는 애초 1만1245가구에서 1만729가구로 516가구나 줄었다. 대부분 소위 요구사항을 받아들였지만 이번엔 층고와 조망권 확보 등이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강남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과잉 규제"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지난달 "조례상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을 전체 신축가구 수의 20% 이상 건설하도록 돼 있다"며 "개포 조합이 소형 20% 이상 재건축안을 제시했으면 시가 정비계획 보완이나 시정을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서울시에 의뢰했다.
이에 대해 시 법무실은 "민원인들의 해석 내용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냈다. 또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30% 소형주택 확보 요구는 부당하다"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권익위는 서울시 측에 "민원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처리하라"는 권고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개포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서울시가 권익위 공문도, 시 내부 유권해석도 깡그리 무시하는 월권을 자행하고 있다"며 "31일 시청 임대주택과에 대대적인 항의방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지구 주민들이 서울시의 재건축심의에 반발해 시위에 나서는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둔촌주공 조합원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한 조합원은 "문화시설을 늘려 달라 해서 늘리고, 양재대로 강동대로 인근 단지 층수를 낮추라고 해서 조정하는 등 시키는 대로 다했는데도 또 물을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소위에서 결론이 안 났다고해서 심의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며 "권익위 공문 등은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 우제윤 기자 /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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