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시기 고르는 정부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당이 4·11 총선에서 승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정책 내용과 수위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수도권지역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거래 자체가 실종돼 서민 고통 가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토해양부의 거래 활성화 방안 가운데 일부는 재정부도 검토하고 있지만, 어떤 것은 부작용이 커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앞서 지난 9일에도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너무 침체돼 있어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3구 주택투기지역 해제, 주택거래 신고제 폐지 등 구체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총선 이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주택 공급과 거래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 투기지역 지정이 해제되면 6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연간 총소득의 40% 이하에서 50% 이하로 완화돼 주택 구입용 자금 대출이 쉬워진다.
그 밖에 지난해 12·7대책에 포함됐다가 유야무야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일시 유예 등도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지난해 말로 종료된 취득세(지방세) 감면을 부활하는 방안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주택·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DTI 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 부문의 주택공급이 줄어 전세대란 등 국민의 주거불안정이 지속되고, DTI 금융규제로 주택 수요까지 위축돼 미분양 증가로 주택시장이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는 부동산 투기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 하반기 대선 국면과 맞물리면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택시장이 살아나더라도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악화되면 한국 경제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조동철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은 과거에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집값 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규제를 풀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치권의 협조도 얻고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19대 국회 출범 이후로 발표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내용은 물론 발표 시점도 단언하기 어렵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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