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근길 청취자가, 음악이 좋아 차에서 못내렸다네요

강기헌 2012. 3.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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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 10년세 번째 총지휘하는 김혜선 PD

'세상의 모든 음악'의 김혜선 PD는 "매일 어떤 음악으로 밥상을 차릴지 고민을 한 결과 김혜선표 선곡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KBS]

"음악은 고고학과도 같다. 특히 월드뮤직은 세월의 먼지를 쓰고 묻혀 있는 경우가 많다."

 KBS 클래식FM의 간판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음악(이하 세음)'이 다음 달 1일 방송 10주년을 맞이한다. 첫 전파부터 지금까지 오후 6~8시를 '세음'을 맡고 있는 김혜선(48) PD를 만났다. 퇴근길 직장인의 벗이 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김 PD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태어났다.

 -처음 시작이 어땠나.

 "개편 때마다 사내에서 '프로그램 제안공모'를 받았다. '저녁의 클래식'이라는 방송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가 함께 클래식 풍으로 부른 '퍼햅스 러브(Perhaps Love)'를 넣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아 이것도 되는구나' 이러면서 클래식을 넘어서 다양한 음악이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향을 받은 건 없나.

 "당시 영국에서 공부한 후배가 BBC 라디오를 한 번 들어보라고 했다. 클래식과 다양한 월드 뮤직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회사에 제안했는데 덜커덕 뽑혔다. 그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됐다."(웃음)

 '세음'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험해 보는 파일럿 시간대가 아닌 오후 6시 황금 시간대로 정규 편성됐다. '가정음악' '당신의 밤과 음악' 등 30년 가까이 된 프로그램이 많은 클래식FM에선 파격적인 대우였다.

 김 PD는 2002년 4월 1일 '세음'이 첫 전파를 탈 때부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첫 곡으로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부른 'Broken bicycle - Junk(고장난 자전거)'를 틀었다. 정통 소프라노가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와 함께 부르는 곡이었다. 회사 내부에선 "선곡이 너무 가볍지 않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클래식과 다른 음악의 비율이 7대 3을 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김 PD의 '3대 7'이라는 정공법은 파격 자체였다.

 -힘들었겠다.

 "한 달 정도만 하면 그 이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당시 클래식 마니아들은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이런 것 자체를 싫어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월드 뮤직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은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가장 먼저 국내에 소개를 했을 거다. 인터넷 게시판에 청취자들의 사연이 하루에 1000개 이상 올라왔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음악을 소개하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수입 음반은 곡 이름을 읽을 수가 없어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에 곡명을 적은 팩스를 보내 한국어로 된 설명을 받기도 했다. "북유럽 음악 중에 좋은 곡이 많았는데 대체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 곡들은 CD 커버를 복사해 대사관에 보냈다가 답신이 오면 다음 날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어요."

 김 PD는 "적어도 곡명 정도는 해석을 해줘야 청취자들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송이 없을 때는 수 만장의 CD·LP가 보관된 음반 자료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른 PD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CD만 골라서 듣고 소개했다. 세월의 먼지 아래 자료실 한 켠에 쌓여 있던 음악이 빛을 보게 됐다.

 '세음'은 3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2005년 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 라디오부문 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PD는 '세음'을 지난해 초부터 다시 맡고 있다. 세 번째 귀항이다. 매일 오후 5시 55분 CD가 가득 담긴 목욕 바구니를 들고 스튜디오로 뛰는 그는 "오늘 음악이 좋아서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사연이 가끔 인터넷을 통해 올라온다. 사실 그 맛에 방송한다"고 했다.

 '세음'의 10주년 공개방송은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2002년부터 꾸준히 내놓은 '세상의 모든 음악' CD는 이달 말 7번째 앨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거쳐진 DJ

초대 이한숙 아나운서 (2002년 4~6월)

2대 공정민 아나운서(2002년 7~10월)

3대 홍소연 아나운서(2002년 11월~2003년 4월)

4대 김미숙 (2003년 4월~2007년 4월)

5대 임태경 (2007년 4월~2008월 12월)

6대 이루마 (2009년 1월~2010년 12월)

7대 정은아 (2011년~)

◆ 10년간 방송 횟수

총 3522일 (2002년 4월~2012년 3월)

◆ 10년간 청취자와 만난 음악

총 8만1000여 곡 (하루 통상 23곡정도 방송)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강기헌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emc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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