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고담시..지킬 가치가 있을까?

2012. 8. 2. 12: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 신사의 품격 >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초반 부분은 언제나 신사(?)들의 다양한 신변잡기를 둘러싼 에피소드로 장식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김은숙 드라마'가 여성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것에 더해 < 신사의 품격 > 이 나이가 적든 많든, 특히 남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철없는 남정네들의 노는 모습을 그린 프롤로그를 통해 '우리도 그랬었지' 하며 동질감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중 이 시대의 영웅들에 대한 프롤로그가 있었다. 신사들은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웅들이 최고라 우겨댄다. 누구는 배트맨이, 누구는 로봇 태권 브이가, 누구는 스파이더 맨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꼽은 영웅은 허접하다고 비웃는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배트맨'도 허접하단다. '결국 지역구 민방위 대원 아니겠냐'는 게 그 비웃음의 이유다.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메인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배트맨'은 결국 고담시를 지키는 수호 영웅에 불과하다?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은 < 신사의 품격 > 누구의 조롱처럼 결국 고담시를 지키는 수호 영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수호 영웅 배트맨은 끊임없이 고뇌한다. < 배트맨 비긴즈 > 를 통해 자신이 왜 영웅이어야 하며, < 다크 나이트 > 를 지나며 선과 악이 혹은 때로는 악이 더 판을 치는 고담시를 과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새롭게 주조된 배트맨은 원작에서보다 더 그가 왜 영웅이어야 하느냐는 철학적 화두에 더욱 깊게 천착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희대의 악인 조커와 투 페이스를 무찌르고 배트맨 자신도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침잠한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를 통해 여전히 고담시를 위기에 빠뜨리는 악인들, < 다크나이트 라이즈 > 에서는 베인과 미란다 테이트로부터 고담시를 구하기 위해 다시 영웅으로 거듭난다. (물론 마지막은 역시 또 그걸 집어던지고 훌훌 나서는 것으로 그려졌지만)

그런데 영웅의 보편성을 논한 < 배트맨 비긴즈 > 와 < 다크 나이트 > 에서는 악의 세력들이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 덕에 배트맨의 깊은 철학적 회의에도 그가 영웅이어야 하는 철학적 결론에 이르는 길은 어렵지 않다.

이것은 이 두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기, 고담시로 상징되는 미국이 여전히 이 세계에서 '평화의 보안관'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크게(?) 훼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자본주의 사회 미국, 선과 악이 공존하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간다. 여전히 세계 제일의 강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그 절대성이 덜 훼손 받았던 시점에서는 고담시를 지키기 위해 애을 쓰는 배트맨이 개인적으로 안쓰러울망정, 그 존재 자체가 허무하지는 않았다.

영화 < 다크나이트 라이즈 > 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배트맨이라는 존재의 정당성을 잃은 석양의 대제국...미국

하지만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를 보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만약 베인의 무리가, 스스로 파괴적인 자멸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사실 언제나 미국 영웅 영화의 악인들이 그러하듯 이미 그 자신이 파괴적 본성 혹은 약탈적 행태로 말미암아 자멸의 길을 예약한다.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도 마찬가지다. 베인의 무리는 고아원에서 방출된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 들어갈 만큼 사회 피지배층들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손쉽게 고담시라는 도시를 획득했고, 부자들을 징벌해가며 정당성을 얻어가는 듯하다. 그러나 엉뚱하게 고담시 파괴라는 자충수를 둔다.

주식 시장을 휩쓸어 버리고, 도시를 장악해 가는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꿈을 돌려달라'는 자본주의 미국에 반기를 든 월가의 시위를 연상했다. 오히려, 그들에 대항해 자신의 부를 지키려고 아둥바둥거리는 부자들의 모습이 허황돼 보일 만큼.

그런데 문득 악의 무리가 스스로 고담시를 파괴하는 것으로 악의 방향을 엉뚱하게 틀어간다. 배트맨은 < 배트맨 비긴즈 > 의 그 시절처럼 고대의 사원같이 생긴 감옥으로 돌아가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시간을 겪는다. 그리고 마치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을 버린 사람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화두를 내세우며 죽음을 담보로 지하 감옥을 나와 고담시를 지켜낸다.

그런데 이제 다시 그런 배트맨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 고담시를 지켜야 하지?

폭탄으로 절체절명에 놓인 고담시는 가상의 테러리스트들이 노릴 지도 모를 미국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결국은 권총 한 자루를 가지고 거리로 나서는 경찰, 다리 난간에 모인 고아원 원생들을 통해 이 소시민들의 안녕을 위해 고담시는 미국은 지켜져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정말 이 고담시는 지켜져야 할 의미가 있는 존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자충수를 둬가며 자멸의 길을 걷는, 그래서 억지로라도 고담시를 지킬 목적을 수여받는 배트맨을 통해 이제는 그 존재의 정당성을 잃어가는 석양의 대제국이 느껴졌다면 무리한 감상일까?

처절한 악의 무리 조커와 투페이스라는 악과 선이라는 절대적 철학적 화두를 통해 대립하던 다크 나이트 시절의 배트맨은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를 통해 거대한 스케일과 구도자와 같은 영웅의 길을 얻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전 미국 영웅들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면, 모두가 환호하는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되는 건가?

☞ 신동엽·이영자·김용만...원조 국민MC들의 '유쾌한 반란'

☞ < 응답하라 1997 > ,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상품

☞ '조작방송' < 뉴스데스크 > , 사과없이 다시보기만 삭제?

☞ < 라스 > 뮤지컬진출 아이돌 주목! 남경주의 일리있는 일침

☞ 김강우·조여정 "옥죄는 전작, 풀어지고 싶었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