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Special] 보석 같은 반찬통 .. '타파웨어' CEO 릭 고잉스

심서현 2012. 3. 10. 0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직접 요리해주는 남성, 여성들이 더 섹시하게 느낀다

1980~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기억한다. 색색의 '타파웨어' 반찬통을 엄마가 얼마나 아꼈는지 말이다.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해주는 주방 밀폐용기를 엄마들이 크기와 용도별로 수십 개 세트로 들여놓고 뿌듯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1946년 등장한 타파웨어는 세계 여성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잡았다. 2012년, 이제는 '엄마만큼 요리하지 않는' 여자들의 시대다. 수십 개 용기를 채울 만한 반찬을 갖춰놓고 사는 이도 흔치 않다. 그럼에도 타파웨어는 지난해 2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를 외치는 여자들의 지갑을 어떻게 공략했을까. 지난 6일 서울 한남동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타파웨어 브랜즈의 릭 고잉스 회장을 만나 비법을 물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기업을 20년째 이끌고 있는 그는 타파웨어 신제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요리남'이었다.

글=심서현 기자 < shshimjoongang.co.kr >

사진=박종근 기자 < jokeparkjoongang.co.kr >

●당신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어머니가 '타파웨어는 한때 내 보물이었다'며 반색하더라.

 "2010년이 타파웨어코리아 30주년이었다. 한국에서 그만큼 오래 사업을 했으니 어머니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셨던 것은 당연하다. 충북 진천의 타파웨어 생산 공장도 1992년에 세웠으니 벌써 20년이 됐다. 한국 경영진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경영진의 품질 교육을 담당할 정도로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다."

●'홈파티'라는 마케팅 기법이 독특하다.

 "1950년대엔 미국 주부들이 교외에 멀리 흩어져 살고 있었다. 타파웨어 카운슬러는 이들을 자기 집에 초청해 파티를 벌이고 제품의 효과와 장점을 직접 보여줬다. 사교 모임도 갖고 그 자리에서 제품을 살 수 있어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직업 선택의 기회가 적었던 여성들이 타파웨어 카운슬러로 나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개의 매장도 없이 직접 판매만을 해 왔고, 단 한 편의 광고도 찍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에 270만 명의 카운슬러가 있다."

●한국에는 1인 가구가 늘고, 손님 치르는 잔치도 없어지는 추세다.

 "이번이 열 번째 한국 방문이다. 요즘 젊은 한국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력을 갖춘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의 삶에 남성이 있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것의 성질 자체가 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출생한 아기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타파웨어는 1950년대 초반 주부들의 사교모임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홈파티'는 타파웨어의 유일한 공식 판매 방식이었다. ●마케팅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홈파티는 계속된다. 대신 대상과 방식이 바뀌었다. 지난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보다 많아졌다. 외곽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업주부용 홈파티를 하고 있지만, 파리나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일하는 여성에 맞춰 진행한다. 시간도 이들이 퇴근한 후인 저녁 시간을 택해 '나이트 파티'를 연다. 현재 한국에 1만5000명의 타파웨어 카운슬러가 있는데, 앞으로 5년간 5만 명까지 늘려 모든 이가 우리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당신같이 일하는 여성을 위한 홈파티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미리 준비해온 재료와 기구가 비치된 테이블로 인도했다.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소매도 걷고는 직접 부엌칼을 들었다. 토마토와 양파, 마늘, 고추, 레몬 등을 능숙한 솜씨로 꼭지를 제거하고 몇 번 썰더니 타파웨어의 수동형 믹서기인 '터보 차퍼'에 집어넣었다. 연결된 고리를 너덧 번 손으로 당기고는 뚜껑을 열어 "살사 소스가 완성됐다"고 보여줬다. 곁들여 먹으라며 나초도 건넸다.

●쉽게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건가.

 "우리가 성공한 것은 시대에 따른 여성들의 삶 변화를 잘 짚어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는 주부들이 냉장고나 마이크로오븐을 막 사용하게 되면서 더 다양하고 화려한 요리를 하고 싶어 했다. 이제 우리의 타깃은 '요리할 시간이 없는 여성'이다. 요리를 싫어하는 요즘 여성에게도 신선한 요리를 먹고, 가까운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있다. 이들에게 요리 시간을 단축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요리할 시간이 줄어드는 건 그래도 주방용품 회사엔 위기일 텐데.

