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KTX 민간사업자 선정 "상반기엔 힘들어"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당초 4월로 예정됐던 수서발 KTX 운송사업자 선정이 늦춰지게 됐다. 여당마저 경쟁체제에 반대하고 있어 현 18대 국회와 당정협의회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이에따라 정부는 KTX 민간사업자 선정시기와 관련 상반기라는 단어를 빼고 연내에 하겠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 사진)은 19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수서발 KTX 운송사업 제안요청서'에 대한 브리핑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 상반기 중 KTX 운송사업자를 선정키로 한 방침을 철회하고 탄력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4월 중 사업자 공고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전에는 지역구에 내려가느라 국회의원들과 접촉이 힘들었으며 지금도 개별적으로 접촉하려하고 있으나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가 비대위 시절 반대라고 했으나 이 기조가 바뀔 수도 있다"면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당정협의를 이끌기 위해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차관은 또 "철도경쟁체제 도입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5.5%의 국민이 반대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요금이 인상될까봐'였다"며 "국민 설득과정을 통해 찬성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운송사업자 선정시기가 늦춰졌음에도 업계는 그대로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 차관은 "제안요청서(REF) 발표안을 내놓기 전에 업계 30~40개와 계속 이야기 나눴는데 정부와 이심전심이었다"며 "사업자 선정이 늦춰져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주 차관과의 일문일답.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려면 이익이 생겨야 하는데 선로임대료로 수익의 40~50%를 내면 나머지에서 인건비와 정비비로 써야 한다. 이게 가능한가?
▲비용, 수익을 추정한 결과 투자 사업비에 대해 약 6% 정도의 이익률이 적절하다고 봤다. 3500억원 정도 투자했을 때 6%는 210억원인데 자기자본 1000억원으로 보면 6%면 60억원 정도다. 외부조달비용에 이자가 있어서 이를 감안하면 실제 수익이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운영리스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 상당히 관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는 요금인상이 되는 건가? 대기업에 특혜 주지 않는 거라고 하는데 맞는건가?
▲선로 사용료는 현재 기준으로 매출액의 50%로 하게 돼있다. 그러면 연간 사용료가 4000억~5000억원이다. 그런데 현재 철도공사가 내는 건 이자만큼도 안 된다. RFP대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면 이자를 충당하고 일부 원금도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선로사용비를 너무 많이 내 일반기업이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대기업 특혜라는 것과 모순되는 질문이다. 이익률 6% 정도 되면 문제가 없을 거다.또 운임은 KTX와 비교해 15% 저렴하게 출발하고 물가상승분에 비해 실질요금은 0.5% 지속적으로 낮은 구조를 유지하게 돼있다. 철도공사처럼 운임을 인상하는 건 아니고 2~3년 단위로 한꺼번에 올려 일시적으로 역전현상이 생길 경우 최소한 철도공사보다 낮게 유지하도록 협약서에 규정할 것이다.
-사업추진절차가 선거 이후로 미뤄졌는데 여전히 여당에서 반대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정합의가 제대로 도출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계속 강행할 것인가.
▲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 생각하는 것은 변함없다. 다만 국민적 설득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동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더 설득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
-코레일은 선로수입분을 공공에 재투자한다. 단순히 선로사용료 31% 내는 것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아닌가.
▲코레일에서 연간 선로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해마다 3000억원 흑자를 내고 있다. 민간사업자를 도입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비용 절감과 철도 개혁을 위해서다. KTX와 일반철도는 구분해야 한다. 일반철도에 대해서는 적자노선에 대해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아주 적자비율이 높은, 전문용어로 보면 비용이 수입에 비해 2배 이상인 곳은 영업 보조금을 주고 있다. 그 이하는 개선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 없이 국가가 보조만 하면 모럴해저드가 일어난다. 외국 사례를 봐도 경쟁을 통해 비용이 줄어들고 수입이 늘기 때문에 국가 보조금이 엄청 줄고 있다. 오히려 흑자가 나 보조금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운임을 낮추면 이용자가 늘게된다. 이렇게 철도 수송분담률을 높여서 철도 비용도 낮추고 녹색성장도 하고 철도산업이 발전하는 구조다.
