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기재논란.. "변화모습도 써라"-"요식행위"

2012. 8. 20. 15: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올해 3월 교과부가 만들어 전국 학교에 보낸 중등용 <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 표지.

ⓒ 교과부

"이미 교과부에서는 가해 학생의 긍정적 변화 모습도 학교 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함께 기재하여 낙인효과를 방지함으로써 상급학교 진학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난 16일 교과부가 학생부에 학교폭력 기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논리다.

'긍정적 변화' 적어 낙인효과 방지?... "어차피 요식 행위"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일 교과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5년, 10년 뒤에만 삭제토록 한 것은 학생에게 낙인을 찍는 과도한 조치"라며 "졸업 전에도 학생부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중간삭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교과부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부에 변화 모습을 기재'하도록 했을까. 교과부가 올해 3월 만든 <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 을 살펴보자. 교과부는 전국 중·고등학교에 이 책자를 보냈고,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낙인효과 방지'를 위해 다음처럼 적도록 예시문을 만들어놨다.

"급우 따돌림 문제로 인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1호에 의한 '서면 사과'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해당 급우와 함께 스포츠클럽활동에 참여하면서 원만한 교우 관계를 형성하였음."

이 예시문을 본 교육계 인사들은 "긍정적 변화 모습을 적어봤자 이것은 어차피 요식 행위로 받아들여질 뿐"이라고 우려했다.

교과부가 배포한 <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 > 에 적혀 있는 내용. 교과부는 긍정적인 변화 모습을 적게 해 낙인효과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 교과부 문서 갈무리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 교사는 "담임이 학생부에 아무리 미사 구를 적어놔도 징계 사실이 적힌 순간, 그 학생은 회사와 대학에서 배제될 것이 분명하다"며 "긍정적 변화를 적으면 낙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교과부 생각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도 "징계 사실을 기록한 뒤 '긍정적 변화 모습'을 적으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담임교사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은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졸업 후 5년 동안 학생부에 학교폭력 상황을 기록·보존하게 한 것은 낙인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긍정적 변화까지 기록하는 것보다는 학교폭력 결과를 보존하지 않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밝혔다.

6개 교육청, 8월 23일께 공동성명 추진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20일 오후 교과부에 촉구 공문을 보내 '학생부에 학교폭력 상황을 기재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선 중간삭제제도라도 시행해 낙인효과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교과부의 학생부 기재방침은 이미 처벌받은 학생을 대입 및 취업에서 다시 불이익을 주라는 명백한 이중처벌"이라고 밝혔다. 또, 곽 교육감은 졸업 전 중간삭제제도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인권위의 권고를 거부한 교과부를 겨냥해 "오만과 독선"이란 말을 섞어가며 맹공을 퍼부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재임 중인 6개 지역 교육청들은 8월 23일께 공동성명서를 낼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방침을 거부하거나 보류한 교육청은 경기·광주·강원·전북 교육청 등 네 곳이다.

반면, 교과부 관계자는 "담임교사가 학생의 행동변화를 요식 행위로 적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적는다면 낙인효과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학교폭력 가해 학생 기록은 학생·학부모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해 학교폭력에 대한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 교육희망 > (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 송고를 허용합니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