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도 <케이팝 스타>처럼 하면 어떨까요

2012. 4. 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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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부영 기자]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새로 생겨나는 프로그램도 많더군요. 텔레비전 들여다 볼 시간도 없지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저도 일요일 <K팝 스타>를 되도록 기다렸다가 보곤 합니다.

제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보다 세 사람의 심사위원 평가를 살펴보는 재미 때문입니다. 세 개 회사 대표로 나온 심사위원이 경연자를 공개로 평가하는데, 비전문가인 제가 한 평가와 전문가가 보는 평가, 그리고 저마다 색깔이 다른 심사위원들이 하는 평가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세 심사위원의 평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데, 어떤 심사위원의 심사 기준이 들쭉날쭉이라느니, 지나치게 개인감정으로 평가를 하느냐느니 하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그러면서 또 평가의 의미를 새겨보게 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놀라운 점은, 밀실에서 몰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나 방청객이나 심사위원이나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공개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의 개인 성향이 다 드러나 보이고, 취향이나 감정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원래 평가란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한다하더라도 개인적 취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음악을 포함한 예술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심사위원에게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다른 심사위원에게는 낮은 점수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를 당하는 사람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수긍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사위원의 성향을 이미 파악했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한테 혹평을 받아도 그리 억울해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사람이라면 이미 누구나 다 심사위원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청자가 보면서도 저 심사위원한테는 저 사람은 몇 점을 받을 것 같다는 것까지 점칠 수가 있게 됩니다.

'제대로 하는 평가' 발전의 계기 될 수 있어

제가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끌리는 까닭은 평가를 당하는 사람이 평가과정을 통해 자신의 좋지 못한 버릇이라든지, 좋지 않은 점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울면서 돌아가도 떨어진 이들에게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충분히 자신을 점검받았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한테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았으니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서 노력하면 그만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간에 탈락한 이들이 많이 말하는 소감 중에 하나가 비록 떨어졌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든 학교에서 하는 인사평가든 원래 모든 평가는 평가한 결과인 '몇 점'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숫자든 말이든 평가라는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보완하고 고쳐 더 발전할 계기로 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발전을 위한 평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평가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한 평가도 그렇지만, 교사들에 대한 평가도 저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교사들을 위한 평가에서 발전을 위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교사들은 일 년에 세 가지 평가를 받습니다. 3월 초에 하는 '교원성과금 등급', 9월부터 11월 사이에 하는 '교원능력개발 평가', 그리고 가장 오래된 12월말에 하는 '근무평정'이 그것입니다. 현재 이 세 가지 평가로 하는 교원 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 가지 평가가 통합적이지 못하고 따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평가를 세 가지나 하고 있지만, 세 가지 모두 평가가 교사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사들이 받은 점수에 대해 왜 그 점수를 받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그나마 가장 오래된 교원 평가이면서 영향력이 큰 '근무평정'은 바로 승진할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몇 점을 받았는지 모르고 아무도 자신의 점수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 평가 중 자신의 점수를 바로 알 수 있는 평가는 '교원성과금 등급'이나 '교원능력개발평가'인데, 자신의 점수를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처럼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노력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평가를 한 뒤 발전은 커녕 기분만 나빠지게 되고 심지어 동료 사이에 다툼이 되기도 합니다.

'교원성과금 등급'은 교사와 학교를 상대평가해서 '교원성과금'을 차등지급해서 돈액수로 교사와 학교를 경쟁시키겠다는 논리인데, 돈을 차등지급한다고 해서 교사들의 질이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못하고 등급이 다른 교사들 사이만 멀어지게 될 뿐이라는 겁니다.

평가 이유도 모르고 점수도 모르는 '교원 평가'

특히 해마다 12월 말에 하는 '근무평정'은 교사 평가로서 가장 오래되었고, 평가 점수가 승진할 때 막강한 위력을 발휘해서 가장 중요한 교원 평가인데, 이 '근무평정' 역시 교사들이 발전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무평정'은 학교현장에서 일부 승진을 앞둔 교사들에게 '수'를 주기 위한 것으로 전락됐고, 그래서 '수'를 받기 위한 암투가 학교에서는 대단합니다.

'근무평정'을 해마다 받아왔지만, 저는 지금까지 제가 '근무평정' 점수를 몇 점 받았는지 모릅니다. 아마 저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신의 '근무평정' 점수를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평정 결과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점수를 알고 싶으면 평가한 관리자가 아닌 '정보공개시스템'( http://open.go.kr)으로 정보공개요청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교사 본인도 모르게 평가를 해오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점수를 받은들 왜 자신이 그 점수를 받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게 평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점수도 모르고, 왜 그런 점수를 받았는지 아무도 모르니, 교사로 근무하면서 평생 평가를 받아도 '근무평정'은 교사들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승진을 앞두고 있지 않으면 점수를 알 필요도 없습니다.

저도 그동안 평가는 계속 받았지만 제 점수를 전혀 모릅니다. 알려주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이 근평점수 자체에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제가 받은 근무평정 점수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공개정보 청구를 통해 2010년까지 제 근무평정 점수를 공개요청 해봤습니다.

