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파괴의 주역 병행수입..10만원 뉴발란스 7만원에 산다

2012. 6.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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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와 이마트가 '신발전쟁'을 벌인다? 이런 얘기가 나올 법한 일이 생겼다. 이랜드는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를 수입해왔다. 그런데 이마트가 최근 같은 제품을 30% 낮춘 가격에 들여오겠다며 이랜드를 건드렸다.

같은 브랜드를 여러 회사가 수입하는 게 가능할까. 전혀 문제없다. 이런 걸 병행수입이라 한다. 병행수입은 독점 수입업자 이외에 다른 업체도 같은 브랜드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과거 수입업자 권리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수입총판업체의 국내 상표권을 침해한다며 한때 총판업체와 병행수입업체 간에 법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 수입품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고 1995년 리바이스 청바지의 병행수입 허용 판결을 계기로 허용됐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전성시대'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 만큼 병행수입이 화제다.

1995년 시작된 병행수입이 제2의 티핑포인트(갑자기 확 퍼져나가는 단계)를 맞았다. 첫 번째 포인트라면 병행수입 허용 10주년을 맞았던 2005년 이후다. 당시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소규모 영세업체가 주도하던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올해는 두 번째 티핑포인트라고 할 만하다. MB정부가 병행수입을 괜찮은 물가 안정 방안으로 여기고 활성화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잡기에 골몰하는 정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픈 유통업체, 싸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일석삼조' 정책인 셈이다.

1조5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

NC백화점이나 이마트 등 병행수입 제품을 취급하는 일은 아주 흔하다. NC백화점의 병행수입매장 '럭셔리갤러리'는 2010년 개점 초기 전용면적 330.6m²(100평)가 채 안 되는 작은 규모로 출발했다. 이후 매출액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4월 전용면적 1322.3m²(400평) 규모로 확장됐다. 1층 전체 매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확장 이후 매출은 쭉 상승일로다. 지난해 럭셔리갤러리 매출액은 2010년 대비 300% 성장했다. 올해에도 350% 성장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황우일 이랜드 과장은 "병행수입 매장을 넓히면서 브랜드 가짓수도 30여개에서 70여개로 늘렸다. 기존에 가방, 지갑에 그쳤던 품목 역시 선글라스, 지갑, 벨트 등이 추가되면서 구성이 다양해졌다. 향후 명품 의류만 취급하는 병행수입 매장도 열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할인마트 중에선 이마트의 행보가 돋보인다. 청바지, 향수, 골프용품 등을 병행수입해 판매해온 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의 제품을 병행수입했다. 뉴발란스 운동화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마트는 시중 백화점 가격 대비 30% 가격 거품을 뺀 6만9000원의 가격으로 공급한다. 정금아 이마트 패션슈즈팀 바이어는 "1년 전부터 준비했고 12가지 컬러 상품을 대량 매입했다. 시중 백화점이나 슈즈멀티숍의 판매가 대비 가격을 30% 이상 낮췄고 사이즈와 스타일을 다양하게 준비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코아도 병행수입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2005년 강남점에 병행수입 명품숍을 오픈한 뒤 캐주얼 의류, 잡화, 유아·아동 의류까지 범위를 넓혔다. 해외 유명 브랜드 이월상품은 정상가보다 50~70% 싼 가격에 판매해 만족도가 높다는 게 뉴코아 측의 설명이다.

병행수입 제품은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인기다.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에서는 병행수입이라는 검색어만 넣어도 명품, 잡화, 디지털 카메라, 화장품, 운동화 등 30여개 품목에서 3000개에 가까운 상품이 쏟아진다. 11번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유모차, 가방, 텐트 등을 병행수입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올해 안에 물량을 6배 이상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병행수입 제품은 정상수입 제품보다 싸기 때문에 소비자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수리·보증 등에 들이는 비용이나 마케팅·광고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청 조사 결과 병행수입 제품 가격은 정상 독점수입 제품 대비 약 5(L사 핸드백)~50%(N사 구두)까지 저렴하다. 예를 들어 정식수입한 나인웨스트(모델명 Orysia flat) 구두를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21만9000원이다. 하지만 NC백화점에서 병행수입품으로 살 경우 12만9000원으로 값이 뚝 떨어진다.

