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분신에 충격 받고서 싸움꾼이 되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기사 수정 : 3일 오후 7시 40분]
교사를 그만 두고 싸움꾼이 됐다. '밀양 사람' 이계삼(40)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초 귀농학교 설립을 위해 11년간 섰던 교단을 떠난 그는 요즘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며 거리에 서 있다.
그가 맡은 직책은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다. 지난 1월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분신사망하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한 그는 요즘 마을주민들과 함께 투쟁 현장에 서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현재 건설 중에 있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철탑을 건설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송전탑은 밀양에만 총 69기가 세워지는데, 밀양 상동·부북·산외·산내·청도면을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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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 |
ⓒ 윤성효 |
청도면에만 17개의 송전탑이 세워지는데, 한전은 주민과 합의한 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4개면 지역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한전 측은 폭염 속에서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사는 대개 높은 산에서 이루어지는데, 한전 측은 장비를 헬리콥터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마을주민들이 매일 산에 오르내리며 공사를 막으면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1주일 사이 70대 어르신 3명이 쓰러져 소방헬기를 통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아직 한 명은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중단'과 '한전측 직접 대화' '국회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일부터 밀양시청 앞에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첫날 어르신 2명과 함께 24시간 단식농성했다. 그는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하다 한전 측으로부터 허위사실유포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교사에서 투사로 변신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왜 학교를 그만 두었던 건지?
"농사 지으려고 그랬다. 귀농학교, 아니 성인을 위한 농민학교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천주교 부산교구가 밀양 단장면 감물리에 생태학습관을 만드는데, 2년 정도 준비해서 농민학교를 만들려고 한다. 그동안 입시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많이 써왔다. 공교육이 해체되어 가는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실제적인 기술을 익혀야 한다. 교단에 11년 정도 섰는데, 앞으로 20년 정도는 이 일을 하고 싶다."
-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지난 1일 하루 동안 단식을 했는데, 어땠는지?
"주민들과 함께 릴레이 단식농성 첫날을 보냈다. 24시간 단식했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기한으로 단식해야 할 것 같다. 어르신들이 단식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없다. 지금 송전탑 반대하는 마을 주민 가운데 제일 젊은 사람이 50대 중반이다. 어르신들은 각오가 대단하다. 1주일은 단식할 수 있겠다고 하신다."
- 지식경제부나 한국전력공사가 주민들의 단식농성에 반응할 것으로 보는지?
"제가 보기에는 한전은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이전까지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의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은 밀양 단장면에 집중하는 분위기인데, 이곳에서 송전탑이 건설되면 나머지 3개면(부북·산동·산외면)은 무너질 것이라 보는 것 같다."
"고 이치우 어르신 분신하면서 충격이 컸다"
- 왜 송전탑 건설 반대에 나섰는지?
"밀양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면서 충격이 컸다. 시민세력이 관심을 갖고 도와드렸다면 분신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주민들이 워낙 외로웠으니까. 이전에는 우리들도 주민들은 보상을 위해 싸운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악선전을 믿었던 것이다. 한편에서는 우리가 바쁘기도 했다. 그런 속에 어르신 한 분이 분신을 하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막상 일을 해보니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마을 주민들은 송전탑을 왜 반대한다고 보는지?
"삶과 재산을 지키려는 것이다. 지금 주민들은 한전 측에 많이 당했다. 그래서 모욕감 같은 것을 갖고 있다.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 보면 된다. 삶의 평화를 바라는 것이다. 지금은 오기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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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 |
ⓒ 윤성효 |
- 한전 측은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은 일부라고 하는데?"어떻게 보면 그런 면이 있을 수 있다.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은 40~50명 정도니까. 다수는 중간지대에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주민들을 지지한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다. 관망하듯이 보는 주민들도 보상을 더 받기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 송전탑이 건설되면 어떤 피해가 있다고 보는지?
"밀양 구간이 피해가 크다. 심각하다. 싸우는 동네를 보면, 송전탑의 이격거리가 좁다. 농지를 가로지르는 구간이 많다. 이 부분은 한전 측도 인정한다. 밀양 상동면은 10개 마을, 부북면은 2개 마을을 송전탑이 관통한다. 병을 고치기 위해 온 사람과 은퇴하고 온 사람들이 사는 동네도 있다. 고 이치우 어르신도 송전탑이 자신의 논을 훑고 지나가니까 반대했던 것이다. 송전탑 선로를 잘못 그린 탓이다. 765kv면 국내 최고압이다. 주민들의 공포감은 엄청나다."
- 한전 측의 설명회나 공청회에 대한 부당성은?
