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몇백 년 된 벽돌, 흙빛 칠한 거실..

강승민 2012. 6. 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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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현지 인테리어디자이너에게 들어 본 진짜 프로방스 스타일

프로방스 방식의 정원 가꾸기는 인위적인 장식이 거의 없다. 돌담 위에 이 지역에서 나는 테라코타 화분을 올리고 허브 등을 심은 것이 전부다.

영국 일간신문 텔레그래프는 최근 "유럽과 미국 부호들 사이에 프로방스 주택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중 맑은 날이 300일 넘는 화창한 날씨로 휴식을 원하는 도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데다 '프로방스풍 전원주택'이 점점 귀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전형적인 프로방스 스타일 인테리어를 갖춘 농가의 가격은 최소 10억원에서 55억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값비싼 대리석으로 지은 저택이 아니라 소박한 돌과 벽돌로 지은 농가일 뿐인데도 웬만한 대도시 집값을 웃돈다. 그만큼 프로방스 스타일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프로방스 북부 마노스크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팀 도나휴(60)와 토마스 부첼로(65)의 집을 찾아 프로방스 인테리어의 특징을 알아봤다.

'고흐의 노란색'으로 꾸민 손님방 인테리어. 노란 페인트로 마감한 벽은 유화를 그리듯 칠하고 말리기를 거듭해 완성한 것이다. [사진 록시땅 코리아]

집안 가득 자연의 빛깔

프로방스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파스텔 색상'이다. 고흐가 프로방스에 살며 그렸던 그림에 나오는 인상적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그것이다. 아를 지역에 가면 고흐가 살았던 집이 있는데 그의 방 색깔도 노란색이다. 부첼로는 "프로방스의 햇살과 흙빛이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나휴와 부첼로는 손님 방을 '고흐의 노란색' 페인트칠로 마감했다. 이들은 고흐의 그림에 나오는 노란색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몇 주에 걸쳐 덧칠을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란 벽엔 유화처럼 붓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몇 주에 걸쳐 바르고 말리기를 반복한 결과라고 했다.

도나휴는 "아무렇게나 페인트를 바르고 며칠 뒀다가 또 칠하고 마른 다음 다시 덧칠하기를 거듭하면 된다"고 했다. 식당 벽에 칠한 페인트는 강한 노란색보다는 옅은 베이지색에 가까웠다. 프로방스 지역의 흙을 흰색 페인트에 섞어 칠하면 연한 베이지색이 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프로방스 인테리어엔 프로방스 지방 특유의 색이 쓰인다.

3층 거실의 붙박이장 문은 근처 기차역의 오래된 덧창을 재활용했다. 프로방스의 햇빛에 바랜 푸른색은 자연스러운 친근함을 줬다.

도나휴는 "햇볕이 너무 강해 웬만한 페인트는 말라 비틀어지면서 금세 색이 바래는데, 이걸 그대로 두다 보니 프로방스 인테리어의 색상이 전반적으로 옅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프로방스 인테리어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새 가구도 일부러 낡은 느낌으로 바꿨다.

새 스테인리스로 만든 싱크대 상판은 산을 조금씩 뿌려 낡은 느낌을 냈다. 가구업자에게 주문해 만든 아일랜드 식탁도 깔끔하게 니스를 칠한 것을 사포로 조금씩 벗겨내 오래된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주방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통일시키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주방 곳곳에 놓인 빨간색 주물 냄비, 손님방 침대 위를 장식한 빨강 쿠션 등 포인트를 줘야 할 것엔 과감히 튀는 색상을 사용했다.

이들은 "프로방스 인테리어에선 밑그림을 옅게 그린 뒤 그 위에 강한 색상을 포인트로 쓰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천 소재 소파를 둔 프로방스식 거실.

