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힘들다지만..'컴퍼니 푸어'도 비명 지른다

이은정 2012. 7.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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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17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주식 320만3420주를 장 시작전 매각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총 7464억원다. 이 회사는 오는 24일에도 회사채 7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예기치 못했던 국내외 경제 여건 탓에 재무 사정이 악화되면서 자칫 '컴퍼니 푸어(company poor)'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불황이 심화되면서 빚에 허덕이는 컴퍼니 푸어가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선업계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마저 컴퍼니푸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 철강, 건설, 유통 등의 업종에서도 한탄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업종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컴퍼니 푸어가 늘어나면서 퍼펙트스톰(여러 개의 비바람이 합쳐진 거대한 폭풍)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산업계와 FN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인 상장기업(12월 결산법인, IFRS 연결 기준) 99개사 중 74개사의 순이익이 작년 말 추정 당시 보다 줄어들거나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전력 동국제강 STX팬오션 등은 작년말만해도 흑자였던 순이익 전망치가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현금 사정도 나빠졌다. 각 증권사가 올 1분기 실적을 반영해 발표한 98개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IFRS 연결 기준) 추산치는 18조4458억원으로 지난해 말 39조9590억원보다 53.8% 줄었다. 이 중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SK텔레콤 삼성물산 등 20곳은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발생한 현금흐름에서 세금, 설비투자 등에 쓴 비용을 뺀 금액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면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외부에서 빚을 내야 한다. 그야말로 컴퍼니 푸어로 전락하는 셈이다.

유럽 재정위기 해법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사정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대기업들도 속속 실탄 확보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은 오는 19일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 자금 중 1000억원은 항공기 부품 구매와 항공기 엔진 수리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3000억원은 회사채 상환과 관련한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이 회사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자금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올 1분기말 부채만 20조10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 역시 최근 5년 동안 200%를 상회하는 등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에 앞서 LG전자_$도 지난달 2억1500만 스위스프랑(약 2630 억원) 규모의 해외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였다. LG전자는 올해 기준으로 1조40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1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오는 23일 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는 모두 은행 단기차입금 상환자금으로 사용된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낸 셈이다.

자금 마련과 함께 구조조정 작업도 빨라졌다. 한국GM은 이미 글로벌GM의 인원감축 의지에 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한데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검토중이다. 올해 눈에 띄게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르노삼성 역시 잔업이나 주말특근을 중단하는 등 긴축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반포지점, 압구정지점 등 주요 거점에 있었던 영업점도 잇달아 철수시켰다. 미국에서 대규모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 LG디스플레이도 모바일OLED 사업부 폐지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1ㆍ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2~3개월 동안 그룹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았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연 연구원은 "기업들의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데 상반기 무역수지가 흑자였던 것은 특정 품목(자동차), 특정 국가(중국)에 의한 착시현상"라며 "착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한 지표들까지 모니터링해 경기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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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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