"주민설명회를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얼렁뚱땅 해치웠다. 처음에 주민들은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경과지 주민들도 전원개발법에 따라 송전탑 건설 부지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황당함 그 자체였다. 한전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산권 침해가 엄청난데 주민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 논밭은 갖고 있더라도 매매가 되지 않고 그것을 담보로 한 대출도 되지 않았다."
- 폭염 속에 한전 측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되고 있는데?
"지금 한전은 단장면에 공사를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 주민들이 쓰러져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마을에 있는 공사 현장은 해발 500m 높이 산에 있는데, 주민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서는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절박하다. 마을 주민은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3명이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는데, 한전이 공기업이라면 공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 공사는 주민들과 합의를 하지 않은 속에 강행되고 있다. 한전 측은 마을대책위와 합의와 공사를 병행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말로만 병행한다고 하지만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 한전 측은 오전 11시 이후부터 오후 3시까지는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그 이전과 이후 시간에는 공사를 하겠다는 말이다. 주민들은 나머지 시간에 산에 올라오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공사를 중단하고 협의를 하는 게 맞다."
"주민들은 평생 농사 지어 오신 분들이다"
- 주민들은?
"평생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도 있고, 은퇴해서 전원생활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건강 때문에 요양하는 주민도 있다. 고준길씨는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하셨던 분이다. 교장 선생님이셨던 분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다."
- 보상 문제는?
"제도개선협의회가 9월까지 활동하면서 보상기준을 더 넓힌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선로에서 30m까지 보상인데 60m까지 넓힌다는 안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보상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선로에서 500m 안에만 있어도 위협감을 느낀다. 선로 주변에 있는 토지는 매매조차 되지 않는다. 또 한전에서 마을발전기금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그 돈은 공금이다. 그것 때문에 마을에서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개인재산이 아니다. 마을발전기금은 어떤 측면에서 독이 될 것이다. 다수 주민들은 보상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 한전이 주민들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유는?
"한전은 보상문제 이외에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개인의 사유가 다 다르다. 송전탑에 반대하는 이유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공통분모는 네 가지다. '백지화'와 '노선 변경', '신고리원전 5?6호기 증설 반대', '초전도체 밀양구간 지중화' 등이다. 이런 요구에 대해 한전은 무조건 안된다고 하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가 볼 때 실제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주민들은 보상 문제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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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오른쪽)이 송전탑 반대에 나선 밀양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윤성효 |
- 밀양시의 태도는?"밀양시는 공사 적치장과 진입로 공사 인허가를 맡고 있다. 밀양시를 보면 안타깝다. 주민들은 밀양시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에 밀양시내에 송전탑 반대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밀양시에서 철거를 해버린 것이다. 주민들은 밀양시에 대해 최대한 버텨 달라고 있는데, 밀양시는 할 만큼 했다며 인허가를 내주고 있다. 주민들은 밀양시장한테 협조해 달라고 했는데 어렵다며 거절 당한 것이다. 공사 인허가가 나지 않으면 한전 측은 공사를 하지 못한다. 최대한 버텨 달라고 했는데, 되지 않았다. 밀양 상동·단장면 일부 지역에는 인허가가 나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국회 진상조사 요구를 하고 있던데.
"진상조사는 지난 1월 고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사망하고 나서 하기로 했던 것이다. 18대 국회 때다. 지금 19대 국회인데, 그동안 국회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다. 분신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선로가 우회해도 되는데 왜 마을로 내려온 것인지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선로가 변경되면서 송전탑이 몇 개 더 세워지게 되었고, 예산도 더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 또 시공사 측에서 용역들을 동원했고, 젊은 용역들이 어르신들에 대해 인권유린을 한 게 있다. 조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 한전 측은 공사 반대로 인한 갈등으로 여러 법적 조치를 하고 있는데.
"한전 측은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해놓고 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은 1건인데 3명한테 한 것이고,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은 2건인데 7명씩 총 14명한테 한 것이다. 한전 측은 하루 100만 원씩을 요구했는데, 첫 심리가 오는 8월 28일 열린다. 부북면대책위 이남우 위원장은 절도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이유는 '탈핵 희망버스' 행사를 위해 나무를 치웠는데 절도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치졸하다. 주민들 갈등으로 명예훼손도 벌어지고 있다. 밀양시청 점거와 관련해 7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현재까지 각종 고소고발, 민사소송을 당한 주민이 20여 명에 이른다."
- 이계삼 사무국장은 고소고발 당한 게 없는지?
"저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한전 측이 저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라며 고소한 것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받았다. 경찰조사를 받았는데, 처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언론이 무심한 것 같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언론이 관심을 덜 갖고 있다. 장기투쟁을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심층 취재를 하지 않고 있다. 언론으로부터 외면 당하니 주민들은 고립감을 갖고 있다. 이러다가 또 무슨 사고가 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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