오래된 것일수록 귀하다

이들이 사는 집은 3층짜리 농가다. 출입문 위쪽에 있는 벽돌에 '164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어 "400년 가까이 된 집이냐"고 묻자 "그럴 수도 있다"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오래 됐을 것 같진 않고 아마도 이 집을 지을 때 1647년에 지은 다른 집 벽돌을 가져다 지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방스에선 인테리어뿐 아니라 집을 지을 때도 옛것을 재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집안 구석구석에는 이들이 근처 벼룩시장을 뒤져 모은 소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직사각형 식당의 네 귀퉁이엔 근처 농가를 허물 때 나온 기와를 비스듬히 세워뒀다. 기와 밑에 세워 둔 작은 등을 켜면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온다. 주방과 거실, 식당 등의 천장 곳곳에 달린 샹들리에도 마찬가지다. 벼룩시장에서 골라 모은 것들이라 소재와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값비싼 크리스털로 장식한 것처럼 화려하거나 튀지 않고 전체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거실 입구에 자리 잡은 이불장은 떡갈나무의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세월의 흔적과 손때가 묻어 자연스러운 나무빛이 은은했다. 오랜 세월 주인이 바뀌면서 니스를 칠하고, 또 덧칠해야 나올 수 있는 질감은 새 가구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주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그릇장도 헌 것을 재활용했다. 도나휴와 부첼로는 장식장 맨 위칸에 가로로 긴 조명을 새로 달았다. "허름하고 평범한 수납장도 간단한 조명 하나만 설치하면 근사한 장식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인테리어 노하우다.

1 접시와 구슬을 활용한 비누 받침대.2 헌 기와를 이용해 간접 조명 효과를 냈다.3 정원 한 켠에 둔 낮잠용 침대. 집과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마트에서 바로 살 수 없기 때문에 프로방스 인테리어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0㎡(약 60평)짜리 농가를 인테리어하려면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한다. 부첼로는 "요즘 프로방스 인테리어가 인기라 벼룩시장 물건도 값이 죄다 올랐다"며 "제대로 된 프로방스 인테리어를 하기 위해선 인내도 필요하다"고 했다.

소품도 꼼꼼하게 배치

프로방스 인테리어의 기본은 꼼꼼함이다. 소품 하나를 놓을 때도 위치는 물론 전체와의 조화를 섬세하게 따진다. 이들은 '대칭과 비대칭'을 적절히 활용한다. 주방 입구 옆 벽을 장식한 접시들이 대표적이다. 반원 모양의 문 위쪽엔 화려하고 독특한 그림이 그려진 접시 하나를 붙이고 양옆으로는 좌우로 짝을 맞춰 조금씩 흐린 그림이 그려진 접시를 붙이는 식이다. 식탁 앞에 장식용으로 놓인 의자도 양쪽에 대칭으로 놓여 있지만 모양이나 질감은 다른 것으로 배치했다. 손님방 세면대 위에 놓인 비누 받침대는 작은 접시에 놀이용 구슬을 올려뒀다. 어렸을 때 구슬치기를 하며 놀았던 바로 그 유리구슬이다. 구슬 사이로 물이 빠지도록 해 비누가 무르지 않게 한 것이다. 도나휴는 "재밌지 않냐"면서 "하찮아 보이는 소품도 잘 고르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가의 숨결을 느끼는 여행

우리나라에서 프로방스로 가려면 우선 항공편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로 가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나 오를리 공항에서 프로방스 지역의 국제공항인 니스, 마르세유 공항으로 갈 수 있다. 또 파리에서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네 시간 정도면 마르세유로 갈 수 있다. 자동차로는 파리에서 모나코까지 이어진 A7 고속도로나 N7 국도를 이용해 갈 수 있다. 관광 코스는 자신이 원하는 주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 오랑주·아비뇽 등을 둘러보는 로마 유적 답사 코스도 있고, 칸·니스 등 휴양지 투어를 할 수도 있다.

고흐가 살았던 아를이나 세잔이 태어나 자랐고 에밀 졸라의 활동무대였던 엑상프로방스, 피카소가 여생을 보낸 앙티브, 알베르 카뮈가 말년을 보낸 루마랭 등을 따라 예술작품 기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로방스의 강렬한 햇빛 아래 활짝 핀 꽃들을 보면 '빛의 화가' 고흐가 왜 이곳을 사랑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강승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quo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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