 "우리는 음식 용기를 몇십 개씩 세트로 파는 값싼 분야에서 벗어났다. 주방용품 회사에서 하이테크 회사로 이동해 왔다. (앞에 놓인 타파웨어 플라스틱 컵을 들어 보이며) 이 컵은 전투기 윈드쉴드에 사용되는 재료로 만들어 3인치 거리에서는 방탄 효과까지 있다. 그래서 평생 보증을 할 수 있다. 쓰레기통 안에서 타파웨어 제품을 절대 못 찾을 거다. 우리는 애플과 비슷한 방식으로 회사를 키워 왔다. 애플은 매킨토시를 중심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하지 않았나. 우리는 타파웨어를 허브로 해 조리기구, 건강식품, 친환경 세제로 제품군을 넓혔다. 매년 매출의 25%는 그해 출시한 신제품에서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여성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나.

 "1년의 65%는 본사가 아닌 해외에서 보내며 각국의 카운슬러들을 만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추구하는 것이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근 10년간 인터넷이 보급되고 휴대전화를 통한 즉각적 소통이 이뤄지면서 국가 간 차이가 더 줄어든다. 러시아 여성이나 루마니아 여성이나 한국 여성이나 다들 자신의 이미지를 아름답고 당당하게 가꾸기 원하고, '엄마와는 다르게 살고 싶어'라고 생각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도 이런 변화를 본다. 아무리 사회적 제약이 많아도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는 비슷하다. 타파웨어가 세계에서 둘째로 빨리 성장한 곳이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다."

●남자로서 이런 변화가 두렵지는 않나.

 "앞으로 영원히 남자들은 여자들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는 남자들은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여자들에게 눈길 한 번 받을 수 없다.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여성들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고 더 심화될 거다. 그런 면에서 타파웨어의 정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전 세계 국가 중 인구 순위 2위인 인도와 4, 5위인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모두 타파웨어 현지 사장이 여자다. 남자들이 계속 해야 할 일도 물론 있다. 여성들은 무대에서 꽃을 받을 때 같은 여자에게 받기보다 남자에게 받는 걸 더 좋아하더라. 하하."

●남성을 위한 마케팅은 없나?

 "훌륭한 질문이다. 2년 전 우리 회사 글로벌 마케팅 총책임자가 연구 결과를 가져왔다. 여자들은 레스토랑에 데려가는 남자보다 직접 요리해주는 남자를 더 섹시하게 느낀다는 거였다. 남성들이 이 점을 빨리 눈치채고 요리를 시작하기 바란다! 예전에는 여자와 데이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를 사서 키우는 거였는데, 이제는 요리할 줄 아는 게 최고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홈파티를 이미 하고 있다. 미국에서 타파웨어 제품을 가장 많이 파는 톱 카운슬러는 남자다."

●개인 이력 중에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상이 있던데.

 "타파웨어가 20년 동안 개발도상국 여성들과 불우 아동을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 받았다. 중국 정부로부터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마르코 폴로 상'을, 미국 소년소녀클럽에서는 '하버트 후버 인도주의 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결식아동에게 도시락과 비타민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나눔과 보살핌(Share & Care)'이 우리 회사의 경영 이념이다."

What Matters Most?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바로 관계다. 내가 현재 맺고 있는 관계들과 매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관계들 모두 말이다. 진정한 삶의 가치는 바로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하느냐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심서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박종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okeparkjy/

'세계최고 난이도 암벽' 오른 한국 아줌마들

지하철 공사장으로 승용차 추락…동승한 10대는

택시 막말女 알고보니 여의도 회사 다니는 34세?

'하루 담배 두갑' 8세男, 담배 주지 않으면 '돌변'

女배우 참석만 했는데…한번에 6억4000만원 챙겨

현금 20억 자산가, 보험사에 5억 맡기고 매달…

굶주린 야생 곰, 캠핑 즐기던 사람들 발견하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