가격 거품 논란을 일으켰던 아웃도어 용품들도 병행수입으로 가격을 낮추는 중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99달러(10만89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노스페이스 벤처재킷은 한국 매장에서 16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하지만 병행수입업체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는 12만9000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정부, 물가 잡기에 병행수입 활용

현재 전체 수입 브랜드의 90% 이상이 병행수입된다고 보면 된다. 세관신고상표 3742개 가운데 3393개는 병행수입이 허용됐다. 다만 국내 상표권자와 해외 상표권자가 동일하거나, 국내에서 제조한 경우 등에만 병행수입할 수 없다. 병행수입이 가장 많은 품목은 의류. 그 뒤를 화장품, 신발, 가방, 골프용품 등이 잇고 있다.

기존 병행수입 채널을 통한 시장규모는 1조원 정도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 직접구매 시장이 5000억원으로 전체적으로 1조5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 직접구매는 2010년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시장규모는 향후 1~2년 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앞으로 병행수입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MB정부 경제부처의 최대 화두는 물가 안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가격 인하를 기대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병행수입으로 독과점적인 수입 유통구조를 바꿔 값을 내리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4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병행수입 활성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한 달 뒤인 5월 초 유모차·면도기·전동칫솔 등 수입품 비중이 높은 제품을 찍어 다시 한 번 병행수입 활성화 의지를 확인했다.

교환·환불 여전히 미흡

병행수입 상품도 그늘은 있다.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점은 애프터서비스(AS)다. 정품처럼 반품이나 교환이 가능한 곳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온라인 수선 등은 실비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골프용품은 병행수입 상품이 범람하는데 정품보다 AS 기간이 짧거나 유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캘러웨이 정품을 수입하는 한국캘러웨이골프는 병행수입품 AS를 해주지만 정품 수리비와 가격 차이가 난다. 다른 골프 브랜드는 AS를 해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는 '짝퉁(위조상품)'에 취약하다. 가짜 상품을 버젓이 판매해 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는 이랜드가 수입하는 신발 브랜드 뉴발란스와 로레알그룹의 약국화장품 브랜드 키엘 짝퉁 제품을 정가보다 30~50%가량 저렴하게 팔아 물의를 일으켰다. 위메프는 뒤늦게 환불 처리를 하고 사과 공지문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병행수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신상품 구성비를 늘리고 인기상품의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월상품이나 소비자 취향과 동떨어진 제품이 주를 이루면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정식 유통업체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병행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불과 2년 만에 매장을 철수한 것 역시 충분한 물량 확보가 안 돼서다. 이들 대형마트는 '가격 거품을 뺀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했지만 줄줄이 명품관을 폐점하는 수모를 겪었다. 본사나 한국 지사가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매장보다 제품 구성이 열악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구찌나 프라다 등은 신규 제품이 일주일에 1~2개가량 들어오는 수준이라 구색 맞추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병행수입 사업의 경쟁력은 유통업체가 신상품을 최대한 빠른 시기에 저렴하게 들여오는 데 있다. 향후 제품 수급 문제가 해결돼 전체 시장이 커진다면 명품시장의 40%를 병행수입으로 하는 일본처럼 병행수입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병행수입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의구심을 가라앉히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병행수입에 대한 소비자불만조사를 살펴보면 '위조상품이거나(26%)' '품질이 낮아 보여(21%)' 걱정된다는 답변이 많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병행수입 물품에 통관표지를 붙이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를 도입한다. QR(Quick Response)코드 방식의 통관표지에 해당 물품의 통관정보를 수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품명, 상표, 수입자 등 통관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위조상품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

골칫거리였던 AS도 개선되는 중이다. 제품을 4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하더라도 병행수입 제품은 무상 수리 기간이 적용되지 않거나 정식 수입업체가 제공하는 AS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겪어왔다. NC백화점은 올해부터 5개 NC백화점 매장 내에 AS 고객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온라인 병행수입업체도 사후관리에 신경을 쓴다. 11번가 관계자는 "직매입 제품 중 유모차나 디지털 카메라, 텐트 등 AS가 필요한 물품은 고객과 AS 업체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순영·김범진·임혜린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59호(12.05.30~6.05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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