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와 국토부, 이완용 뒤 따를건가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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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민영화의 결과를 예측해 볼 때 지하철 9호선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국민들에게 전격적으로 선포한 정책이 KTX 민영화다. 마치 총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의 승리를 등에 업은 정부는 거칠 것이 없는 기세다. 113년 독점의 폐해 속에 적자만 양산하고 있는 철도의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뜻하지 않게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논란이다. 지하철 9호선은 국토해양부(국토부)가 KTX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로 제시한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다. 앞서 국토부는 지하철 9호선이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창의적인 경영으로 효율화를 이룬 대표적 민영화 성공사례로 KTX도 지하철 9호선처럼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하철 9호선 측은 '자본잠식상태에 이르러 요금인상이 없으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민간의 창의와 효율적 운영의 결과'가 자본잠식상태에 이른 지하철 9호선이라면 KTX 민영화의 앞날이 어떨지 예측이 가능하다.
9호선 요금인상 논란, 민간투자사업이란 괴물 탓
지하철 9호선은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민간투자사업이라는 괴물을 만나게 된다. 민간투자사업이란 국가가 책임지던 철도·도로·항만·학교·복지시설 등 사회기반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민간자본에게 맡기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여주고 민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국민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민간투자사업 추진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처음의 취지에 무색하게 민자사업은 민간자본의 배를 불리는 장치로 전락해버렸다.
민간투자사업은 수익형인 BTO(Build, Transfer, Operate)방식과 임대형인 BTL(Build, transfer, Lease)방식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철도와 도로 같은 경우에는 민간자본이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을 국가에 이전하되 약정 기간 동안 직접 운영해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BTO방식이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반의 상식과 다르게 민간자본이 건설비를 전적으로 조달하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 국가재정이 투여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총공사비 3조4768억 원 중 민간자본이 투입한 비용은 1조2000억 원으로 전체 공사비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 1조2000억 원 중 재정투융자사로부터 빌린 비용을 제외하면 지하철 9호선에 참여한 투자사들은 적은 투자금으로 확실하게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갖게 된 것이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운영과정에서 적자를 보든 흑자를 보든 투자사의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적자를 보면 정부나 지자체와 체결한 실시협약단계에서 보장된 보조금을 챙기고, 흑자를 보면 보는 대로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시민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는 민영화된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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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체제도입을 통한 민간의 효율적 경영효과를 볼 수 있다'며 추진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용자가 예측수요에 턱 없이 모자라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경영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적자분은 MRG(Minimum Revenue Guarantee)라고 불리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에 의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민간투자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앞 다투어 수요예측을 부풀려 자신들의 수익을 챙겼고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결국 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는 제도가 양산하는 폐해를 방치할 수 없어 2009년 10월 폐지됐지만 지하철 9호선은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최근 개통된 민영지하철인 신분당선의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을 받지 못하자 요금을 대폭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 신분당선은 기존 광역 버스 대비 소요시간 절약분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요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궁색한 변명이다. 신분당선의 논리대로 한다면 철도공사나 서울지하철 기관에서 운영하는 수도권 진입 열차들의 광역버스 대비 시간 절약분에 맞추어 이들 기관의 요금도 인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영화된 철도는 공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에 비해 훨씬 높은 요금을 부과하거나 보조금을 챙기면서 시민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특정사업을 민간투자사업의 대상으로 정하는 순간, 민간투자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최대의 이익을 뽑아내려고 달려든다. 사업이 진행되는 단계별로 과다 건설비 책정, 설계 변경 등 잦은 시공 계획의 수정으로 인한 공사비 폭등, 운영수입보장을 위한 과도한 요금 책정 등 국가재정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뽑아가고 있다. 특히 투자자본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도 계열 금융사를 동원하고 이들에게 높은 이자율을 보장함으로써 이중으로 수익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 발표를 통해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방식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의 발표는 재벌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간투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업집행방식을 혁신할 의지가 없다면 민간투자사업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장된 독점권조차 포기하려 하는 MB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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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KTX 민영화를 밀어 붙이고 있다. KTX 민영화는 민간투자방식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재벌특혜 사업이다. 최소한 민간투자사업은 민간기업의 건설부분 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
KTX 민영화 추진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대우건설이 작성한 사업제안서에도 수서-강릉간 고속화철도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정해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수서발 KTX는 정부가 기반시설을 모두 건설하고 역사와 차량까지 임대해주면서 민간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기반시설을 정부가 소유하고 민간이 운영만 맡는 형태이니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억지에 불과하다. 대표적 철도 민영화 국가인 영국은 기반시설을 네트워크 레일이라는 정부기관이 맡고 운영만 민간이 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영국철도는 민영철도가 아닌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전면화 될 한미FTA에 있다. 한미FTA 협정에 따르면 2005년 7월 1일 이전의 철도노선은 한국철도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경부고속철도 노선이 포함된다. 그러나 수서발KTX가 민영화 될 경우 독점권을 확보한 철도노선에 민영기업이 진출하게 된다. 민영기업은 지하철 9호선처럼 얼마든지 대주주를 바꿀 수 있다. 초기 투자자가 아닌 맥쿼리사가 슬그머니 지하철 9호선의 2대 주주로 참가한 것을 보면 미국이나 다국적 자본이 얼마든지 한국철도노선에 들어와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이미 보장된 독점권조차 포기하고 정부가 자발적 개방에 나서는 형국이라 비판하고 있다. 철도와 같은 국가기간교통망이 외국자본의 영향력 아래 놓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구한말 한국 철도의 부설권을 놓고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인 역사를 통해 경험했다. 한국철도 최초의 노선인 경인선 부설권을 미국에 넘기면서 만든 계약서에 미국인 모스와 매국노 이완용의 사인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명박 정권과 국토부는 이완용의 뒤를 따르겠다는 것인가?
< 덧붙이는 글 > 박흥수 기자는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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