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빈사상태 '내집이 무너진다'

2012. 7. 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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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전환기 맞은 한국경제] (2) 끝없이 추락하는 부동산

#. 스스로 하우스 푸어라고 말하는 회사원 박모 부장(45)은 최근 한계상황에 부딪혔다.

월급에서 60%(실수령액 기준)에 달하는 은행대출이자 등을 빼면 한 달 생활비가 마이너스가 되는 데다 집값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에서 원금상환 독촉까지 받고 있다. 불행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아파트 148㎡를 5억원에 분양받으면서 3억원 이상을 대출받았다. 살던 집이 팔리면 갚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2010년 입주 때까지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았고 이후 매달 200만원 넘게 이자를 내고 있다. 양쪽 모두 집을 매물로 내놓고 한쪽이 팔리면 빚을 청산할 계획이지만 집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동안 입주한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1억원 넘게 떨어져 은행에서 빌린 돈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를 웃돌아 원금의 일부를 갚아야 한다. 박 부장은 "집값은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아 가계살림이 무너질 지경"이라며 "원금 일부를 갚는다 해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도저히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고 말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빚내서 산 내집, 대출이자 못내 경매 내몰려주택경기가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년 전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고 대출비율이 높은 경우 집값하락으로 원금상환 독촉까지 받는다. 실제 대출원금이나 이자를 못 갚아 경매에 넘어가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공인중개업, 인테리어, 가구 등 건설 연관산업은 도미노 침체에 빠져 국가경제의 허리인 서민경제가 붕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연관산업 도미노 침체

1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 동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는 공인중개업소 88곳이 문을 닫고 7곳이 휴업했다.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중개업소는 70곳에 그쳐 폐업이나 휴업한 곳이 35% 더 많다. 재건축시장은 잇단 규제와 사업성 저하로 투자심리가 냉각됐고 일반 주택도 가뭄에 콩나듯 거래가 거의 없어 유지비와 직원 월급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강남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전·월세 수요로 입에 풀칠하는 정도"라며 "1990년대 말부터 중개업에 종사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주택거래 감소로 이사가 크게 줄다 보니 인테리어 사업에 종사하는 서민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아우라인테리어 김정식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일감이 평균 70% 이상 급감해 동종업계가 고사직전"이라며 "2년에 한번씩 리모델링을 하던 대형마트도 올해부터는 중단할 정도로 일감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경매물건

빚을 제때 못 갚아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도 증가 추세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주상복합포함) 경매 진행건수는 3404건으로, 지난해 3159건보다 7.7% 늘어났다. 경매진행건수는 2007∼2008년에는 1800∼1900건 수준이었으나 2009년 3000건으로 치솟은 후 고공행진 중이다.

강남3구는 올해 상반기 807건으로 2001년 집계를 시작한 후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경매에 부쳐지는 10가구 중 1가구는 신용등급이 낮아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경우다.

■서민경제, 붕괴위기 몰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침체가 서민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월까지 전국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고 매수심리를 가늠하는 매수우위지수는 6월 9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18의 절반 수준"이라며 "집값 하락에 따른 수요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급격히 감소, 집주인뿐 아니라 연관산업 종사자 등 서민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감면해주면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여러 채 사고 거래가 늘어 결국 주택경기가 부양될 것이라는 정부 인식이 수요창출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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