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서 아이 교육 변진영씨 "생각 넓혀주는 도서관, 학원보다 낫죠"

2012. 8. 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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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라푼젤'이야."

"와! '브레멘 음악대'다. '용감한 돼지 삼형제'도 있어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역삼1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 외국아동자료실에서 진이(5)·건이(3) 남매는 낯 익은 그림 동화책들을 찾아내고는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얼마 전부터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진이는 엄마 변진영(40·서울 방배동)씨에게 '영어 책을 읽어 달라'고 졸랐다. 변씨는 진이에게 "오늘은 영어동화책을 구경만 하고, 조금만 더 있다 읽기로 하자"고 달래면서도 영어에 관심을 보이는 딸의 모습에 흐뭇해했다.

그는 "영어는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는 일곱 살 이후에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미루면서도 살짝 불안했는데 오늘 도서관의 특강을 들으면서 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변씨는 이날 오전 서울호서전문대 교양영어 교수 매튜 슬라이트가 강사로 나선 '영어독서교육을 위한 부모 강좌'를 들었다. 슬라이트 교수가 강조한 것은 "영어 교육은 재미있게 놀이가 되도록 이끌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변씨는 "이곳에 다니면서 아이들은 물론 엄마인 저도 훌쩍 성장한 것 같다"면서 주위의 도서관을 잘만 활용하면 아이들을 사설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가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는 그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은 1층 어린이자료실의 이야기방. 영유아를 위한 다양한 책이 마련돼 있는 데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어 줄 수 있기 때문.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중도도 높아져요. 그리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의 폭도 넓어지고요." 진이는 지난 5월 열린 테마도서전 '신기한 곤충의 세계로'를 보고난 뒤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단다. 아직 어린 건이도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부쩍 좋아하게 됐다고.

변씨는 "대학에선 아동학을, 대학원에선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막상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미심쩍은 부분들이 적지 않은데 거의 매주 열리는 부모교육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부터 1개월간 진행된 '부모를 위한 독서문화 강좌'를 듣고 나서 독서지도방법이 폭넓어졌다고 자랑했다. 이전에는 교훈 적인 내용의 책을 골라 본문을 바로 읽어줬다면 강좌 수강 이후에는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책을 골라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표지와 제목부터 꼼꼼하게 챙겨 보게 한다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 도서관에 온다는 변씨는 "도서관은 자연체험장이기도 하다"면서 자신과 남매의 손을 내보여 준다. 손톱 서른개가 발그레하게 물이 들어 있다. 도서관 마당에 핀 봉선화꽃을 따서 손톱에 꽃물을 들였다고.

이 도서관의 어린이자료실 이정민 주무관은 "도서관을 이용하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독서의 폭이 넓어지고, 책을 즐겨 보지 않던 아이들도 책을 읽는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면 책과 가까워지게 마련"이라면서 책을 싫어하는 아이일수록 자주 도서관나들이를 해 책과 친해질 기회를 마련해주라고 당부했다.

이 주무관은 또 "어려서부터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읽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 공부한 어린이들은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생겨 학과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사직동에 있는 시립아동도서관을 비롯해 전국의 공립 일반 및 어린이 도서관에는 대부분 어린이 코너와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또 지역어린이도서관들(표 참조)도 알찬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펼치고 있다. 9월과 10월은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독서의 계절 특집 프로그램들을 준비한다. 주말 자녀의 손을 잡고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 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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