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동행> "큰돈을 버느냐, 부성애를 잇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2. 7.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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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정환 기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직업의 세계에만 사용되는 표현은 아닌 듯하다. 여기, 김남식 씨의 아들 성민이는 네 살 아래 동생 재홍이를 엄마처럼 돌봐줘야 한다. 동생의 발이 더러워지면 형은 고사리 손으로 동생의 발을 씻겨 준다. 아직 배변 훈련이 덜 된 동생이 변을 보면 형은 냄새 나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동생의 뒷일을 샤워기로 해결한다. 여덟 살짜리 꼬마가 막내 동생의 '엄마'가 된 셈이다.

여덟 살짜리 성민이는 아빠 걱정도 한다. 방충망이 없어 문을 닫고 사는 성민이네는 선풍기도 변변치 않다. 재홍이가 선풍기 날개를 부러뜨려서다. 여름이면 찜질방으로 변하는 방 안에서 유일하게 더위를 피할 곳은 냉장고다. 냉장고 성에로 더위를 달래보지만 형 성민이는 냉장고 문을 마냥 열어둘 수만은 없다. 더위를 식히려고 냉장고 문을 열려는 동생의 울음을 뒤로 하는 이유는 '아빠'를 위해서다.

냉장고 문을 계속 열면 아빠가 지불하는 '전기료'가 비싸지는 걸 성민이는 알아버린 거다. 엄마 없는 현실이 성민이를 일찍 철이 들게 만들었다. 여덟 살이라는 나이는 아빠의 전기료가 많이 나올 것을 걱정할 나이가 아니건만, 성민이는 너무 일찍 철든 게다.

성민이가 처음부터 엄마가 되고 싶어 엄마가 된 것은 아니다.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엄마는 이내 게임중독에 빠졌고, 급기야는 남편 남식 씨가 4개월 동안 뱃일을 하며 번 돈을 몽땅 들고 집을 뛰쳐나갔다. 막내 재홍이 젖을 떼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집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남식 씨는 틈나는 대로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하기에 바쁘다.

남식 씨에게 아내는 마냥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4개월 동안 배에서 일한 임금을 몽땅 들고 도망갔을 뿐만 아니라 남편 몰래 빚을 많이 졌기에 그렇다. 지금도 남식 씨는 아내가 자신 몰래 빚진 돈을 대신해서 갚으라는 대부업체의 독촉 문자에 화들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식 씨가 아내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이유는? 남식 씨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을 위해서다. 불과 여덟 살에 엄마 노릇을 하는 큰아들이 불쌍해서, 밤이나 낮이나 엄마를 잊지 못하는 막내가 불쌍해서 찾아다닌다.

부모 없이 자란 남식 씨는 두 아들에게도 부모 없는 아이가 되길 결코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아들을 돌보면서 일을 하면 큰돈을 만질 수 없다. 남식 씨의 고향 선배가 조언하는 것처럼, 큰 그림으로 보면 아이들은 보육원에 잠시 맡기고 그동안 뱃일을 해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잠시 떨어지는 것은 비극이지만 큰돈을 벌게 되면 남식 씨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좋은 주거 환경으로 옮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남식 씨는 선배가 조언한 큰 그림에 무조건 동의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일을 해서 큰돈을 버는 건 좋지만 그동안 보육원에 있을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다. 현장르포 동행은 남식 씨가 큰아들 성민에게 잠시 보육원에 가 있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묻는 장면은 보여주지만, 이후 남식 씨의 선택에 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남식 씨에게 감정이입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미 여덟 살 엄마 성민이를 통해 충분히 시청자에게 감정이입이 되긴 하지만, 현장르포 동행이 남식 씨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단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건 시청자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만드는 편집이라고 본다.

즉, 시청자 자신이 남식 씨의 입장이라면 눈 딱 감고 과감하게 큰 그림을 위하여 두 아들을 보육원에 맡기고 일을 하러 갈 것인가, 아니면 큰돈을 포기하고 계속 아이들의 아빠로 남느냐 하는 선택이다. 전자의 선택을 한다면, 크게 바라보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물질적인 여력은 좀 더 많아지지만 몇 달 동안 아이들과 생이별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후자의 선택을 하면 아이들과는 떨어지지 않고 계속 아빠가 곁에 있어줄 수는 있지만 살림살이가 펴지지는 않는, 그 어떤 선택을 해도 뒷감당은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시청자가 남식 씨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는 이날의 KBS 1TV <현장르포 동행>을 시청한 시청자들에게 묻는 질문으로, TV를 꺼도 이 질문은 잔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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