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강남의 '두 얼굴'] 매매가 '뚝뚝'..뉴타운도 거래 중단

2012. 4.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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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시장 '출구가 없다'

재건축 시장이 심상치 않다. 과거 강남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통했던 재건축 아파트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시장 악화 및 정부·지자체의 제도 변화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매수세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가 주장하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 확대와 한강변 재건축 사업 재검토 등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재건축 시장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는 5년 전인 2007년 1월부터 시작됐다. 대출 규제와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골자로 한 1·11 대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13.4%나 하락했다. 이 기간 재건축을 제외한 서울의 일반 아파트 값은 오히려 1.34% 올랐다.

구별로는 송파구 재건축이 20.49%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고 강동구와 강남구는 각각 마이너스 16.89%, 마이너스 16.59%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무려 10조 원 이상 증발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115㎡는 2007년 1월 최고점 당시 14억7500만 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4억9000만 원 떨어진 9억8500만 원 선으로 10억 원대 밑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6㎡는 13억5000만 원에서 9억500만 원으로 역시 10억 원대가 붕괴되면서 30%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잠실·개포 주공 '10억대' 붕괴

최근 들어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부활된 지난해 3·22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1년 동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강남구는 마이너스 13.33%, 강동구 마이너스 9.45%, 송파구 마이너스 7.65, 서초구 마이너스 4.03%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지난해 10월 말 대비 현재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시가총액은 2조7710억 원이 증발했다. 3.3㎡당 평균 가격도 3000만 원 선을 간신히 지키며 3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3055만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액수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도 대표 격으로 볼 수 있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는 서울시의 소형 비율 확대 방침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개포주공 3단지 36㎡의 실거래가는 지난 3월 2일 5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실거래가격이 조사된 200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2010년 1월 최고가 7억4500만 원에 비해 27%나 빠진 가격이다.

강남 재건축권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실거래가도 크게 떨어졌다. 2월 실거래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77㎡의 신고 가격은 7억9000만~8억3000만 원을 기록했다. 은마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8억 원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3년 만으로, 최고가 대비 30% 정도 하락한 가격이다.

재개발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 30일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뉴타운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 사업 지구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사업 추진이 진행되는 곳은 희소가치가 높아져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주민 반대가 심한 지역은 그동안 기대감으로 형성된 가격 거품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일부 뉴타운이 해제되는 사업 초기 지역을 중심으로 낡은 단독주택을 임대용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자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고 재개발 추진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예상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곳으로는 한남뉴타운·가재울뉴타운·천호뉴타운·마천뉴타운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속도가 더딘 곳은 창신뉴타운이나 영등포뉴타운이 대표적이다. 현재 찬반 의견이 너무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매수 물량은 나와 있지만 거래 시세는 거의 없는 상태다.

다른 한남뉴타운 구역과 달리 재개발 동의율이 낮은 한남1구역은 대책 발표 후 지분 가격이 10~15% 정도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했다. 또 창신뉴타운은 30% 떨어진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 문의조차 없다. 이 밖에 추진위원회조차 설립되지 않아 정비구역 해제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은 모두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 뉴타운 정비안으로 더욱 타격

정부가 지난해 3월 22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정책 발표 당시 취득세율 인하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큰 관심이 쏠렸지만 DTI 제도가 부활하면서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 됐다. 강남권은 이미 DTI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재건축 시장이 가장 먼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재건축 시장이 정부 정책 기조를 더 예민하게 반영하는 특성 때문이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시장의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새로운 정책 구상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업 시행 인가 이전 단계인 610곳(아파트 재건축 제외)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정비구역 83곳과 정비 예정구역 234곳 등 317곳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구청장이 의견 수렴을 한 뒤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요청하면 올해 안에 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 방안은 재건축 때 60㎡ 이하 기존 소형 주택의 절반을 소형으로 짓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안은 소형 주택이 많은 강남구 개포주공·시영아파트에만 해당하는 것이지만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개포지구는 서울시의 소형 주택 의무 비율 확대 방침으로 각 단지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구심점 역할을 했던 재건축추진연합회가 결성 13년 만에 해체되기도 했다. 개포지구 1·3·4단지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반면 2단지는 서울시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서 각자도생의 분위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한강변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는 정비구역 사업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본격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강변 부지 일부를 주민들이 기부채납해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비구역 사업은 용산 역세권 개발과 함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지난 3월 14일에는 신반포6차 용적률 상향 보류에 이어서 신반포1차 아파트 특별건축구역 지정 신청안이 보류 결정됐다. 이에 따라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반포 지역 이외에 여의도·압구정·잠실 등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단지들도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에 대한 구매력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도 집값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에 핵심 규제인 DTI 규제 폐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건축 시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역시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 22일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야당 등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떠한 부동산 정책이 나올지는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소폭 늘어난 강남 재건축 거래량은 대부분 저가 매물이다. 개포주공 1단지는 2월 거래량이 전달 대비 2.2배 늘어난 18건을 기록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1월 거래량이 단 3건에 불과했으나 2월에는 17건으로 5.7배 늘었다. 계절적 성수기인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7건, 8건이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대출로 집을 산 개미들이 시장 상황이 단기적으로 호전될 것 같지 않아 빠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 hschae24@spee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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