-김한영 실장이 1월16일 언론과 인터뷰할땐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처럼 철도도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 했다. 9호선은 지금 요금인상 논란이 뜨거운데, 당시 민영화의 폐해를 예상했는지.
▲KTX는 민영화가 아니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기반시설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일부 시설투자를 했다. 9호선은 궤도, 신호에 5000억원 투자했다. 이는 민간자본을 투자해서 운임으로 회수하든지 운임을 정부에서 통제하면 보조금을 줘야하는 것이 맞다. KTX는 정부가 100%투자해서 운영권만 주는 것이라 9호선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상반기 중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일관된 방침이었는데 보도자료에서는 이 내용이 없어졌다. 방침 철회인가.
▲실무자 선에서 목표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책목표의 달성기간이 내부에서 원하는 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더 필요한 단계라고 봐서 지금 이 시점에서 정책 목표 추진시기를 못 박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정책달성목표를 탄력적으로 추진하는 차원에서 수정했다.
-KTX 차량 등은 누가 제공하는지. 리스인가 구매인가.
▲수서발 KTX 차량은 철도공단에서 구입해서 리스형태로 민간사업자에 공급한다. 사업자는 임대료 형식으로 내게 돼 있다. 나머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이를 바탕으로 추후에 정할 거다.
-민자나 민영화사업 시 수요예측이 틀려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수요예측이 잘못돼서 민자사업처럼 정부 보조금이 더 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KTX민간위탁사업은 분명히 말하지만 정부가 수익률을 보장한다든지 보조금을 주는 것은 없다. 민간사업자가 열심히 해서 수요를 많이 창출하면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만약 영업 못하면 손해나는 구조다.
-사업자의 자격은 어떤지. 지분구조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어떻게 참여하는지. 참여회사의 자산규모 기준은 없는 건지, 컨소시엄만 구성해서 오면 되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운영 업체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일반적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 철도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운송사업 실적이 있을 경우 가점해준다. 특혜 지적들 있는데 발표 때 말했지만 40~50% 수준이라면 1년 민간사업자의 선로사용료가 4000~5000억원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선로사용료 많이 내는데 특혜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5% 운임 인하 등은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10% 임대료 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 기준은 뭔가.
▲전문적 분석이 필요하다. 수서발 KTX를 건설하면서 예측 분석자료가 있다. 시나리오를 돌려서 요금수준을 인하했을 겨우 총 수익과 비용을 반영해서 선로사용료 수익을 낸 거다. 시뮬레이션 봤을 때 민간이 요금도 낮추고 선로사용료도 더 낼 수 있다.
-그러면 코레일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시작부터가 민간사업자가 운임을 정해놓은 거 아닌가.
▲선로사용료로 수익의 50%를 내라는 건 아니다. 민간 입찰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거다. 어떤 기업은 40%, 어떤 기업은 50% 내겠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 민간기업이 책임지고 집행하는 구조다. 정부가 재무분석해서 50%까지 낼 수 있겠다고 예측한 거고 확정 선로사용료는 민간업체끼리 경쟁해서 정하는 거다.
-국회 차원의 논의는?▲필요하다. 현 18대 국회가 당정협의회를 하기까지 힘든 상황이다. 18대 국회에서 처리할지 19대 의원이 구성됐을 때 협의해야 하는지는 회의 중이다.
-외국계 자본에 대해 명시가 안 돼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컨소시엄이 들어올 때 외국 자본 들어올 수 있는 건지.
▲외국자본에 대해서 법상 제한이 없다. 지금 삼성전자, 포스코 등 기업의 외국자본 비율이 절반정도다. 사회주의국가도 푸틴정부 들어서 기존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영향은?
▲광주, 호남 쪽으로는 KTX서비스가 좋아져서 버스 이용객이 상당히 줄어들 거다. 절반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쿼리가 2대주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외자에 의한 국내 인프라의 잠식이 가능하다는 거 아닌가.
▲이건 시설투자가 아니라, 15년간 운영권을 주는 문제다. 현재까지 보면 외국자본은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외국자본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수출해서 먹고 사는데 외국자본을 막는 게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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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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