답변을 받아들고, 이미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낮은 점수에 충격을 크게 받았습니다. 다음은 저의 점수입니다. 발령받고 6년째 되는 해부터 받은 점수인데, 만점 기준이 2006년까지는 80점이고, 2007년부터는 100점이라고 합니다. 이 정보공개청구는 2월에 했는데, 2011년 점수는 3월 1일 이후부터 공개정보청구할 수 있다고 해서 아직 몇 점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59.0(1987), 69.8(1988), 64.0(1989), 64.8(1990), 59.4(1991), 62.2(1992), 56.5(1993), 72.75(1994), 63.95(1995), 65.4(1996), 66.4(1997), 71.400(1998), 69.800(1999), 65.300(2000), 64.560(2001), 64.250(2002), 62.200(2003), 61.300(2004), 64.000(2005), 56.000(2006), 85.000(2007), 85.000(2008), 85.000(2009), 85.000(2010)

답변을 받자마자 점수가 너무 낮아서 끝까지 모를 걸 괜히 공개정보 청구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화가 났습니다. 제가 왜 저런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야 했는지 아직도 이유를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 점수들이 뜻하는 것도 잘 모릅니다. 지금껏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당시 관리자들이 제게 저런 점수를 준 이유가 분명 있을텐데, 형편없는 점수를 주더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처럼 이런 점이 부족하고 저런 점이 문제가 있어서 이런 점수를 주니까 노력해봐라 하는 얘기를 해줬더라면 점수에 대해 수긍할텐데, 지금까지 제게 그런 말을 해 주는 관리자는 이무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이 점수를 받았는지도 몰랐고, 왜 이 점수를 받게 되었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다만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에 나와있는 근무평정의 기준으로 볼 때 적어도 저는 저 정도의 점수를 받을 정도로 교사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제16조(평정의 기준) ...

④근무성적평정자는 근무성적평정시 다음 각호의 기준과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평정대상자가 작성하여 제출한 자기실적평가서를 참작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개정 2007.5.25>

1. 직위별로 타당한 요소의 기준에 의하여 평정할 것

2. 평정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평정할 것

3. 신뢰성과 타당성을 보장하도록 할 것

4. 평정대상자의 근무성적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할 것

제28조의2(근무성적평정 및 다면평가의 실시 등) ① 교사에 대하여는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하여 해당 교사의 근무실적·근무수행능력 및 근무수행태도에 관하여 근무성적평정과 다면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각각의 결과를 합산한다.

대통령령 제20068호-2007.5.25에 의한 교사 근평 항목 및 배점

1. 교육자로서의 품성(10점)

1)교원의 사명과 직무에 관한 책임과 긍지를 지니고 있는가

2)교원으로서의 청렴한 생활태도와 예의를 갖추었는가

3)학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에 헌신하는가

4)학부모·학생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가

2. 공직자로서의 자세(10점)

1)교육에 대한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

2)근면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솔선수범하는가

3)교직원간에 협조적이며 학생에 대해 포용력이 있는가

4)자발적·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가

3.학습지도(40점)

1)수업연구 및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가

2)수업방법의 개선 노력과 학습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3)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구성하며 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4)평가계획이 적절하고, 평가의 결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4.생활지도(20점)

1)학생의 인성교육 및 진로지도에 열의가 있는가

2)학교행사 및 교내외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가

3)학생의 심리, 고민 등을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적절히 지도하는가

4)교육활동에 있어 학생 개개인의 건강·안전지도 등에 충분한 배려를 하는가

5. 교육연구및담당업무(20점)

1)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구·연수활동에 적극적인가

2)담당업무를 정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가

3)학교교육목표의 달성을 위한 임무수행에 적극적인가

4)담당업무를 창의적으로 개선하고 조정하는가

교사 평가도 공개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점수를 보면서 점수를 매긴 기준이 무엇인지 아무리 봐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2년동안 학교근무를 하지 않고 교원대학교 대학원에 파견근무를 다녀왔는데, 첫 해는 56점(80점 만점)인 75%를 받았고 또 한 해는 85점(100점 만점)인 85%를 받았습니다. 56점을 받은 해는 1, 2월 2개월을 학교에 근무했는데, 85%를 받은 해는 1년 동안 하루도 학교에 근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85%를 주었습니다. 같은 관리자일 때인데도 학교에서 12개월을 꼬박 근무한 때 근평점수가 75%인데 근무도 하지 않은 때가 85%입니다. 과연 점수를 매긴 기준이 무엇일까요?

50점 대 점수를 세 번 받았는데, 한 번은 아이를 출산하는 해였고, 다른 두 번은 아이를 출산할 때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두 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은 걸까요? 점수를 받은 해를 가만히 따져보니, 제가 교장이 잘못하고 있는 일을 따지면서 사이가 가장 좋지 않았을 때 점수가 매우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교사 근무평정에서 가장 놓치고 있는 점은 평가를 하는 사람이 제게 낮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니라, '왜?' 주었느냐는 것입니다. 현재의 '근무평정'에는 왜 주었는지가 나와 있지도 않고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교원평가를 10년, 20년, 40년을 받아도 승진할 마음이 있는 교사들만 '수' 받으려고 애를 쓸 뿐이지, 나머지 교사들은 몇 점을 받아도 상관이 없고, 실제 몇 점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현행 교사 평가가 가지고 있는 맹점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교사들에게 몇 점을 왜 주었는지가 그대로 전해지면 교사들이 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쳐가면서 발전을 할 수가 있는데, 당사자도 몰래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그동안 오랜 동안 해 온 근무평정은 교사들의 발전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백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근무평정을 오래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원평가가 교사의 발전은 물론 학교와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를 평가를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관련기사 : 부실한 교원평가로 '불량교사' 골라낸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교사 평가도 점수뿐만 아니라, 평가하는 과정도 공개로 떳떳하게 할 것을 제안해 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평가를 하는 학교관리자 역시 교육의 전문가가 되어서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게 교사를 공개적으로 평가해야 교사들도 인정하고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공개로 하면 관리자 역시 평가를 제대로 하는지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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